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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리포트

"똑같은 사기 쳐도 시골은 구속, 강남은 불구속"?

[the L] [재판의 법칙-구속의 비밀 ①] "젊은 판사가 구속 잘 시킨다"…사실일까?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사기를 쳐도 강남에 주소를 두고 쳐야 한다. 똑같은 5000만원짜리 사기를 쳐도 지방에선 구속되지만 강남에선 불구속이다."

법조계에서 공공연히 떠도는 말이다. 큰 사건이 많은 서울, 그중에서도 부촌인 강남구 등을 관할하는 서울중앙지법에선 5000만원짜리 사기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구속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시골에선 5000만원 사기도 큰 사건이어서 구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같은 사건도 신참 판사가 맡으면 구속, 고참 판사가 하면 불구속"이라는 말도 있다. 구속영장 발부 기준이 법원 또는 판사에 따라 제각각이고, 구속영장 발부 기준도 공개되지 않다보니 나오는 얘기들이다. 이런 속설들은 과연 사실일까? 

사람을 구속시킬 권한은 법원에게 있다. 검찰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기 전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 원칙적으로 선고가 확정되기 전까지 피의자 또는 피고인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무죄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상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주거가 불확실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갈 염려가 있을 경우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해 구금할 수 있다.

문제는 구속영장 발부 기준이 '의심'과 '염려' 등 주관적인 표현들 중심이어서 구속 여부에 판사의 재량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서울중앙지법이 큰 사건이 많아 판사들의 역치가 높아져서 그런지 다른 지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그러운 것은 분명하다"며 "지방에선 구속될 사건도 서울중앙지법에선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과 지방에서 두루 형사재판을 경험한 A판사는 "같은 1억원짜리 범죄라도 서울과 지방에선 파급효과가 다르다보니 지역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지방에서 집 한채 값으로 사기를 쳤어도 서울에선 전세값도 안 나오는 정도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면서도 "금액보다는 죄질이나 증거가 얼마나 확실한지, 실형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가 더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법죄 금액이 작더라도 증거가 명확해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면 도주 위험이 큰 만큼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각 지방법원이 구속영장 기각률을 전국 평균 수준에 가깝게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영장 발부 건수를 조정하는 경우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2017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평균 구속영장 기각률은 18.3%였다. 지방법원 가운데 기각률이 가장 낮은 곳은 서울동부지법으로 13.5%, 가장 높은 곳은 울산지법으로 23.3%로 최대 10%포인트 정도 차이가 났지만 대체로 18% 안팎을 맴돌았다. 서울중앙지법은 17.5%로 평균을 소폭 밑돌았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지방의 B부장판사는 "영장기각률의 차이가 크면 법원별로 들쑥날쑥 기준이 없다고 하고, 비율이 고르게 나오면 의도적으로 맞춘다고 의심한다"며 "영장기각률을 의도적으로 맞추기 보다는 사건이 많이 쌓이다보니 평균에 가깝게 수렴하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형사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C판사 역시 "지역별 기각률까지 고려하며 영장발부 여부를 결정하기에는 사건도 많고 여력이 안된다"며 "일부러 맞추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판사의 연륜에 따라 구속 여부가 갈린다는 주장도 있다. 무거운 범죄 등에 대한 재판 경험이 많은 고참 판사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가벼운 범죄에 대해 관대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영장전담부 판사들에 비해 고참 판사가 맡는 구속적부심에서 석방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한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는 "솔직히 가장 정의로운 판사는 신입 판사"라며 "판사도 사람인지라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다보면 대개 너그러워지는 경향이 생긴다"고 말했다. 반면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재직 중인 D판사는 "젊은 판사들이 구속영장을 더 많이 발부하고 형도 세게 준다는 얘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경력이나 나이보다는 사람에 따른 차이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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