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친절한판례氏] 설 명절 친척들과 고스톱, 도박일까

[the L] 판돈·시간·장소·사회적 지위·재산정도 등 종합해 판단

고스톱 화투

#설 연휴 친척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TV를 함께 보는 것도 다들 취향이 달라 쉽지 않죠. 제사를 지낸 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화투를 가져와 점당 500원을 걸고 고스톱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고스톱을 치다 돈을 크게 잃은 삼촌이 “고스톱도 도박죄야. 이건 다 무효야!”라고 외칩니다. 

이처럼 가볍게 치는 고스톱도 도박죄에 처벌받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일시적인 오락으로 화투를 치다 도박죄로 재판에 넘겨진 뒤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1980년대 일입니다. A씨는 경기도 수원시에 살면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같은 건물에 세들어 살던 세탁소 주인, 정육점 주인, 영업용 택시운전기사, 회사원 등과 서로 친해졌습니다. 

어느 날 이들은 친목을 다지기 위해 술 내기 고스톱을 치게 됐습니다. 정육점에서 오후 3시쯤부터 7시쯤까지 4시간 동안 점당 100원을 걸고 쳤죠. 많이 잃은 사람은 약 4000원을 날리고, 많이 딴 사람은 8000원 정도를 벌었습니다. 화투를 친 뒤 이들은 근처 포장마차에서 딴 돈에 약간의 돈을 얹어 1만원 상당의 술을 마셨습니다. 

이들은 결국 도박죄로 입건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은 A씨 등이 도박죄로 처벌받을 만큼 고스톱을 했다고 본 건데요. 그러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85도2096 판결)

대법원은 “도박죄 여부는 시간과 장소, 사회적 지위 및 재산정도, 재물의 근소성, 도박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해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A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은 술을 마시자며 점당 1000원씩을 걸고 고스톱을 친 사건에 대해서도 연령, 직업, 재산 정도 등에 비춰 일시 오락의 정도에 불과하는 만큼 도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84도1043 판결)

형법은 도박을 금지하면서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만 '일시 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문제는 판돈이 얼마 이하여야 일시 오락이냐는 건데요. 일률적으로 얼마 이상이면 도박죄라는 기준은 없습니다. 대법원은 △연령 △직업 △재산정도 △도박 시간 △도박 장소 △도박으로 인한 이득의 용도 △함께 한 사람의 관계 △도박에 이르게 된 경위 △친분관계 △사회적 지위와 재산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박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고스톱을 치더라도 가까운 사람끼리 형편에 맞게 가벼운 판돈만 걸고 쳐야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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