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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신체검사 같이 받자"…성추행보다 잦은 성희롱, 처벌은 '깜깜'

[the L 레터] 언어적 성희롱, 현행법상 처벌 규정 없어…법 개정 필요 지적도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신체검사를 받을 일이 있었다. 동료 변호사들과의 술자리에서 이 이야기가 나왔다. 한 중년 남성 변호사가 '신체검사에 같이 들어가자'며 웃었다. 옷을 다 벗는 일인데 엄청 불쾌했다. 하지만 어른이고 상사이다보니 항의하지 못했다. 자리에 앉아 있다가 나왔다."(A변호사)

#"연수원 시절 교수가 매일하는 건배사는 '성기발기'였다. 다들 불편해했지만 교수니 뭐라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듣고만 있어 속상했다."(B변호사)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과거 검찰 간부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은 사실을 폭로하면서 법조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그러나 물리력이 동반된 성추행보다 더욱 광범위하고 잦게 발생하는 성폭력이 언어적 성희롱이다. 문제는 현행법상 언어적 성희롱을 형사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법률 개정 등 법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법상 언어적 성희롱의 개념에 대해 정의하고 있는 법률은 국가인권위원회법과 남녀고용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등이다. 그러나 여기엔 직장 내에서 성희롱을 해서는 안 된다는 수준의 권고가 담겼을 뿐이다. 의무 사항이라곤 사업주가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정도다.

문자메시지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한 언어적 성희롱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처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면을 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언어적 성희롱은 사정이 다르다. 일각에서 모욕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해당 내용이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없으면 처벌이 불가능하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성희롱을 제재할 법적 수단이 전혀 없는 셈이다.

손배해상 청구 소송 등 민사적 방법으로는 해결이 가능하지만 이 역시 걸림돌이 많다. 민사소송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이 언어적 성희롱으로 피해를 입었음을 증거를 통해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말로 이뤄지는 언어적 성희롱은 그 특성상 사후적으로 증거를 수집하기가 쉽지 않다. 형사 고소와 달리 직접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도 부담이 클 수 있다.

이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언어적 성희롱도 처벌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이 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시대가 변하면서 언어적 성희롱이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만큼 입법부 차원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우리 사회는 성범죄에 다소 관대한 측면이 있다"며 "지금까지 성희롱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다는 점이 그 방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범죄 예방을 위해 성희롱 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기존 성추행 등 범죄에 대한 양형을 높이는 논의가 시작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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