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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세무조사 범위 함부로 확대하면?

[the L]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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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 국세청 조사국장이 2017년 12월 6일 정부세종2청사 국세청 기자실에서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역외탈세 추적 및 과세'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세청은 조세회피처와 해외현지법인 등을 이용해 소득이나 재산을 은닉한 혐의자 37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착수했다. 한편 지난해는 역외탈세자 228명을 조사해 1조3072억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뉴스1

과세관청이 실시하는 세무조사의 범위는 누가 어떻게 정하고, 조사가 진행되는 도중이라도 자유롭게 그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가? 실제 세무조사를 받게 되는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자칫 조사공무원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어디까지 불통이 튈 지 몰라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다. 도대체 당국이 어디까지 조사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없어 불안한 상태에서 세무조사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국세기본법 제81조의 9는 구체적인 세금탈루 혐의가 여러 과세기간 또는 다른 세목까지 관련되는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세무조사 진행 중 조사의 범위를 임의로 확대할 수 없도록 하는 한편, 일정한 사유가 있어 조사의 범위를 확대하는 경우에는 그 사유와 범위를 납세자에게 문서로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예상치 못한 세무조사에 기한 부과처분으로부터 납세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그 동안 과세관청은 위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그러한 경우 세무조사에 따른 부과처분을 취소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논란이 계속되어 왔다. 이에 관해 조세심판원은 최근 과세관청이 세무조사를 진행하면서 법에 정해진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채 당초 지정된 조사대상 과세기간 외의 기간에 관한 전산파일을 확보하고 이를 과세자료로 활용해 세금을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사안은 이렇다. 과세관청은 납세자 A에 대해 2016. 9월 ~ 10월경 개인통합조사 및 자금출처 세무조사를 실시하였는데, 당초 그 조사대상 과세기간은 2013년 ~ 2015년이었다. 그런데 세무조사 도중 당초 조사대상 과세기간이었던 2013년 ~ 2015년 분의 매출누락만이 아니라, 2011년 ~ 2012년 분의 매출누락 사실도 추가로 적발되었고, 결국 과세관청은 A에게 당초 조사대상 과세기간을 넘어 2011년 제2기 ~ 2015년 제2기 분에 관해 부가가치세 등을 경정∙고지하였다. 

이에 대해 A가 불복하였고, 조세심판원은 2017. 11월 과세관청이 세무조사 도중 국세기본법상 조사범위확대에 관한 제한규정을 위반하여 임의로 조사범위를 확대하였고, 납세자에게 그러한 조사범위 확대의 사유와 범위를 문서로 통지하지도 않은 것은 중대한 절차상 하자라는 이유로, 조사범위가 확대된 2011년 ~ 2012년 귀속 부가가치세 등 부과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한 것이다.

헌법 제12조 제1항이 규정하는 적법절차의 원칙은 형사소송절차에 국한되지 아니하고 국가작용 전반에 적용된다. 이러한 원칙이 세무조사의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세무조사는 국가의 과세권을 실현하기 위한 행정조사의 일종으로 그로 인해 납세자의 재산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으므로, 세무공무원의 세무조사권 행사에서도 적법절차의 원칙은 마땅히 준수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 세법은 세무공무원이 적정하고 공평한 과세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세무조사를 하고, 다른 목적을 위해 조사권을 남용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세무조사권 행사의 요건 및 절차, 이에 대응하는 납세자의 권리보호에 관해 비교적 자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개별∙구체적인 사안에서 세무조사권의 행사가 그 범위와 한계 내에서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종래 대법원은 세무조사절차에 어떠한 하자가 있었더라도 그것이 전혀 조사를 결한 경우나 사기나 강박 등의 방법으로 과세처분의 기준이 되는 자료를 수집하는 등 중대한 것이 아닌 한 단지 절차상 하자만을 이유로 과세처분 자체를 취소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세무조사의 절차적 적법성에 관한 요구 못지 않게 세무조사가 조세의 탈루를 막고 납세자의 성실한 신고를 담보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점차 사회가 민주화되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의 가치가 중시됨에 따라, 과세관청의 세무조사권 행사에 일정한 한계를 설정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하도록 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근래에는 다수의 판결 등을 통해,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할 사유가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세무조사가 실시된 경우, 동일한 납세자에 대해 거듭 세무조사를 실시한 경우, 세무공무원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하여 세무조사를 실시한 경우 등에서, 그에 따른 과세처분이 절차위법을 이유로 취소되고 있다. 

지금까지 이러한 판단은 주로 사법기관인 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이었고, 그 동안 적법절차 준수에 관하여 대체적으로 납세자 보다는 과세관청의 입장을 옹호해온 조세심판원에서는 보기 어려운 판단이었으나, 이번 건은 조세심판원도 국세기본법상 조사범위 확대에 관한 제한 및 그 통지절차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경우 과세처분이 취소될 수 있음을 확인하고 과세관청의 무분별한 조사관행에 제동을 건 것으로,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보장의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법무법인(유) 화우의 김용택 변호사는 조세관련 쟁송과 자문이 주요 업무분야다. 각종 소득세, 법인세 관련 사건 외에도, 자본거래 관련 증여세, 금괴 도매업체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지방세 환급 및 추징, 조세포탈 관련 사건 등을 수행했다. 서대문세무서 납세자보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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