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문의 02-724-7792

위클리

"동네가 뜨니 나는 동네를 뜬다"…낙원상가 옥상에 무슨 일이?

[the L] [Law&Life-'낙원'에 드리운 그림자 ①] "관광객 위한 '환경미화' 아닌 주민 '삶' 생각하는 지역 개발 필요"


'낙원상가'. 지금은 서울 종로에 위치한 악기 매장이 많은 오래된 상가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60여년 전에는 국내 1세대 주상복합 건물로 유명한 '핫플레이스'였다. 세월이 흐르며 철거 위기에까지 처했던 낙원상가가 변신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는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이 지역 일대를 정비하고 상가 4·5·6·16층 등 4곳의 옥상을 공원과 전망대, 텃밭 등으로 꾸밀 계획이다. 전망대에선 서울을 동서남북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되고, 음악회 등이 열리는 야외 공연장도 생긴다. 구체적인 일정도 나왔다. 올해 하반기에는 공사에 들어가 2019년 하반기 문을 여는 게 목표다. 

그러나 주민들의 입장은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면 지역에 활기가 생기고 장사도 잘 돼 좋을 것이라는 기대 뒤에는 동네가 뜨면서 원주민이 밖으로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에 대한 우려가 숨어있다. 

◇ 낙원상가는 고민중

젠트리피케이션의 다른 말은 '둥지 내몰림'이다. 동네가 개발되면서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말한다. 앞서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용산구 경리단길 등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과정은 대동소이하다. 지역 개발로 또는 작은 가게들이 동네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인기를 끌자 프랜차이즈 등 대규모 자본들이 그 자리를 탐냈고,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크게 올렸다. 급격히 오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원주민, 소상공인들은 결국 동네를 떠났다. 

낙원상가 길 건너 익선동도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며 관광객이 크게 늘자 월세와 임대료가 올랐다. 원래 살던 기초생활수급자들이나 노인들 중 이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이들이 생겼다. 경복궁 옆 서촌 역시 마찬가지다. 수년간 서촌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던 김모씨는 건물주가 3000만원이던 보증금을 1억원으로, 297만원이던 월세를 1200만원으로 대폭 올리면서 법적 다툼 중이다. 

도시재생사업의 대상이 된 낙원상가 일대 역시 이 과정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낙원상가 일대 도시재생사업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입장은 갈린다. 낙원상가 악기 매장에서 7년째 일하고 있는 J씨는 "유입인구가 늘어서 매출이 오르지 않을까 기대감을 갖는 이들도 있고, 임대료 상승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요즘 빈 가게가 생길 정도로 경기가 나빠 사업 자체를 좋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인 아닌 내부인 시선으로 개발 고민해야"

낙원아파트의 주민들 역시 생각이 제각각이다. 집값 상승의 기대도 있지만, 아파트 옥상에 전망대 등이 생기면서 관광객이 늘어 생활에 지장을 줄지 모른다는 우려도 작지 않다. 낙원아파트 주민자영회 측은 "주민의 절반쯤이 이미 도시재생사업에 동의했다"면서도 "사생활 침해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낙원아파트 주민 이모씨는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서울시가 동의만 구하고 있다"며 "주거지역에 관광객이 드나드는 것은 싫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젠트리피케이션과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이란 것도 있다. 관광객이 몰려들어 동네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면서 원주민이 마을을 떠나는 문제를 일컫는다. 한때 낙후됐던 마을에 벽화 등을 그리는 도시재생사업이 인기를 끌었다. 처음에는 주민들도 달라진 동네 모습에 만족했지만,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실제 '벽화'로 유명한 이화마을은 관광객에 시달리다 못한 주민들이 그림을 페인트로 덧칠해버리는 일도 생겼다. 북촌한옥마을도 주민들이 관광객에 의한 사생활 침해를 호소한지 오래다. 

세운상가에 붙은 공고문./사진=구본기생활연구소

전문가들은 개발사업의 문제는 '주민'이 아닌 '외부인'의 시선으로 개발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외부인이 보기에 낡은 지역을 보기 좋게 바꾸려는 과정에 정작 지역 주민들의 삶은 소외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구본기 생활연구소장은 "도시재생사업이 외부인을 위한 환경미화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명확히 하고 '내부인'을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 소장은 세운상가를 예로 들었다. 서울시는 낙원상가에 앞서 지난해 세운상가 재정비를 마쳤다. 구 소장은 "세운상가는 벌써 월 임대료가 두 배 가까이 올라 쫓겨나는 상인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운상가의 주 업종은 전자제품이다. 유동인구 증가가 매출로 이어지긴 힘들지만 유동인구가 늘어나니 건물주는 임대료를 올렸다. 임대료 감당을 못한 세입자들은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다. 사실상 쫓겨난 셈이다. 

구 소장은 "낙원상가 역시 대부분 악기 매장인데 관광객이 는다고 악기가 더 잘 팔리겠느냐"며 "결국 임대료는 오르고 매장은 문을 닫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서울시는 건물주와 세입자 간 상생협약을 통해 임대료 상승을 막겠다고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협약은 안 지키면 그만이고 실제 세운상가의 경우 상생협약을 맺었지만 임대료는 오르고 있다"며 "법 개정 등을 통해 임차인이 장사를 계속 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뒤 재생사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 공유트위터 공유
목록
 
세상과 잘 사는법, 내가 잘 사는법 - 네이버 법률 KLA - 제1회 대한민국 법무대상 신청하기
모든 법령정보가 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