객원칼럼

진단서만 있으면 이혼소송 이긴다고?…사실은

[the L] [김대호의 의료와 법]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급격하게 증가하던 이혼율이 주춤하고 있지만, 황혼이혼의 비율은 역대 최고를 갱신하고 있습니다. 이혼이 수적으로 늘어나게 되면서, 이혼에 관해서 언급하는 것을 금기시하던 사회분위기도 많이 변했습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혼에 관해서 심도 깊게 논의하는 게시판도 많아졌고 그 결과 이혼에 관한 정보도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러한 영향 때문인지 최근 이혼 상담을 오시는 의뢰인들의 경우에는 처음 상담 방문시에 아예 녹음과 사진, 진단서 등 증거를 갖춰서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분들 중에 간혹 자신이 가져온 증거면 100% 승소가 확실하다고 단언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데 인터넷 정보에는 잘못된 정보들도 꽤 혼재돼 있는 것 같습니다. '2주 이상 진단서만 있으면 100%이혼이 된다'라는 것도 대표적으로 부정확한 정보 중에 하나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혼소송에서 제출되는 진단서의 종류와 증거로서의 효력에 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진단서가 증거로 제출되는 경우

재판상 이혼은 민법 제840조에서 정한 6개의 사유중 하나가 있어야만 합니다. 

만약 배우자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면 제3호의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은 때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부모님이 배우자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면 제4호의 심히 부당한 대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해당한다”라는 단정적 표현이 아니라 “해당할 수 있다”라는 가정적 표현을 쓴 이유는 조문에서 “심히” 부당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폭행이 정당한 대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부당한 대우에도 그 정도가 있으므로 그것이 일방의 의사로 결혼관계를 끝낼 수 있을 정도로 “심히” 부당한 경우에만 법원이 이혼을 허락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심히” 부당한 대우에 해당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상해까지 발생했다는 취지로 진단서를 증거로 제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진단서에는 일반진단서와 상해진단서의 두 종류가 있습니다. 일반진단서는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과 어떠한 병에 해당하는지 진단만 들어가 있지만, 상해진단서는 상해의 정도와 부위, 발생의 경과 그리고 중요한 예상 치료기간과 치료계획이 들어가게 되고, 의사가 상해부위의 사진을 찍어서 기록에 남기는 차이가 있습니다. 

둘 다 증거로 제출이 가능하지만 그 성격상 상해진단서가 좀 더 유력한 증거로 취급됩니다. 실무상 일반진단서라면 그게 폭행으로 생긴 것이라는 점에 대한 추가증거를 충분히 보완해야 하지만 상해진단서라면 추가증거를 그렇게 철저하게 요구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형사고소에서는 주로 상해진단서가 증거로 제출됩니다. 이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일반진단서와 상해진단서가 모두 증거로 제출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몇 개월 전에 발생한 상해인 경우, 처음 진료 당시 폭행당한 것을 진술하지 않았다면 후에 상해진단서가 발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부부싸움에서 한쪽은 창피해서 의사에게 넘어져서 다쳤다고 진료를 받고, 다른 한쪽은 폭행당했다고 진료를 받으면, 나중에 한쪽은 일반진단서를 반대 쪽은 상해진단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꼭 이혼을 염두해 두지 않더라도 의사에게 진단을 받을 때에는 증상의 발생원인을 정확하게 진술해둬야만 합니다. 또한 심히 부당한 대우는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원은 일반진단서이든 상해진단서이든 그 발생 경위까지 살펴보게 됩니다. 

따라서 사건의 발생경과를 입증할 수 있는 다른 보조적인 증거들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결국 몇 주 이상 진단서만 있으면 무조건 재판상 이혼에서 승소한다는 정보는 부정확한 정보라고 하겠습니다.   

신경정신과 진료기록이 제출되는 경우

민법 제840조 제6호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는 거의 모든 이혼소송에 있어서 다른 청구원인과 병합하여 같이 주장되거나 또는 단독 사유로 주장되는 단골 이혼사유입니다. 

이 때 증거로 흔히 제출되는 것이 '신경정신과 진료기록'입니다. 상대편 때문에 우울증이 왔다거나, 상대편의 외도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왔다는 진단서가 제출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정신과 진료기록은 정신적 고통에 의한 위자료 액수를 산정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자료가 되기 때문에 최초로 진료를 받기 시작한 시기와 그 이후 얼마나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있는지 까지도 증거로 제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에 정신과 진료를 받지 않았어도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정신과 진료를 시작하면서까지 정신과 진단서를 증거로 제출하기도 합니다. 
 
비뇨기과나 산부인과 진단서가 제출되는 경우

이혼사유 중 제6호인 '기타 혼인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단독으로 주장되는 대표적인 경우는 성격의 차이와, 성생활의 문제입니다. 이 두 가지는 거의 같이 주장되는 성격이 있습니다. 

그런데 성생활 문제와 관련해서 부인 측에서 남편의 성기능 장애에 관한 주장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남편 측에서 단순히 부인의 주장을 부인하는 것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기능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서 비뇨기과 검사기록을 제출하기도 합니다. 

또한 부인 측에서 남편의 외도로 성병이 옮았다며 산부인과 진단서를 제출하거나, 혹은 남편측에서 부인이 외도헤 성병에 걸렸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 제출되는 산부인과 진단서를 의학적 지식을 가지고 살펴보면 단순한 세균성 질염으로서 성관계로 발병한 것인지 단정할 수 없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오히려 진단서를 제출하거나 의문을 제시한 것이 역효과를 얻게 될 수 도 있습니다. 

변호사 생활을 하다보면 설날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만 지나면 이혼상담이 급증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혼이라는 제도가 법적으로 인정되는 이상 이혼 자체는 개인의 선택일 뿐이지만, 그렇게 좋은 경험이 아닌 것도 분명합니다. 아름다운 이별까지는 아니더라도 추하지 않은 이별이 될 수 있도록 이별에도 현명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김대호 변호사(lawyerdoctor@daum.net)는 공학을 전공하고 사법시험에 합격, 변호사로서 활발히 활동하는 중에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의사자격까지 취득한 독특한 이력의 변호사이자 의사이다. 현재 로펌 고우의 공동대표변호사로서 주로 지적재산권, 스타트업 기업자문, 의료분야와 관련한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의료법 칼럼니스트로서 저술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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