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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가 시켜 어쩔 수 없이 합의서 썼는데…"

[the L] 12년차 공정거래전문 변호사가 말해주는 '공정거래로(law)' 이야기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 가맹본부 P는 구매·마케팅·영업지원·품질관리 등에 대한 각종 행정적 지원에 대한 대가라는 명목으로 ‘어드민피(Administration Fee)’라는 명칭의 가맹금을 가맹점사업자들부터 매월 수령하였다. 하지만 가맹점사업자들이 가맹본부 P와 체결한 가맹계약서에는 가맹점사업자들이 지급해야 하는 가맹금에 로열티(매출액의 6%), 광고비(매출액의 5%) 외에 어드민피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며, 이후 가맹본부 P는 가맹점사업자들과 계약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어드민피 부과에 대한 합의서를 작성하였다.

이러한 경우 가맹본부 P의 행위는 가맹점사업자들에게 불이익을 제공하는 것으로 가맹사업법상 불이익제공행위(제12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할까. 그리고 가맹점사업자들은 합의서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가맹본부 P에 지급한 어드민피 전부를 반환받을 수 있을까.

◇ 공정위, 가맹점사업자들에게 불이익을 제공한 가맹본부에 과징금 부과


가맹사업법상 불이익제공행위(제12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에 대하여 거래상 지위가 있어야 하고, △구입강제, 부당한 강요, 부당한 계약조건의 설정 또는 변경, 경영의 간섭, 판매목표 강제 등에 준하는 경우로서 가맹점사업자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여야 한다.

다만, 위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가맹본부의 상표권을 보호하고 상품 또는 용역의 동일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로서, 해당사실에 관하여 가맹본부가 미리 정보공개서를 통하여 가맹점사업자에게 알리고 가맹점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된다.

우선, 공정위는 가맹점사업자들이 가맹사업에 대한 기술, 경험 및 자금면에서 절대적인 약점에 있고, 이러한 약점은 사업적 능력에서 현격하게 우위에 있는 가맹본부의 전적인 지원에 의해 보완되는 위치에 있으므로, 가맹점사업자들은 가맹계약에 따라 가맹본부와 지속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하면서 가맹본부가 요구하는 조건과 기준에 따라 점포 및 내부시설을 준비하여야 하며, 만일 가맹점사업자가 원치 않는 시기에 가맹계약이 해지될 경우 위와 같은 시설투자비용을 충분히 회수하기 어려워져 경제적 손실을 입는 점에서 가맹본부의 거래상지위가 인정된다고 보았다.

나아가 공정위는 가맹본부가 이러한 거래상지위를 이용하여 가맹점사업자들과의 최소한의 의견 수렴절차 조차도 거치지 않고, 가맹계약서상 근거가 없는 금원을 징수하고, 그 징수 요율까지 일방적으로 인상하는 방법으로 가맹점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제공하였다고 판단하하였다.

또한, 가맹본부가 공정위에 등록된 정보공개서에 어드민피가 부과된다는 내용을 기재한 사실은 인정되나 가맹계약서상 근거 없이 어드민피를 부과하거나 이를 인상시킨 행위가 허용되지 않을 경우 가맹본부의 상표권을 보호하고 상품 또는 용역의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예외인정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고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 어드민피 합의서 작성 이후 부과한 어드민피는 자발성 인정···위법하지 않아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들과 계약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어드민피 부과에 대한 합의서를 작성한 것과 관련하여, 공정위 심사관은 가맹점사업자들이 계약 갱신과정에서 가맹본부의 합의서 작성 요구를 거부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가맹점사업자들이 합의서 작성에 자발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어드민피 합의서와 함께 가맹계약을 체결한 가맹점사업자의 경우 당해 계약 체결 시 사업계속 여부에 대한 선택권을 갖고 어드민피 합의서에 서명한 것임을 고려할 때 가맹본부가 어드민필 합의서를 작성한 가맹점사업자에 대하여 어드민피를 부과한 행위에 대하여는 위법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법원은 가맹점사업자들이 어드민피 부과와 관련하여 가맹본부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청구소송에서 어드민피가 가맹계약서상 근거가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가맹계약서상 어드민피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없고, △어드민피 지급에 관한 묵시적 합의도 인정할 수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맹본부는 법률상 아무 원인 없이 가맹점사업자들로부터 어드민피를 지급받아 그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고 그로 인하여 가맹점사업자들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은 어드민피 합의는 어드민피 부과의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가맹본부가 어드민피 합의서를 작성한 가맹점사업자들로부터 그 이후 수령한 어드민피는 부당이득이 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법원은 가맹본부에게 △합의서를 작성하지 않은 가맹점사업자들에게는 그들로부터 지급받은 어드민피 ‘전액’ 상당액을, △가맹계약을 갱신하면서 합의서를 작성한 가맹점사업자들에게는 ‘합의서 작성하기 이전까지’ 지급받은 어드민피 상당액을 부당이득금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고, △가맹계약을 신규 체결하면서 합의서를 작성한 가맹점사업자들에게 지급받은 어드민피 상당액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보았다.

◇ 개정된 가맹사업법···공정위 협조에 대한 보복도 위법

최근 외식업종 브랜드간 경쟁이 심화되고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등으로 인해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들이 모두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위 사례는 가맹본부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여 부당하게 가맹금을 수취하는 등 불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강력히 제재하고 법원은 그에 따른 부당이득을 반환하도록 한 것으로, 향후 가맹사업 거래 질서 확립에 일응 기준이 될 수 있으리라 보인다.

한편, 최근 가맹점주에 대한 보복 출점 등 이른바 '갑질' 혐의로 기소된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의 혐의가 법원에서 대부분 무죄로 판단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개정된 가맹거래법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영업지역을 변경하는 행위도 법률 위반 행위로 규정했다. 이런 행위는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부과 조치 대상이 된다. 아울러 가맹본부의 법 위반 행위를 공정위에 신고하거나 제보하고 증거자료를 제출한 사람은 포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개정으로 그동안 가맹점주는 보복이 두려워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를 신고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앞으로 공정위 협조에 대한 보복도 위법행위가 된 만큼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가 개선되기를 바라본다.

[법무법인(유한) 바른의 공정거래팀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백광현 변호사(연수원 36기)는 공정거래분야 전문가로 기업에서 발생하는 복잡다단한 공정거래 관련 이슈들을 상담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공정거래법 실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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