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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에 세금을 물린다고?

[the L]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편집자주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를 찾은 시민들이 춤추는 로봇들의 공연을 살펴보고 있다. 이 공연은 서울스카이가 ‘유비테크 알파1프로’ 3대를 도입해 노래에 어울리는 군무를 자체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사진=뉴스1

세계 역사에는 우리가 예상하기 어려운 특이한 종류의 세금이 적지 않았다. 로마시대에는 로마 최초의 평민 출신 황제인 베스파시아누스가 유료공중화장실을 만든 후 유료공중화장실에 모인 오줌을 수거하여 사용한 섬유업자들에게 오줌세를 내게 했다. 

그로부터 1300년이 지난 14세기 초 프랑스에서는 필립 4세가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왕권강화를 위한 세원 확보 목적으로 창문의 수에 따라 부과하는 창문세를 만들었다. 그 후 영국은 프랑스보다 훨씬 긴 1696년부터 1851년까지 무려 150년 넘게 창문세를 부과하였다. 이로 인해 영국에서는 창문세를 피하기 위해 창문 자체를 없애 버린 기형적인 건물이 많이 나타나기도 했다. 

러시아에서는 표트르 대제가 1698년에 서유럽식 풍습 및 제도의 일환으로 수염을 자르도록 하였으나 반발이 심해 수염을 기르는 자에게 수염세를 부과하였다. 유럽의 낙농국가인 에스토니아에서는 환경보전 차원에서 소를 키우는 사육농가에게 소방귀세를 부과하고 있다.

요즘에도 특이한 세금이 거론되고 있다. 바로 로봇세다. 로봇이 산업현장 곳곳에서 사람을 대신하게 되어 일자리 감소, 이로 인한 소득세 등 세수감소 문제가 나타나게 되자, 로봇에게도 사람처럼 세금을 부과하고, 이러한 세금을 일자리 감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하여야 한다는 것이 로봇세 논의의 탄생 배경이다.

로봇세는 일부 학자들만의 논쟁거리가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유력인사나 단체가 이를 거론하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기술고문이 작년에 “사람이 일을 하면 그 수입에 세금을 부과해 정부의 세수를 늘릴 수 있으나, 로봇은 일을 해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로봇에 세금을 부과해 세수 부족을 충당해야 한다"며 "로봇세 도입으로 공정자동화의 확산을 늦추면서 우리 사회가 로봇으로 인해 발생하는 후폭풍에 대비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로봇으로 710만개 일자리가 감소하고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200만개에 불과해 500만개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전망함으로써 고용 관점에서 로봇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문제점을 분석했다. 유럽의회는 로봇세 도입 반대를 결의했으나 인공지능 로봇에게 전자인간이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로봇시민법 제정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프랑스 대통령 선거후보 브누아 아몽은 로봇세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로봇세를 도입하였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정부가 작년에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세액 공제를 축소한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원래 조세특례제한법상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세액 공제는 기업이 생산성을 높이는 첨단기계에 투자할 경우 일정한 투자액(대기업 3%, 중견기업 5%, 중소기업 7%)을 법인세에서 깎아 주는 것이었는데, 정부가 공제율을 대기업 1%, 중견기업 3%, 중소기업 7%로 줄였다. 본래적 의미의 로봇세는 로봇 등 첨단시설에 대하여 부과하는 세금을 의미한다.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세액 공제 축소는 로봇 등 첨단시설에 대하여 세금을 직접 부과하는 것이 아니어서 온전한 형태의 로봇세는 아니나 그 동안 있었던 로봇 관련 세제혜택을 줄인다는 점에서 초기 단계의 로봇세로 평가 받고 있는 것이다.

본래적 의미의 로봇세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장애물이 많다. 도입이 되더라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렇지만, 세계 곳곳에서 로봇을 둘러싼 세금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는 것은 본래적 의미의 로봇세 도입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인간과 기계와의 전쟁을 다룬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로봇세 역시 인간과 기계와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세금 전쟁 말이다.
 

법무법인(유) 화우의 전완규 파트너 변호사는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31기)를 수료했고,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회계학을 전공했으며, 세무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업무분야는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지방세, 국제조세 등과 관련된 조세자문 및 조세쟁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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