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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개인 문제"?…저출산보다 뒷전에 밀린 자살 대책

[the L] [Law&Life-막아야 할 '선택' ①] 日, 국가·지자체 역량 총동원해 자살 줄이는 데 성공…"자살 문제, 저출산과 함께 다뤄야"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지난 18일 유명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멤버 종현(27·본명 이종현)이 숨진 채 발견됐다. 동료 가수에게 맡겨뒀던 유서에서 종현은 유명인으로서의 삶을 비관한다고 밝혔다. 자신을 담당한 의사를 향한 원망도 담겨 있었다. 그는 "눈치채주길 바랐지만 아무도 몰랐다"고 했다.

#"이 메시지를 볼 때쯤이면 할머니와 삼촌은…." 80대 노모를 돌보던 아들 A씨(55)가 지난 5월 남긴 마지막 문자메시지다. A씨는 친지에게 이 메시지를 예약 발송하고 3일 뒤 어머니와 함께 목숨을 끊었다. A씨는 6년 전부터 치매 증상을 보인 어머니를 모시고 단 둘이 살았다. 들어오는 돈이라곤 기초생활비가 전부였다고 한다.

자살은 남녀노소, 빈부격차를 가리지 않는 사회적인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는 매년 1만명이 넘는다. 지난해에는 1만3092명이었다. 10만명 중 25.6명 꼴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의 2배가 넘는다. OECD 평균은 2014년 기준 약 12.3명이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예산과 인력이 터무니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자살은 개인의 문제일 뿐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과감한 법·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살예방법? 법이 아닌 선언일 뿐"

자살은 주변에 큰 충격을 안긴다. 이는 자칫 또 다른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대병원이 자살유가족 7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60% 이상이 우울감과 불면·불안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72명 가운데 21명은 극단적인 선택까지 나아간 적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자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약 6조5000억원에 이른다. 경제활동을 해야 할 청년·중년층들이 스스로 생을 저버린 결과다. 2014년부터 최근 3년 간 자살은 20~40대의 사망 원인에서 2위 이상을 차지했다.

우리 정부와 국회도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2011년 제18대 국회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국가가 나서 예방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자살예방법을 제정했다. 보건복지부는 이 법률에 따라 중앙자살예방센터를 설치해 민간단체에 위탁 운영 중이다. 내년에는 자살 문제를 전담하는 자살예방정책과도 신설할 예정이다. 이전까지는 복지부에서 자살 문제를 전담하는 부서는 없었고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공무원도 2명뿐이었다.

그러나 이 정도 조치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복지부가 아닌 국무총리실 산하에 '생명위원회'를 신설하고 자살 문제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살예방행동포럼 '라이프'의 한 관계자는 "예방센터를 복지부 산하에 둔 것만 봐도 정부가 자살예방을 우울증, 공황장애 같은 개인 보건의료 문제 정도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살예방 문제는 사회, 경제부서 모두가 협업해야 하고, 특히 경찰과의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며 "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원인은 무엇인지 등에 관한 경찰 통계를 빠르게 받아볼 수 있어야 실효성 있는 자살예방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일본은 매달 이런 빅데이터를 제공하는데 우리나라는 해가 지나야 나온다"며 "단체와 단체, 조직과 조직 간의 업무 협조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법 개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보다 구체적인 자살방지 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자살예방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자살예방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제13조 제1항),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장은 생명존중문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제15조)처럼 자살예방 사업을 권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를 의무사항으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라이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자살예방법은 법이 아니라 '선언'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고 했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자살률 떨어뜨린 일본, 비결은?

자살예방정책의 모범 사례는 일본이다. 일본은 2003년 인구 10만명 당 23.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자살 문제가 심각했다. 그랬던 일본의 자살률은 2012년 19.1명에 이어 2014년엔 17.6명까지 떨어졌다. 그 배경엔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있었다.

일본은 2006년 세계 최초로 자살예방을 위한 법률을 제정했다. '누구도 자살로 내몰리지 않는 사회를 실현한다'는 목표로 만들어진 이 법은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자살예방대책을 마련하도록 의무화했다. 이후에도 일본 의회는 정당을 가리지 않는 모임인 '자살대책을 추진하는 의원 모임'을 만들어 법 개정을 꾸준히 논의하고 있다.

정부도 자살예방사업에 역량을 총동원했다. 일단 사업 책임을 후생노동성에서 총리실 산하 내각부로 넘겼다. 위상이 높아지자 예산을 따기도 쉬워졌다. 일본의 자살예방 예산은 2014년까지 3000억원대였다가 2015년부터 7000억원대로 뛰었다. 최근 자살예방사업 주무부처가 후생노동성으로 다시 바뀌었지만 이미 인프라가 확립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평가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자살률을 최소한 일본 수준으로 끌어내리려면 국가 뿐 아니라 국민들의 관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라이프 관계자는 "자살 문제는 결국 지금 우리 사회가 '살고 싶은 사회인지'의 문제"라며 "그런 면에서 저출산 문제와 함께 다뤄져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사회적인 관심은 자살예방보다 저출산 문제에 더 크게 쏠려있다"며 "전 국민이 '게이트키퍼'가 돼야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현정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우리나라에서 자살은 개인의 문제라는 인식이 많은데 사실은 사회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며 "정서와 가치관을 바꾸기 위한 교육을 어려서부터, 또 직장에서도 실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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