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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폐증 앓다 숨진 탄광 근로자, 산재가 아니라고?

[the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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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무연탄광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근로자가 진폐증 장해 판정을 받은 뒤 입원하여 치료받던 중 심폐기능정지로 사망했다면 인과관계가 부정돼 산업재해로 볼 수 없다(울산지방법원 2013구합639).

진폐증이란 폐에 분진이 침착하여 폐 세포의 염증과 섬유화 등의 조직반응이 일어난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진폐증과 산업재해에 대해 법원은 구체적인 상황을 판단하기 때문에 비슷한 상황이라도 그 결과는 다르기도 한다. 이번에는 진폐증 환자가 호흡곤란 등으로 사망한 경우 인과관계를 부정한 판례를 소개한다.

이 사건의 망인은 약 5년 동안 무연탄광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근로자로, 퇴직한 뒤에 진폐증 장해 및 요양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사망했다. 사망진단서에는 “직접사인은 심폐기능정지, 그 원인은 진폐증(병원치료중), 그 원인은 고혈압”으로 기재됐다.

이에 망인의 처인 원고는 망인의 진폐증이 악화되어 그 증상 중 하나인 호흡곤란으로 인하여 심폐기능 저하, 호흡기능 상실이 발생해 사망했다며 망인에게 발생한 일시적인 혈압상승 역시 진폐증으로 인한 호흡곤란에 기인한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과 진폐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의 진폐유족연금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함께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망인의 사망과 진폐증이 무관하다는 소견서와 진폐증과 심혈관계질환의 상호작용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서가 각각 제출됐다. 그러나 법원은 인과관계가 있음을 추단하기에 부족함을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진폐증 자체에 의한 위험도가 높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진폐증으로 인해 심폐기능이 악화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 망인의 고혈압 증상은 진폐증상과 무관한 본태성 고혈압인 점, 망인의 흉부사진에서 심장기능 저하로 인한 폐울혈 등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점 등을 근거로 하여 망인의 고혈압 등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직접증거에 의해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될 것을 필요로 하지 않고, 해당 근로자의 건강 및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해 근무환경, 업무의 내용 등의 간접사실에 의해 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 입증되는 것으로 족하다. 그러나 그 입증은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해야 하는 바, 만약 재판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주장과 입증을 했다면 소송의 결과가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나정은 변호사는 노동, 산업재해, 의료, 보험, 교육행정 관련 사건을 다루며 송무 등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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