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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사법농단 의혹' 압수수색 영장 또 무더기 기각

[the L] 압수수색영장 발부율 평균 90%지만 사법농단 수사는 22곳 중 3곳 발부…기각사유도 통상과 달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의 재판 거래와 법관·민간인 사찰 등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대법원 내부 문건을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또다시 '무더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과정에 법원행정처가 개입하고 △상고법원 정책 추진에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한 사찰 및 인사불이익을 가했다는 의혹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에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영장을 전부 모두 기각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날 검찰이 영장에 적시한 압수수색 대상은 △강제징용 및 위안부 소송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고 외교부 관계자들을 접촉한 법원행정처의 전현직 근무자들 △강제징용 재판에 관여한 전현직 주심 대법관 △전현직 재판연구관들이 보관중인 자료 △법관 인사불이익 관련한 법원행정처 인사자료 등이다.

박범석 영장전담판사는 그러나 강제징용 및 위안부 민사소송 재판거래 관련 부분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에 대해 △강제징용 및 위안부 재판 관련 보고서 등을 직접 작성하거나 위 소송이나 법관해외파견 등 관련해 외교부관계자들과 접촉한 법원행정처 전현직 심의관들은 상관인 임종헌(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따른 것일 뿐이며 △관련 재판을 담당했던 재판연구관들은 사건을 검토한 것일 뿐이라는 이유로 압수수색을 허가하지 않았다.

검찰은 전현직 주심 대법관 등의 PC 하드디스크 자료의 경우 대법원 1층 자료검색실로 제출받아 그 자리에서 행정처 참관하에 관련자료만 추출하겠다고 했지만 법원은 "재판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할 수 있다"며 "법원행정처 자료들은 이미 충분히 제출됐고, 제출되지 않은 자료에 대해서는 법원행정처가 임의제출 요구를 거부하였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했다.

아울러 법원은 법관 인사불이익 관련 부분에 대해선 "대상 법관이 직접 본인이 통상적인 인사패턴에 어긋나는 인사불이익을 받았다고 진술하는 정도의 소명이 필요하다"며 "이미 본인이 인사불이익을 받았다고 진술한 법관들에 대해서는 확인해 볼 필요는 있지만 법원행정처에 요구하면 법원행정처가 위 법관들의 동의를 얻어 관련자료를 제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역시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그러나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검찰 관계자는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해 참고인에 불과한 외교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은 소명됐다며 내주는데, 정작 피의자인 법관들에 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판사들이 누군가의 지시를 따른 것일 뿐이라는 것을 왜 영장전담판사가 판단하는지도 의문이나, 그럼 하수인을 통해 범죄를 저지르면 하수인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지 말아야 하느냐"고 말했다.

법원의 압수수색영장 무더기 기각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검찰은 50일 넘게 수사를 진행하는 동안 네 차례에 걸쳐 법원행정처 내부 사무실 등 22곳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영장이 발부된 건 임 전 차장의 사무실과 외교부 등 3건에 불과했다. 압수수색영장의 경우 수사의 단서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 발부율이 90% 내외에 이른다는 점에서 법조계에선 '제 식구 감싸기'식 영장 기각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법원 내부에서도 "일반적인 압수수색영장 기각사유와 전혀 다르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이 작성한 '강제노동자 판결 관련 외교부와의 관계' 문건에선 한·일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외교부를 의식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인 신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의 선고를 늦추는 방안이 담겼다. 또 '판사들의 해외 공관 파견'과 '고위 법관의 외국 방문 시 의전' 등을 기대하며 "외교부를 배려해 절차적 만족감을 주자"는 내용도 있다. 대법원은 실제로 2013년 원고 승소 취지의 파기환송심 이후 5년간 선고를 미루다 지난달 말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에 착수했다.

검찰은 최근 외교부 압수수색을 통해 강제징용 재판과 관련해 임 전 차장이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면담한 자료 등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모종의 거래를 한 정황을 포착하고 법원행정처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이날 기각 결정으로 또다시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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