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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유동주의 PPL] 이건 '노무현의 로스쿨'이 아니다

[the L]

편집자주People Politics Law…'국민'이 원하는 건 좋은 '정치'와 바른 '법'일 겁니다. 정치권·법조계에 'PPL'처럼 스며들 이야기를 전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6월 27일 '로스쿨법안'을 포함한 국회의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로스쿨법은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하여 경쟁력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고 강조하며 입법을 촉구했다. 그는 로스쿨은 문민정부 시절부터 추진했고 대법원과 각계 대표들이 참여해 3년 이상 노력한 끝에 간신히 합의에 도달한 법안이란 점도 강조했다. /사진= 참여정부 국정홍보처

"로스쿨법은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해 경쟁력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입니다"

2007년 6월 27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TV로 생중계된 '민생·개혁법안의 조속한 처리와 관련하여 국회와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에서 한 말이다. 임기 막바지에 정부 제출 법안들이 당시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국회에서 막히자 직접 호소에 나섰다. 그는 지체돼 있는 '개혁' 관련 법안의 대표격으로 '로스쿨법'을 강조했다. 그만큼 중요하게 여겼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중인 사법개혁 방안들은 새로운 게 아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자치경찰제, 특별검사 상설화, 검경수사권 조정' 등은 모두 노무현 정부에서 시도했다 좌절된 '남겨진 숙제'들이다. '개혁'은 항상 기득권의 반발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사법개혁'은 더욱 그렇다. 법원·검찰을 비롯한 법조계 만큼 강한 기득권 집단도 없다.

노무현 정부 5년간 '사법개혁'은 주된 화두였다. 하지만 결실은 '로스쿨 도입'이 거의 유일하다. 그것도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담화까지 해 가며 호소해 어렵게 거둔 성과다. 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아니었으면 법조계 반발이 컸던 로스쿨은 도입되지 못했을 것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세계화전략'으로 처음 얘기가 나왔고 김대중 정부에서도 '사법개혁안'으로 발표됐지만 법조계의 반대로 좌절됐었다. 10여년을 끌면서 로스쿨 도입은 불가능한 걸로 여겨지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승부사 기질과 결단력이 아니었으면 아직도 사법시험 체제가 존속되고 있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그렇게 어렵게 2007년 국회를 통과해 2009년 개원한 로스쿨이 위기를 맞았다. 최근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공개되면서부터다. 심지어 '사법시험으로 돌아가자'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10년간 천덕꾸러기로 방치된 로스쿨…눈치보며 외면한 정부·국회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인큐베이팅 기간이라고 할만한 지난 10년간, 오히려 로스쿨은 버림받았다. 지난 두 정부는 '로스쿨'을 노무현 정부의 '사생아'처럼 여겼다. 주무부처 법무부는 심지어 지난 2015년 12월 '사시폐지 4년 유예안'을 발표했다. 이는 로스쿨 학업 거부와 변호사시험 응시 철회 사태를 야기했다. 법조인 양성기관으로 제대로 자리잡도록 로스쿨을 보호 육성해야 할 법무부가 오히려 로스쿨을 위기로 몰아 넣은 꼴이었다. 법조인 출신의 박근혜 청와대 수뇌부와 당시 법무부 고위층이 사시존치에 미련이 남았기 때문이란 말까지 나왔다.
 
여의도 정치인들은 로스쿨 얘기를 피하고 싶어했다. 변호사단체와 고시생 모임이 집요하게 로스쿨 이슈를 물고 늘어졌기 때문이었다. 로스쿨에 호의적 태도를 보인 민주당 법제사법위원들은 지역구에 텐트를 치고 사실상의 '낙선운동'으로 장기간 시위를 하는 고시생 모임의 지속적인 압박을 받아야 했다. 판사·변호사 시절 참여한 사건 판결문과 자료들을 탈탈 털겠다는 협박도 있었다. 정치인이 로스쿨을 옹호하면 역적이라도 되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 모습을 지켜본 동료 정치인들은 더 위축됐다. 심지어 노무현 청와대 출신들도 한두 명 외엔 로스쿨만은 책임지고 싶지 않아했다. 

정부도 국회도 그리고 법조계에도 책임감을 갖고 대하는 이가 없었다. 대다수 언론도 심층 취재없이 변호사단체가 제공한 자료와 논리대로 로스쿨 때리기에 집중했다. 그렇게 로스쿨은 사실상 방치된 채로 10년간 운영됐다. 

사회 전반은 물론 법조계 현안에 빠짐없이 목소리를 높이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조차 사시존폐 논란엔 입을 다물었다. 로스쿨 출신들의 폭발적 유입 덕에 민변의 몸집이 2배가 됐지만 정작 로스쿨 이슈엔 침묵했다. 그나마 참여연대가 목소리를 냈지만 이마저도 점점 작아지고 있다. 그렇게 로스쿨은 천덕꾸러기가 됐다. 

많은 이들이 '로스쿨' 자체가 '사법개혁'이었다는 사실을 잊은 듯 하다. 보수정당이 왜 로스쿨을 사실상 반대하고 법조 기득권이 여전히 사시부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지 잊은 듯 하다. 시험 한번으로 출세해 입신양명한 과거의 법조인들이 만든 낡은 질서를 흔들려는 목적에서 만들진 게 로스쿨이다. 

