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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노동법] 임금 오르면 퇴직자도 더 받는다고?

[the L] 퇴직자에 임금인상분 소급적용은 '노동관행' 아냐…퇴직자 vs 한국전력 소송서 퇴직자 패소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퇴직한 후 노사간 단체협약으로 임금이 오를 경우 사측이 그해 퇴직한 사람들에게 차액을 소급해 지급해오다 갑자기 지급하지 않게 됐다면 어떨까요. 단체협약에 명문 규정은 없었지만 회사가 창사 이래 30여년간 이렇게 퇴직금을 소급해 지급해오다 갑자기 중단했다면 그해 퇴직자들은 이를 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요? 이런 퇴직금 소급지급을 구속력 있는 '노동관행'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2000다50701)이 있습니다.

한국전력공사는 1961년 창사 이후 1996년까지 직원들에게 해당 연도의 직전년도 12월16일부터 해당 연도의 단체협약 체결일 전일까지 그 직전 연도 보수규정에 따라 지급된 임금과 같은 기간 동안 개정된 보수규정에 따라 지급됐을 임금과의 차액(임금인상분 차액)을 소급 정산해 추가로 지급해왔습니다.

한전은 이 기간 동안 퇴직한 직원들에게도 임금인상분 차액과 이 차액을 원래의 날짜에 지급받았더라면 이를 기초로 산정됐을 퇴직금액과의 차액(퇴직금 인상분 차액)을 추가로 지급해 왔고, 이러한 조치에 대해 노사 쌍방은 1996년까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997년 당시 재정경제원은 한전을 포함한 13개 정부투자기관에게 ‘임금협약 체결 이전에 퇴직한 근로자에게 임금협약을 소급 적용하지 말라'는 내용의 감사원 감사결과 이행촉구 공문을 시달했습니다. 한전은 1997년 11월 19일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보수규정을 개정했습니다. 공문에 따라 한전은 단체협약 체결일 당시 '재직 중'인 직원들에게 1996년 12월 16일부터 위 단체협약 체결일 전일까지 발생한 임금인상분 차액을 소급 정산해 지급했지만, 1997년 1월 17일부터 같은 해 11월 16일 사이에 퇴직한 홍모씨 등 한국전력공사 직원 237명에게는 임금인상분 차액과 이에 기초한 퇴직금 인상분 차액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홍씨 등은 "한전 노사간에는 창사 이래 해당 연도의 임금을 인상하기로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체결되면 단체협약 체결일 당시 재직중인 직원들 및 그 직전 년 12월 16일부터 해당 연도 단체협약 체결일 전일까지 사이에 퇴직한 직원들에게 해당 연도에 체결된 단체협약에 따라 산정된 임금인상분 차액을 추가 지급하고, 나아가 퇴직한 직원들에게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퇴직금인상분 차액을 추가 지급하는 관행이 존재해 왔고, 이 같은 방식에 의한 임금 추가 지급이 하나의 묵시적 규범으로 인식돼 정착되기에 이르러 이른바 '노동관행'이 성립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퇴직금 차액을 지급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한전이 단체협약에 따라 산정된 임금 및 퇴직금인상분 차액을 추가 지급하던 종전의 노동관행에 반해 그 지급을 중단하려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는 등의 절차를 거쳤어야 하는데, 그런 절차를 거쳤다는 아무런 주장 또는 입증이 없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습니다.

쟁점은 이른바 '노동관행'의 성립 여부였습니다. 노동관행이란 단협이나 취업규칙 등으로 성문화되지는 못했지만 노사관계상 장기간 반복적으로 행해진 처리방법을 말하는 것입니다.

