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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괘씸한 아들에 줬던 10억 땅 돌려받을 수 있나요?"

[the L] [조혜정 변호사의 가정상담소]

편집자주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그래픽=이지혜 기자

Q) 얼마 전 저희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암 진단 받기 전에도 여러 가지 지병으로 건강이 안 좋으셨고 연세도 80이 넘으신지라 앞으로 오래 사시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버지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지금까지 미뤄두었던 재산분배 문제를 정리하고 싶어하십니다.

저희 부모님은 자식을 둘 두셨는데 저와 남동생입니다. 아버지께는 동생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자식인 동시에 가장 미운 자식입니다. 결혼 후 간절하게 아들을 바라셨던 아버지는 첫째인 제가 딸이라서 실망을 많이 하셨다가 남동생이 태어나서 정말 좋아하셨습니다. 제가 어릴 적에는 동생만 표나게 편애하셔서 제가 부모님께 서운했던 적이 많았지요.

그런데, 아버지의 온갖 사랑을 받고 자란 동생이 아버지의 기대만큼 잘 해주지 못했습니다. 대학도 잘 가지 못했고 좋은 직장도 잡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동생에게 조금씩 실망하시기 시작했는데 결정적인 것은 동생의 결혼이었습니다. 동생은 부모님이 극구 반대하시는 여자와 결혼을 강행해서 그것 때문에 부모님과 동생의 사이가 틀어지게 된 거지요. 부모님이 올케에게 모질게 대한 것 때문에 올케와 동생도 불화가 잦아서 결국 이혼하게 되었고요. 그 때부터 동생은 부모님을 원망하면서 발길을 끊었습니다. 이혼하게 된 아들이 불쌍하다고 아버지가 동생에게 10억짜리 땅을 주셨지만 그래도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10년 넘게 동생은 부모님과 의절한 상태로 살고 있고, 제가 혼자서 부모님 병구완 등 뒷바라지를 해오고 있습니다. 의절한 시간이 오래 되니 아버지도 아들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버리고 동생에게는 재산을 주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저희 아버지는 재산을 받고 10년 넘게 부모를 돌보지 않았으니 동생에게 준 땅을 돌려받고 싶어하시는데 이게 가능한가요? 그리고, 아버지가 딸인 저한테 재산을 다 물려주려면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하나요? 아버지가 TV에서 변호사들이 나와 유언은 굳이 공증할 필요없이 자필로 쓰면 효력이 있다고 했으니 자필유언장을 쓴다고 하시는데 그렇게 하면 되는 건가요? 아버지의 재산은 50억 정도 되는 땅과 15억 정도 되는 집, 현금 5억원 정도이고, 어머님은 몇 년 전 돌아가셔서 상속인은 동생과 저 둘 뿐입니다.


A) 10년 넘게 연락을 끊은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아버님의 심정, 충분히 이해됩니다. 선생님의 아버님만이 아니라 많은 부모님들이 괘씸한 자식에게 재산 안 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물어보시거든요. 하지만, 아무리 미운 자식이라도 재산 안 주기가 매우 어렵답니다.

우선, 10년 넘게 연락을 끊은 아들로부터 이미 준 10억짜리 토지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 보겠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주는 것은 법률적으로는 ‘증여’인데 우리 법에는 조건부증여가 아닌 한, 일단 증여가 이행되고 나면 증여를 취소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내 것을 주었더라도 일단 주고 나면 내 것이 아니라 받은 사람 것이니 내 맘대로 다시 내놓으라고 할 수 없다는 거지요. 선생님 아버지가 아들에게 토지를 줄 때 연락을 끊지 말고 노후 봉양을 할 것을 조건으로 달지 않았으니 지금 와서 봉양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증여를 취소하는 건 불가능하답니다.

그리고, 아버님이 아들에게 주지 않고 딸에게만 준다는 유언장을 쓴다고 하더라도 동생은 본인이 받아야 할 몫의 1/2까지는 상속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바로 우리 법이 보장하고 있는 ‘유류분(遺留分)’이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유류분은 일정한 상속인을 위해서 법률상 유보된 상속재산의 일정부분이라는 뜻인데, 상속인이 자기 유류분보다 상속을 적게 받으면 그 상속인은 다른 상속인이나 유증을 받은 사람에게 유류분 반환청구를 해서 자기 유류분 만큼은 확보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자식의 경우 유류분은 원래 상속받아야 할 지분의 1/2이고요.