로스쿨은 법조인을 교육을 통해 양성한다는 점에서 시험 선발인 사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런데 이를 이해못한 이들은 로스쿨을 '유사(類似) 사법연수원', 변시를 '유사 사시'로 여긴다. 그러면서 사시 수준의 선발시험을 변시에 요구한다. 제도 취지조차 모르는 셈이다. 변시는 로스쿨 과정을 수료한 이들이라면 대부분 합격하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때문에 사시와 달라야만 한다. 그걸 전제로 설계됐고 그렇게 작동해야 한다. 올해 49%로 내려앉은 합격률이 로스쿨 설립 취지에 반하는 이유다.

사시는 시험선발제의 특성상 탈락자를 양산하는 시험으로 설계됐었다. 2007년부턴 '8지 선다'의 극악 난도(難度)를 선보이기도 했다. 

변시가 사시를 따라가는 건 제대로 된 방향이 아니다. 최근 한국사 공무원시험에서 지엽적 암기를 요구한 게 논란이 됐다. 과거 사시는 더 했다. 불필요한 지엽적인 문제로 어렵게 출제돼 교수나 전문 강사마저 시간 안에 다 풀지 못 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문제는 그렇게 어려운 게 좋은 시험이라는 편견이다. 이런 편견 때문에 변시는 점점 사시화(化)되고 있다. 로스쿨은 노무현 정부가 도입했지만 변시 합격률 등 중요한 세부사항들은 이명박 정부에서 정해졌다. 그러면서 제도가 원래 도입 논의와는 다른 방향으로 갔다. 자격시험화해서 졸업생 대부분을 변호사로 배출하자는 계획에서, 정원제 선발로 변질됐다. 이런 변칙 운영이 7회 합격자 결정까지 이어졌다. 최소화하려던 시험 탈락자가 예상보다 많이 생기게 됐다. 심각한 제도상 오류지만 정부·국회는 눈치만 보고 나서질 않는다.

2015년 11월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DB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변호사 시험법 개정안 반대 전국 로스쿨 결의대회에서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법무부의 사시폐지 4년 유예안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했다. /사진=뉴스1

오수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원장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내달 시행될 변호사시험 출제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집단으로 자퇴서를 제출한 로스쿨 학생들에 대해서는 학업복귀와 변호사시험 응시를 호소했다. 2015.12.16/사진=뉴스1

◇노무현이 꿈꿨던 로스쿨

가난한 고시생이 고시촌에서 어렵게 공부해 그 어렵다는 사시에 붙어 법조인이 되는 신파는 여전히 훌륭한 성공담이다. 로스쿨은 그런 잘못된 향수를 지우고, 새 질서를 만들기 위한 개혁이었다. 간혹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 가난한 시골 고시생 출신이면서 왜 로스쿨을 만든 것이냐'고 울부짖는 이들마저 있다. 오해도 한참 오해다. 

노 전 대통령은 법조 엘리트주의를 혐오했다. 학벌 좋은 법대 수재들만 선발되고 주류 법조인 행세를 하는 사시제도가 잘못됐다고 여겼다. 고졸에 독학으로 사시를 통과해 판사까지 한 노 대통령은 법조계야말로 개혁이 필요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로스쿨은 법조계의 엘리트 독점체제를 깨기 위한 수단이었다.

과거 법조인들은 '높으신 분' 대접을 받았다. 그러지 말라고 만든 게 로스쿨이다. 로스쿨로 변호사를 대량 배출하는 것 자체가 ‘사법개혁’이다. 사무실에 앉아 들어오는 사건만 처리해도 월 수천만원씩 벌던 과거를 지우고, 사회 곳곳에 변호사들이 실무자로 들어가 일하게 하려고 만든 제도다. 

법조인 수를 다시 줄이길 원한다면, 사시를 부활시키거나 합격인원을 줄여 통과가 어려운 제도로 돌리면 된다. 그렇게 해서 과거처럼 비싼 비용을 주고 법률서비스를 받으면 된다. 그게 국민적 합의라면 말이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 한 인터뷰에서 "법조계 획일주의, 사법부 순혈주의를 벗어나 다양성을 확보하려고 만든 로스쿨인데 기존 '사시' 합격자수를 반영해 로스쿨 정원을 배분한 것은 잘못됐지만 개입할 수 없었다"고 한탄했다. 시작부터 로스쿨은 사시가 만든 거대한 과거 질서를 넘어서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은 노 전 대통령이 만들고 싶어했던 로스쿨이 아니다. 로스쿨을 당초 취지대로 돌려놔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로스쿨의 아버지라면 문재인 정부는 로스쿨을 키우는 어머니 역할을 해야 할 '운명'이다. 로스쿨 제도를 이대로 두면 노무현 정부의 사실상 유일한 사법개혁의 산물이 무너질 수도 있다. 

아직은 기회가 있다. 법무부가 5월부터 '변호사시험 개선위원회'를 본격 가동한다. 위원회가 '로스쿨제도 개선위원회'의 역할까지 해주길 기대한다.

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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