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대·중소기업 상생? "NO! 기술유용행위"

[the L] 11년차 공정거래전문 변호사가 말해주는 ‘공정거래로(law)’ 이야기

2017 중소기업 기술혁신대전 기술체험관 /사진=김유경 기자

# 대기업인 A사는 수급사업자인 중소기업 B사에게 배터리 라벨 제조 관련 기술자료를 23회에 걸쳐 전자우편, 전화 등을 통해 요구했다. A사는 B사로부터 기술자료를 받아내고서는 자신의 해외 자회사인 중국 법인에 자료를 유용하도록 했다. 

B사가 A사의 요구로 제공한 기술자료는 B사의 특허와 관련된 배터리 라벨의 원가 자료와 원재료 사양정보, 상표 제조방법과 제조 설비 등 제조 과정 전반에 걸친 것으로, 이 자료는 B사에 의해 비밀리에 관리되고 있었다. A사는 B사로부터 제공받은 기술자료를 활용해서 중국 법인 내에 배터리 라벨 제조시설을 설치하여 배터리 라벨을 생산했다.

결국 공정위는 A사가 B사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기술자료 제공을 요구했고, 이를 제출받아 유용했다고 판단했다(하도급법 제12조의3 제1항 및 제3항 위반). 또 A사에 대해 시정명령, 임직원 교육이수명령, 과징금 부과와 함께 검찰고발 조치했다. 이 조치는 지난 2010년 대기업의 중소 수급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기술자료 제공 요구·유용행위 관련 제도를 도입한 이후 최초로 적발된 사례이다.

◇대·중소기업 상생위한 기술유용행위 근절대책 마련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고 소득주도 성장 및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그러나 대·중소기업 간 기술자료 요구·유용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고 그 결과 중소기업의 경쟁력 및 기술개발 유인을 크게 저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초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을 상대로 최근 3년간 기술유출 피해경험이 있는 중소기업의 비율을 조사한 결과 3.5%(52개사)에 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유용, 부당기술요구 등으로 정작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사건은 각각 1건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현재의 집행체계로는 기술유용 적발에 한계가 있고 법과 제도 역시 중소기업 기술을 충분히 보호하는데 역부족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공정위는 최근 대기업의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위한 기술유용 행위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이러한 대책으로 기존에는 재재할 수 없었던 기술유용 행위가 앞으로는 제재가 가능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협력평가 우수기업인 대기업 A사의 기술유용 행위에 대해 민원이 접수된 경우, 기존에는 협력평가 우수기업 인센티브로 직권조사가 불가했으나 이제는 민원내용 등을 바탕으로 직권조사 실시가 가능해진 점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기술을 제3의 업체에게 제공했으나 구체적인 유용행위에 대한 증빙이 부족한 경우, 기존에는 기술유용에 대한 입증이 불가능해 사건처리가 불가했으나 이제는 기술자료를 제3자에게 유출한 행위만을 근거로 제재할 수 있게 된 점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세부원가 내역서 및 원가내역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한 세부증빙도 요구한 경우, 기존에는 부당한 경영정보 요구에 대한 제재가 불가했으나, 이제는 경영정보 요구 금지 위반으로 제재할 수 있게 된 점 등이 변화된 주요 내용들이다.

이외에도 △대기업에게 물건을 납품한 후 3년간 사후관리를 진행하는 도중 대기업의 기술유용으로 피해를 입어 납품 후 3년이 경과한 이후 공정위에 신고한 경우, 기존에는 시효도과로 사건처리가 불가했으나, 이제는 납품 후 7년 이내에 해당하는 경우 사건처리가 가능해진 점 △대기업이 수급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제조방법·도면 등 기술자료를 요구해 유사제품을 제조하고 하도급계약은 체결하지 않은 경우, 기존에는 적극적인 제재에 한계가 있었으나, 이제는 수급사업자의 사업활동을 상당히 곤란하게 한 행위(공정거래법상 사업활동 방해행위)로 보아 적극적으로 대응이 가능해진 점 등도 개선된 부분이다.

이와 같은 근절대책 마련은 그 동안 억울함을 겪고도 제대로 호소할 방법이 없거나 구제받기 어려웠던 중소기업들의 기술탈취 문제를 해결할 희망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또한 기술자료 부당 요구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 제시 등으로 대기업 스스로도 위법행위를 사전에 인지하고 자율적으로 법을 준수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폰도 우리 중소기업이 토대로 만들어져

스티브 잡스에 이어 애플의 새CEO인 팀 쿡이 우리나라 정보기술(IT) 분야 제품력과 아이디어를 높이 평가했던 사실이 알려져 뒤늦게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팀 쿡에게 아이폰의 혁신적인 개발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해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스마트폰 별거 아니다. 한국에서 사용되다 사라졌거나 세계화되지 못한 것들이 많았는데 그걸 모아다 연구하고 다시 조립한 게 바로 스마트폰이다.” 

사실 스마트폰의 원천기술은 분당의 한 중소벤처기업에서 개발했으나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그 기술을 공짜로 빼앗으려 하자 중국으로 건너가 차이나 텔레콤에서 기술설명회를 한 후 헐값에 중개인에게 팔았고, 그 기술이 다시 애플사에 팔려 스크린 터치방식으로 업그레이드 시켜 성공한 케이스라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수평적인 상생관계 위한 변화 필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틈새 시장을 공략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강소기업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중소기업들이 평생 들여 개발한 기술을 빼앗는 기술유용행위가 여전하다. 

이러한 기술유용 행위는 중소기업의 창업과 투자를 저해하고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잠식하는 반사회적 행위라는 점에서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근절대책에 앞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수직적인 갑과 을의 관계에서 벗어나 수평적인 상생의 관계를 위한 기업 자체적인 마인드 변화가 우선 이루어지길 바라본다. 


법무법인(유한) 바른의 공정거래팀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백광현 변호사(연수원 36기)는 공정거래분야 전문가로 기업에서 발생하는 복잡다단한 공정거래 관련 이슈들을 상담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공정거래법 실무)를 맡고 있다.

관련기사


페이스북 공유트위터 공유
목록
 
세상과 잘 사는법, 내가 잘 사는법 - 네이버 법률
제 5회 아시아 법제 전문가 회의
모든 법령정보가 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