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기획관은 16일 오전 법원에 출석하면서 '혐의를 부인하느냐' '이 전 대통령 지시를 받고 한 일이냐' 등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김 전 비서관도 같은 시간 '5000만원을 민간인 사찰 입막음용으로 사용했느냐' '윗선의 지시를 받았느냐' 등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하며 법원 청사로 들어갔다. 

오민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오전 10시30분부터 김 전 기획관에 대한 심사를 진행한다. 같은 시간 김 전 비서관에 대한 심사는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았다. 이들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또는 다음날 새벽 결정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지난 1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국고손실 등의 혐의로 김 전 기획관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 전 비서관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동문이자 '집사'로 불릴 만큼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 전 기획관은 2008년 2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김성호·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으로부터 각각 2억원씩 총 4억원의 특활비를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청와대 파견 근무를 했던 검사 출신의 김 전 비서관 역시 수천만원대 국정원 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등손실 혐의는 횡령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김 전 기획관과 달리 그에게 업무상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김 전 비서관은 2011년 당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사건 무마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장진수 전 지원관실 주무관이 2012년 민간인 사찰 입막음용으로 5000만원을 받았다고 폭로했는데, 검찰은 이 5000만원이 김 전 비서관이 받은 국정원 자금이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 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에 대해 수사하던 중 이명박정부 시절 국정원 특활비가 청와대에 건네진 단서를 포착하고 지난 12일 김 전 기획관 등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이들을 차례로 소환해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경위 등에 대해 조사했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 관련 혐의 전반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