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정부가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따르면 향후 고소인, 고발인,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 등 사건관계인이 검찰에 범죄사실을 고소·고발·진정·신고하더라도 이른바 '특수사건'이 아닌 경우 경찰로 사건이 넘어간다. 경찰이 '1차적 수사권'을 명시적으로 부여받아 원칙적으로 일반 범죄에 대한 관할권을 갖게 되면서다.

예외적으로 검찰이 수사하는 특수사건이란 △뇌물, 알선수재, 배임수증재, 정치자금, 국고등손실, 수뢰 관련 부정처사, 직권남용, 범죄수익 은닉 등 공무원 부패범죄 △사기, 횡령, 배임, 조세 등(기업·경제비리 등) 경제범죄 △시세조종 등 금융·증권범죄 △선거범죄 △방산비리·위증·무고·증거인멸 등을 말한다.

이런 사건들은 검찰에 사건을 접수할 경우 예전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자체 수사를 할 수 있지만 이 밖의 사건들은 사건번호가 부여돼 관할 경찰서로 이송된다. 한 검찰 관계자는 "쉽게 말하면 폭행·상해 같은 민생사건의 경우 경찰만 1차 수사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고소·고발인 입장에선 경찰로부터 사건을 검찰에 불송치하기로 했다는 통지를 받은 경우 통지를 한 사법경찰관이 소속된 경찰관서의 장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신청을 받은 경찰은 자료를 검찰에 반드시 송부하게 돼 있다. 이 경우 검찰은 경찰 대신 사건을 다시 살펴볼 수 있다. 경찰이 부당하게 사건을 덮는 경우를 막기 위해 불기소 결정에 불복할 수 있는 장치를 둔 셈이다.

고소·고발인 입장에선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결국 이의제기가 일상화되면서 지금처럼 검찰이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 사례가 대부분이 될 것으로 법조계에선 보고 있다.

한 경찰대 출신 변호사는 "경찰이 불기소 결정을 했을 때 고소인이 기관장에게 이의를 제기하면 정당한 이유의 유무를 불문하고 무조건 검찰에 기록 송치하도록 돼 있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서는 전부 이의가 제기될 것"이라며 "국민들은 불기소 결정이 검사의 판단을 거쳐서 나오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경찰 단계에서 사건이 마무리되는 걸 받아들이겠느냐"고 말했다.

불송치 결정이 위법·부당할 경우 경찰에 자체적인 재수사도 요구할 수 있지만 이 제도의 실효성은 미지수다. 한 전관 출신 변호사는 "경찰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는 기회를 부여한다는 취지 같은데, 다른 경찰관에게 맡긴다 해서 이를 의욕 있게 수사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항고제도를 실시 중인 검찰의 경우 항고사건 중 재수사(재기수사)에 들어가는 사건의 비중은 9.8% 수준에 그친다.

한편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수사 단계가 더욱 중요해지면서 고소인·피의자 양쪽 모두 경찰 수사 시점에서 변호사를 선임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법률구조단체의 변호사는 "경찰에게 수사종결권이 부여된 이상 범죄 피의자의 경우 경찰 신문 등에 혼자 임했다가 혐의가 확정돼 송치되는 경우 검찰의 보완수사로 결론이 뒤집힐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고소인이나 피해자의 경우 증거수집 등이나 수사기관 서류 접수에 도움을 받기 위해, 피의자의 경우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 경찰 단계서 변호사를 선임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경찰의 피의자 신문조서에도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방안이 추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형사소송법 제312조에 따르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법정에서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증거로서 효력이 인정된다. 반면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피고인이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해 증거로 삼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