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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판례氏] 체포하려는 경찰 깨문 30대男 무죄…왜?

[the L] 법원 "체포 필요성 없었다면 반항하다 경찰 상해해도 정당방위"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늦은 밤 자신을 불심검문하려는 경찰관들에게 욕설을 하고, 체포되지 않으려고 경찰관들을 밀치고 깨문 30대 남성이 대법원에서 공무집행방해 및 상해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어떻게 된 사연일까.

허모씨(35)는 2009년 9월6일 새벽 1시45분 서울 마포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전화를 걸다가 인근 지역을 순찰하던 경찰관 A씨와 B씨로부터 불심검문을 받게 되자 자신의 운전면허증을 건넸다.

B씨가 신분조회를 하기 위해 순찰차로 걸어간 사이 허씨는 큰 소리로 "도둑질도 안했는데 왜 검문을 하냐"라고 외치며 욕설을 했다. 이에 A씨는 허씨에게 모욕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고지한 후 허씨의 오른쪽 어깨를 붙잡았고, 허씨는 강하게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허씨는 A씨의 가슴을 밀치고 멱살을 잡았다. 그는 입으로 A씨의 팔을 세게 물기도 했다. 허씨는 체포당해 순찰차 뒷좌석에 탄 뒤에도 발로 운전석을 차는 등 난동을 부린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허씨는 모욕 및 공무집행방해, 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법원은 허씨의 공무집행방해 및 상해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경찰이 허씨를 체포하려 한 것이 적법한 행위라고 볼 수 없는 만큼, 그 과정에서 상해가 가해졌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심은 "허씨는 불심검문에 응해 이미 운전면허증을 교부한 상태였고, 큰 소리로 욕설을 한 상태여서 도망을 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또 허씨가 욕설을 한 범행은 불심검문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행위로 사안이 경미하기 때문에 체포를 할 급박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므로 A씨 등이 허씨를 체포한 행위는 현행범 체포 요건을 갖추지 못해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할 수 없다"며 "허씨가 체포를 면하려고 반항하는 과정에서 A씨 등에게 상해를 가한 것은 불법체포로 인한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 정당방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1심은 다만 허씨가 큰 소리로 욕설을 한 것은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허씨 측은 불심검문이 위법하게 이뤄져 욕설을 한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은 "허씨가 심야에 골목길 빌라 주차장에서 통화를 하고 있었던 점과 당시 그 빌라 일대에서 수십건의 절도와 강제추행 등 사건이 발생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경찰관이 허씨를 불심검문 대상으로 삼은 데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 등이 신분증 제시를 강요하거나 강제력을 행사한 것도 아닌데 허씨가 욕설을 한 이상, 이를 부적법한 공무집행에 대한 항의의 표시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후 2심 재판부 역시 이 같은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검찰은 허씨의 공무집행방해 및 상해 혐의가 유죄로 판단돼야 한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에서도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2011도3682)

◇관련조항

형법

제21조(정당방위)
①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에는 정황에 의하여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③전항의 경우에 그 행위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제136조(공무집행방해)
①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57조(상해, 존속상해)
①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11조(모욕)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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