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무연고자가 남긴 재산, 어떻게 될까

[the L]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와 함께 하는 세상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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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 A씨는 말기 암 판정을 받은 후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던 중 별세하였다. 치료비 및 입원비가 수백만원 가량 미납되었고 A씨의 통장에는 이를 납부하기에 충분한 잔고가 있었지만 이를 미처 생전에 납부하지 못하였다. A씨에게는 가까운 가족이 없다.

# 배우자와 자녀가 없는 B씨는 생전에 C에게 본인 소유의 자동차를 매도하였지만, 명의를 변경해주기 전에 사망하고 말았다. C는 구청 담당부서에 차량 명의변경이 가능한지 문의하였지만 어렵다는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다.

위 사례들은 ‘무연고자’가 사망한 경우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상생활 속의 문제들이다. 작년 말 본 센터(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에서는 무연고자의 상속재산 처리절차에 관한 안내서를 발간하였다. 이후 관계기관 및 민간 영역에서 많은 상담사례들이 접수되었고 이에 대한 답변을 드리고 있지만 현행법령 및 제도 하에서는 명백한 한계가 존재한다.

◇무연고자 상속재산 처리절차의 한계점

망인에게 상속인이 존재하지 않거나 불분명한 경우 이론적으로 민법의 규정에 따라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가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할 수 있고, 선임된 재산관리인은 망인의 재산 및 채무들에 대해 관리, 처분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그리고 처리 후 남은 재산은 국고에 귀속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실제 사례들에서 위와 같은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일련의 절차를 모두 진행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이 적어도 1년 이상이 걸리고, 재산관리인의 보수로 약 300만 원 가량의 예납금이 지출되어야 한다. 물론 예납금은 차후에 상속재산에서 먼저 환급받을 수 있지만, 이러한 부담들을 청구인이 당장 짊어져야 한다는 점 때문에 절차를 밟지 않고 임의적으로 처분하거나 방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재산관리인 선임청구권자로 이해관계인과 검사가 규정되어 있는데, 현재 검찰 내에 재산관리인 선임절차에 관한 업무담당자나 절차가 마련되지 않아서 처리가 수월하지 않은 상황이다. 위 사례의 병원과 같은 망인의 채권자나 C가 직접 이해관계인으로서 선임청구를 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다수 사례들이 구청이나 주민센터에 접수되는 민원을 통해 파악되는데, 일선에서 사례들을 먼저 접하게 되는 지방자치단체에게 선임청구권이 없고 업무를 검찰청과 연계하여 처리할 담당부서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결국 방치된 채로 놓이고 있다.

◇'법률·제도' 정비 필요…
이해관계인 범위의 확대해야

한계점들을 극복하기 위한 궁극적인 해결책은 관계법령의 제·개정이다. 우선 재산관리인 선임에 관한 민법규정을 개정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청구권자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법률의 개정, 특히 민법의 개정은 단기간에 쉽게 논의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차선책으로 특별법을 제정하여 무연고자 상속재산을 국고로 귀속시키기까지의 일련의 절차들에 대해 신속한 처리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상속재산이 소액인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러한 경우에도 모두 재산관리인을 선임하도록 강제한다면 관리인 보수 예납도 어려운 문제가 있다. 따라서 상속재산이 일정 범위 내의 소액인 경우 간이한 방법을 통해 처리될 수 있도록 별도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법률의 제·개정 문제와 별도로 현재 상황에서는 선임청구권자인 ‘이해관계인’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여 시급하게 처리되어야 할 문제들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요구된다. 판례들을 통해 확인되는 ‘이해관계인’의 법적 의미는 법률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자만이 포함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넓게 보아 사실상, 경제상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경우에도 인정될 필요가 있다. 물론 상속재산에 대한 제3자의 침해가능성과 같은 수반되는 문제점들에 대한 고민도 병행되어야 한다.

본 센터에서는 이해관계인 범위의 외연 확대를 위해 여러 사례들에서 다양한 시도를 계획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사례를 접수받은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이나 망인 생전의 지인들, 이웃들 등을 청구권자로 하여 선임절차를 지원하는 방안이다. 돌아가신 분들께서 남긴 재산이 무의미하게 방치되어 침탈될 위험성에 놓인 현 상황을 방관한다면 사회 전체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까 싶다.


강민종 변호사(공익법무관)는 서울시복지재단 내에 있는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서울시민들을 대상으로 주로 민사 및 가사사건들에 대해 상담을 하며 법률지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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