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여학생 72명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은 경기 여주시 모 고등학교 교사 2명이 교단에서 퇴출당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은 최근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 고교 교사 2명에 대한 파면 처분을 의결했다고 지난 11일 밝혔습니다.

이들은 최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는데요. 이번 파면 처분으로 이들은 공무원 신분을 박탈당하며, 향후 5년간 공직 임용이 제한된다고 합니다.

이들은 아직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지 않아 무죄로 변경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닌데요. 이와 유사한 사건을 다룬 대법원 판례가 있어 소개합니다.

강원도의 한 여고 담임교사였던 A씨는 2015년 3월부터 9월까지 여학생들의 허리 부위를 감싸 안거나 대화 중 손으로 학생들의 손을 잡고 만지작거리는 등의 행위를 지속적으로 반복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싫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학생에게 재차 손을 달라고 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는데요.

A씨는 교무실이나 교실 등 개방된 공간에서 학생들과 친밀감을 높이려는 의도로 이런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A씨는 결국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재판을 받게 된 A씨에게 1심 법원은 성추행의 고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벌금 700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달랐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A씨가 추행에 해당한다는 인식 없이 신체 접촉을 통해 친밀감과 유대감을 높이려는 교육철학에서 이 같은 행동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또한 ”손이나 손목 등이 사회통념상 성적으로 민감한 신체부위라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렇게 1심과 항소심의 결론이 다르게 나온 가운데 대법원은 이 사건을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대법원은 해당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고 했습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위계 등 추행 혐의로 기소된 교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2017도3390 판결).

대법원 재판부는 "청소년성보호법상 추행죄 성립에 필요한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는 고의만으로 충분하다"며 "그 외에 성욕을 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까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대법원 재판부는 "이런 행위가 객관적으로 친분관계를 쌓기 위한 행위로 보기 어렵고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등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서적으로 민감한 만 15~16세의 피해자들이 별다른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신체적 접촉을 할 정도의 사이라고 보이지 않는다”며 “추행의 고의도 충분하다”고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