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지혜 기자

인천에서 초등학생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1심에서 법정 최고형을 선고받은 주범과 공범에게 검찰이 2심에서도 법정 최고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20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 심리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후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주범 A양(18)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사건 당시 만18세 미만였던 A양에게 선고할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이다. A양에게 살인을 지시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는 공범 B씨(20)에게는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B씨는 사건 당시 만18세 이상이어서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검찰 구형과 같이 이들에게 각각 징역 20년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 선고는 오는 30일 오후 내려질 예정이다.

검찰은 "B씨가 신체 일부를 갖고싶어 정서가 불안한 A씨를 통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이 사건의 실질적 주범"이라며 "피해자는 저항력이 없는 아동으로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한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인 사건에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중형 선고를 요청했다.

검사가 공범 B씨의 주장에 대한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하자 이를 듣고 있던 B씨가 소리를 지르며 울음을 터뜨려 재판 중 소란이 일기도 했다. 검사는 "B씨는 소년법상 제한에 걸려 징역 20년을 선고할 수밖에 없지만 죄질을 기준으로 하면 둘 다 무기징역이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B씨는 최후 변론에서 "부모님이 친구는 얼굴을 보고 사귀어야지 온라인으로 사귀면 옳지 않다고 했는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다"며 "정말 반성하고 후회하며 살테니 누명을 벗을 수 있도록 꼭 도와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B씨 측 변호인은 "A양이 B씨의 지시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해야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의도에서 거짓으로 B씨가 가담한 것처럼 스토리를 짰다"고 주장했다. B씨 측은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살인 지시나 신체 일부를 가져오라고 한 적이 없고, 역할극인 줄 알았을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A양이 신체 일부를 준 것에 대해서도 "모형인 줄 알았다"는 입장이다.

A양은 최후변론에서 "피해자가 어떻게 죽는지 다 봤고 기억하고 있는데 어떻게 조금 덜 살게 해달라고 빌 수 있느냐"며 "그래서 반성문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죽고싶지만 최대한의 반성은 어떻게든 살아내는 것"이라며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A양 측은 그동안 재판에서 "자폐성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증후군으로 심신이 미약한 상태에서 B씨의 지시를 받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A양은 재판 내내 B양이 자신 안에 있는 다른 인격을 깨웠고 살인을 한 뒤 신체 일부를 가져오라는 지시를 어길 수 없어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A양은 지난 3월29일 인천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만난 초등학생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B씨는 살인을 공모하고 A양에게 시신 일부를 건네받아 훼손한 뒤 버린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