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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자수첩]박근혜 없는 박근혜 재판

[the L]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

10월16일 발언을 끝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더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재판부 만류에도 사선 변호인단은 전원 사임했다. 재판부가 국선변호인 5명을 선임해 재판을 재개했지만, 그는 나오지 않았다. 이후 세 번 열린 박 전 대통령 재판은 ‘피고인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는 판사의 말로 시작됐다.

누구보다도 ‘법치(法治)’를 강조하던 그다. 재임 중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라도 열리면 “대한민국 법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강력 대응을 요구하고, “세월호 7시간의 행적을 밝히라”는 요구에는 ‘명예훼손’을 언급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하던 그다. 그렇게 ‘법치’를 강조하던 그가 본인 사건으로 법정에 서자 ‘재판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리고 본인 재판에 나오질 않는다.

누구보다도 ‘법’의 특권을 누려온 그다. ‘국정농단’으로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와중에도 ‘재임 중 형사상 소추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헌법 조항 뒤에 서서 단 한번도 수사기관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탄핵 후에는 검찰 조사 후 7시간 넘게 신문조서 수정을 요구했고, 영장심사에서는 8시간 넘게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 보이콧은 재판부로서는 모욕적인 행위다. 재판부 면전에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최다 인원의 국선변호인을 선임해줬다.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 밝힌 국선 변호인들은 접견조차 받아주지 않는 박 전 대통령을 위한 변론을 이어가고 있다. 국선으로 바뀌고 나서야 제대로 된 변론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책임질 일은 책임을 지는 것, 그것이 본인이 그토록 강조하던 ‘법치’다. 그리고 전직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뽑아준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에 나오지 않지만 지지자들은 여전히 재판에 나와 국선변호인들에게 “목숨을 내놓고 재판에 임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기다리는 지지자들을 위해서라도 재판에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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