2심은 홍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 "어느 사업체 내에서 근로조건 등과 관련해 일정한 취급 내지 처리가 노사간에 아무런 이의 없이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행하여짐으로써 그 노사간에 그러한 취급 내지 처리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하나의 묵시적 규범으로 인식되어 정착되기에 이르렀다면 그러한 취급 내지 처리는 이른바 '노동관행'으로서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 등에 반하지 아니하고 그러한 취급 내지 처리가 오히려 근로자에게 유리한 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되어 개별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효력이 있다 할 것"이라며 "취업규칙의 변경에 준하여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그러한 노동관행에 반하여 근로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노동관행이 존재하고 있었던 이상, 직원들은 퇴직 당시에 이미 한전에 대하여 1997년도에 체결될 단체협약의 내용에 따라 장차 산정될 임금 및 퇴직금인상분 차액을 청구할 조건부채권을 가지고 있었고, 다만 각 그 지급시기와 산정방법이 직원들의 퇴직 이후 시점에 결정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사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법원은 우선 퇴직 근로자들에게는 변경된 단체협약의 효력이 미치지 않고, 협약이 근로자들에게 유리하게 변경되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했습니다. 법원은 "홍씨 등은 한전을 퇴직하면서 그 퇴직 당시에 효력을 가지고 있던 근로계약, 단체협약 및 보수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산정된 임금 및 퇴직금 전액을 지급받은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홍씨들로서는 한전에 대하여 더 이상의 임금이나 퇴직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이어 "원래 단체협약이란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하여 체결하는 협정으로서, 노동조합이 사용자측과 기존의 임금ㆍ근로시간ㆍ퇴직금 등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기준에 관하여 소급적으로 동의하거나 이를 승인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에 그 동의나 승인의 효력은 단체협약이 시행된 이후에 그 사업체에 종사하면서 그 협약의 적용을 받게 될 노동조합원이나 근로자들에 대해서만 생기고 단체협약 체결 이전에 이미 퇴직한 근로자에게는 위와 같은 효력이 생길 여지가 없으며,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변경된 경우라 하더라도 다를 바 없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한전의 '노사관행'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내세우는 노사관행이 한전이 이미 퇴직한 근로자들에게까지 임의로 임금인상분 및 퇴직금인상분 차액을 추가 지급하여 준 사실을 말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집단과 사용자 사이에 있었던 사실이 아니라, 이미 퇴직한 근로자들과 사용자였던 한전 공사 사이에 있었던 외부적 사정에 불과하므로, 그로써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집단과 사용자 사이의 노사관행이 성립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은 또 "홍씨들로서는 한전에 재직할 당시 한전이 이미 퇴직한 근로자들에게 위와 같이 임금 및 퇴직금인상분 차액을 지급하여 온 사실에 기하여 자기들도 퇴직하게 되면 같은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는 있으나, 이러한 기대가 원심이 인정하는 바와 같은 조건부채권이 되기 위해서는 한전과 그 재직 근로자들 사이에서 규범적으로 ‘단체협약이 퇴직자에게도 적용된다‘는 내용의 노사관행이 성립되어 있었어야 할 것"이라면서 "기업의 내부에 존재하는 특정의 관행이 근로계약의 내용을 이루고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그러한 관행이 기업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적인 사실로서 명확히 승인되거나 기업의 구성원에 의하여 일반적으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서 기업 내에서 사실상의 제도로서 확립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규범의식에 의하여 지지되고 있어야 한다"고 보아 매우 엄격하게 노사관행 성립 여부를 판단하였습니다. 이른바 관습법에 준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노사관행의 성립을 인정하겠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결국 이 사안에서 "단체협약이 그 본래적인 성질에 있어서 협약 당사자인 구성원에게만 그 효력이 미치는 점, 이미 퇴직한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의 단체교섭에 간여하거나 이를 조종ㆍ선동할 수 없는 점(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0조)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내용의 노사관행은 그 성립요건인 규범의식 자체가 인정될 수 없는 것이고, 기록상 달리 위와 같은 규범의식이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하여 원심이 설시한 조건부채권의 성립을 단정할 수도 없다“며 한전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관련법령=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법률 제6456호, 2001.3.28., 일부개정] 제33조 (기준의 효력) 
①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로 한다.
②근로계약에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 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무효로 된 부분은 단체협약에 정한 기준에 의한다.

민법 [법률 제6591호, 2002.1.14., 일부개정] 제106조 (사실인 관습) 
법령중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관계없는 규정과 다른 관습이 있는 경우에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관습에 의한다.

근로기준법 [법률 제6507호, 2001.8.14., 일부개정] 제24조 (근로조건의 명시)
사용자는 근로계약 체결시에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 근로시간 기타의 근로조건을 명시하여야 한다. 이 경우 임금의 구성항목, 계산방법 및 지불방법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명시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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