동생이 받을 유류분 금액을 대강 계산해보면 전체 상속재산이 80억(현재 아버지 재산 70억+예전에 동생이 받은 토지 10억), 동생의 상속분이 40억(80억의 1/2)이니 유류분은 20억입니다. 동생이 이미 10억짜리 토지를 받았으니 유류분 20억에서 모자라는 10억에 대해서 반환청구가 가능합니다. 결국 아버님이 선생님께 전 재산을 물려준다는 유언장을 써도 동생이 10억원은 받아가게 됩니다.

유류분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부모님들은 ‘내 재산인데 왜 내 맘대로 못 주냐’고 역정을 내시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법은 자식들이 상속을 받을 이익도 법적인 권리로 봐서 어느 정도는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내 재산이지만 내 맘대로 물려줄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설마 내 자식이 상속 못 받았다고 소송하겠나 하고 생각들 하시는데 이건 완전히 오산이예요. 요즘엔 상속 못 받은 자식이 그러려니 하고 가만히 있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법이 보장하는 권리가 있는데 왜 포기하겠어요? 부모가 한 자식에게만 재산을 몰아주면 다른 자식들은 부모님 돌아가시기 전부터 법률상담 받고 돌아가시면 바로 소송하려고 자료를 미리 준비해놓는 것이 요즘 세태입니다. 동생이 받을 유류분 금액이 10억이나 되니 반드시 하신다고 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유언장을 작성하실 때 자필유언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차피 효력이 같은데 왜 돈 들여서 공증유언을 해야하느냐 생각하시겠지만, 상속하는 대상이 부동산일 경우에는 공증유언을 하는 게 좋습니다. 자필유언이 공증유언과 법적 효력이 같은 건 맞지만, 부동산에 대한 상속등기를 하는 절차가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자필유언장만으로는 부동산에 대한 상속등기를 할 수 없는데, 이 부분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아서 자필유언 후 상속등기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소송에 휘말리곤 한답니다.

자필유언장을 들고 상속등기를 하러가면 등기소에서는 자필유언 말고도 다른 서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자필유언장만으로는 상속받은 부동산에 대한 등기가 불가능하고, 다른 상속인들이 그 자필유언에 대해서 이의가 없다는 내용의 가정법원 검인조서나 자필유언이 유효하다는 법원 판결문을 가져와야 상속등기가 가능하다고 하거든요.

만약 상속인들 중 한 명이라도 자필유언 검인절차에서 자필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부모님 자필이 아니라고 하거나 유언의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등기소에서 요구하는 이의없다는 내용의 가정법원 검인조서는 못 받게 되는데 현실에서 이런 일이 드물지 않게 일어납니다. 부모님 자필이라는 걸 알면서도 다른 형제가 나보다 많이 받는 게 싫어서 일부러 훼방을 놓는 거지요. 이렇게 되면 자필유언 내용대로 상속등기를 하려는 상속인은 유언이 유효함을 확인하는 소송을 해서 그 판결문을 받아야만 합니다. 결과적으로 시간이 몇 년 더 걸리고 소송비용도 꽤 들게 되지요. 유언공증을 하면 이런 번거로운 절차 없이 공증한 유언장 만으로 상속등기를 할 수 있으니 돈이 좀 들더라도 공증유언을 하시는 게 백 번 현명한 일입니다.

이런 점들을 다 감안해서 아버님께서 마음을 좀 누그러뜨리시고 동생에게 유류분반환금액에 해당하는 10억을 주고 나머지 재산을 선생님에게 주는 내용으로 공증유언을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버님 사후 분명히 동생이 소송을 해서 유류분을 받아갈 거니까요. 어차피 줄 돈 소송 없이 조용히 주는 게 낫지 않겠어요? 아무리 괘씸한 자식이라도 자식은 자식이고 부모 자식간의 천륜을 끊을 수는 없더라 말씀드리고 아버님 잘 위로해드리세요.

[2005년부터 10여년 간 가사소송을 수행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족이 급격하게 해체되어가고 있음을 현장에서 실감했습니다. 가족해체가 너무 급작스러운 탓에 삶의 위안과 기쁨이 되어야 할 가족이 반대로 고통을 주는 존재가 되어버린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10여년간의 가사소송 수행에서 깨달은 법률적인 지식과 삶의 지혜를 ‘가정상담소’를 통해서 나누려합니다. 가족 때문에 고통받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해결책을 찾는 단초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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