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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판례氏] 강제추행 저항유무 판단에 '정신장애' 고려해야

[the L]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신체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저항하지 못함) 상태에 있음을 이용해 강제추행을 한 혐의로 특별법을 적용할 때는 피해자의 장애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습니다.

장애인을 상대로 한 이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1심과 2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어졌습니다. 결국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를 수강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항거불능 상태에 대한 판단이 달라졌기 때문이었는데요.

A씨는 2010년 6월 대구 서구 소재 공원에서 정신지체장애인인 피해자 30대 여성 B씨를 상대로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해 강제추행을 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B씨는 정신지체 장애 3급에 해당하고 사회성 지수(SQ)가 48.94로 약 7세 8개월 정도였습니다.

조사결과 A씨는 B씨를 전화로 불러낸 뒤 자신의 오토바이를 이용해 인적이 드문 인근 공원으로 데리고 가 한 손으로 어깨를 감싸고 다른 한 손으로 옷 속으로 가슴을 만지는 등 강제로 추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씨는 B씨가 다니는 교회 장애인 모임에서 활동하기도 했던 아는 사람이었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는 신체장애 또는 정신상의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해 여자를 간음하거나 사람을 추행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이 아닌 특별법으로 처벌해 더 무겁게 처벌하도록 한 거죠.


1심 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항거불능의 상태는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범행 당시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다며 해당 법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겁니다.

1심 법원은 “피해자가 범행 당시의 정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억하면서 세세하게 진술 했고 추행 당시 피해자는 다리를 오므리는 등의 소극적인 저항행위를 했다”면서 “정상인에 비해 다소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이긴 하나 그로 인해 사고능력이나 사리분별력 또는 성적 자기방어 능력이 없는 상태에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사건은 2심으로 올라갔습니다. 2심 법원 역시 원심 판결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돌려보냈습니다. (2011도6907 판결)


대법원은 “피해자의 전체 지능지수는 62로서 가벼운 정신지체에 해당하고 사회연령은 만 7세 8개월”이라는 검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정신적 장애로 거부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시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다리를 오므리는 것 이상의 적극적인 저항행위를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피해자가 정신적 장애인이라는 사정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면서 “외부로 드러나는 피해자의 지적 능력 이외에 △정신적 장애로 인한 사회적 지능·성숙의 정도 △이로 인한 대인관계에서의 특성이나 의사소통능력 등을 전체적으로 살펴 범행 당시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표현·행사할 수 있었는지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건은 다시 대구고법으로 넘어갔습니다. 파기환송심은 “피해자가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죄 판결을 내린 원심은 위법하다”며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를 수강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관련조항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장애인에 대한 강간·강제추행 등)


①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형법」 제297조(강간)의 죄를 범한 사람은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②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폭행이나 협박으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사람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1. 구강·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는 행위

2. 성기·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나 도구를 넣는 행위

③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사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2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④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사람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람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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