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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법률상식

가계약금 돌려주며 "집 안 팔래요"…황당한 집주인 어쩌죠?

[the L] [엄마 변호사의 세상사는 法] 금액·중도금 지급시기 등 특정되면 계약서 안 써도 계약 성립 간주

편집자주두 아들을 둔 엄마 변호사입니다.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이 살면서 겪는 소소한 문제들의 법적 쟁점과 해결책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드립니다.


삽화=이지헤 디자인기자

#1. 김매수씨는 전세 계약 만기를 앞두고 고민하다 점점 치솟는 집값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더 오르기 전에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집을 사려고 보니 집주인들이 매물을 모두 거둬들여 당장은 거래를 할 수 조차 없었었습니다. 김매수씨는 부동산중개업소마다 전화번호를 남기고 매물이 나왔다는 연락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그렇게 몇 주를 기다린 김매수씨에게 부동산중개업소로부터 집을 팔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러나 김매수씨는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매도인이 대략 10억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예상한 금액보다 무려 5000만원이 높은 금액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거라도 잡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김매수씨는 부동산중개업소와 통화한 후 중개업소가 알려준 매도인 계좌에 우선 500만원을 입금하고 구체적인 매매대금 및 지급시기 등은 다음 날 만나서 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매도인은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500만원을 돌려주면서 아무래도 집값이 더 오를 것 같아서 매물을 거둬들여야겠으니 계약은 없었던 일로 하자는 말을 남기고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 김매수씨가 매도인을 상대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을까요?


▶ 안타깝지만 별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계약이 성립했다고 하려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해 합의가 있을 필요까지는 없지만 적어도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매매계약이라면 적어도 매매대금과 목적물이 특정돼야 계약이 성립했다고 볼 수 있는데, 사례에서는 당사자 사이에 매매대금 액수가 특정되지 않아 계약이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김매수씨는 매도인에게 계약의 구속력을 주장할 수 없어 매도인으로부터 가계약금 500만 원을 돌려받고 다른 매물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2. 다시 매물을 기다리던 김매수씨는 몇 주 뒤 부동산중개업소로부터 집을 팔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단 연락을 받았습니다. 김매수씨는 이전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매도인을 만나서 매매대금을 깎아보겠다는 생각을 접고 매도인 박매도씨와 직접 통화하며 바로 매매대금을 10억원으로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또 계약금은 계약서 작성 당일 매매대금의 10%, 중도금은 한 달 뒤에 남은 금액의 절반을 지급하기로 대략 정하고 정식 계약서는 다음날 작성하기로 했습니다. 김매수씨는 박매도씨와 통화한 당일 '가계약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박매도씨가 알려준 계좌에 입금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박매도씨는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지급받은 가계약금의 2배인 2000만원을 주며 "아무래도 집값이 더 오를 것 같아서 매물을 거둬들여야겠으니 계약은 없었던 일로 하자"는 말을 남기고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 박매도씨는 가계약금의 2배인 2000만원만 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을까요?

▶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1번 사례와 달리 이 사례는 매매대금과 목적물, 중도금 지급 시기와 방법이 모두 특정된 상태이므로 매매계약이 성립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잔금 지급시기가 정해지지 않았고, 정식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어도 매매계약의 성립에는 지장이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대법원 2005다39594 판결). 

김매수씨가 박매도씨에게 통화 당일 지급한 1000만원의 경우 당사자가 이를 '가계약금'이라 칭했다 하더라도 이는 계약 성립 이후에 주고받은 금원이어서 '계약금의 일부 지급'이라 봐야 합니다. 문제는 계약금 계약의 경우 계약금 일부 지급만으로는 계약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이므로(대법원 2007다73611 판결), 김매수씨가 계약금의 일부만을 지급한 상황에서 양 당사자 모두 계약금 계약에 따른 계약 해제를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대법원은 매도인이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 사안에서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의 배액만을 상환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면 이는 당사자가 일정한 금액을 계약금으로 정한 의사에 반하게 될 뿐 아니라, 교부받은 금원이 소액일 경우에는 사실상 계약을 자유로이 해제할 수 있어 계약의 구속력이 약화되는 결과가 돼 부당하기 때문에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수령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원은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4다231378 판결). 

따라서 박매도씨가 계약을 해제하기 위해 지급받은 1,000만원의 배액인 2000만원만을 돌려주고는 계약금 계약에 따른 해제를 주장할 수 없고, 김매수씨로부터 계약금 전액인 1억 원을 모두 지급받는 것을 전제로 2억 원을 반환해야 약정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입니다. 다만 아직 당사자 간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은 상황이라 박매도씨가 자신은 김매수씨와 매매대금에 합의한 적이 없다는 등으로 계약의 불성립을 주장하거나 약정 계약금이 1억원이 아닌 1000만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으므로 김매수씨 입장에서는 박매도씨와의 통화 내용을 녹음하거나 문자로 관련 내용을 주고받아 증거를 남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대화자 간의 통화 녹음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더라도 불법이 아닙니다.


#3. 김매수씨는 앞 선 두 번의 계약 시도가 무산된 뒤 세 번째로 만난 매도인 나팔자씨와는 계약 당일 계약서도 작성하고 계약금 1억원도 전액을 즉시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계약 체결 이후 호가가 연일 오르는 상황이 되자 나팔자씨는 부동산중개업소와 김매수씨에게 전화를 걸어 "그 가격에는 도저히 팔 수가 없다. 손해가 막심하다"는 등의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또 계약이 해제될까 두려웠던 김매수씨는 중도금 지급기일이 한 달이나 남았음에도 나팔자씨 계좌에 중도금 4억원을 지급해버리고 나팔자씨에게 중도금 지급이 이행됐으니 해약금 약정에 따른 계약 해제는 불가능하다고 알렸습니다. 뒤늦게 이를 안 나팔자씨는 김매수씨를 상대로 계약금의 배액인 2억원을 공탁하고 계약이 해제됐다고 주장했습니다.

 

- 김매수씨와 나팔자씨 중 누구 말이 맞을까요?

▶ 김매수씨의 말이 맞습니다. 민법 제565조 제1항은 계약금의 수령자가 배액을 제공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기한을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나팔자씨는 김매수씨가 중도금 지급기일에 중도금을 지급하기 전까지 받은 계약금의 배액인 2억원을 김매수씨에게 돌려주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김매수씨가 중도금을 지급해버렸으므로 나팔자씨로서는 더 이상 계약금의 배액을 제공하고 해약금 약정에 따라 계약을 해제하는 것이 불가능해 진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행기 약정 있는 경우라도 당사자가 채무의 이행기 이전에 이행하지 않기로 하는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있고, 시가 상승의 사정은 이행기 전의 이행 착수가 허용돼서는 안 될 사정이라 볼 수도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4다11599 판결) 


따라서 이 사례에서 김매수씨가 중도금 지급기일 이전에 중도금을 지급한 것도 문제되지 않습니다. 결국 김매수씨와 나팔자씨 사이에 중도금 지급기일 이전에 중도급 지급을 할 수 없다는 특약을 하지 않은 이상, 김매수씨가 중도금 지급기일 이전에 중도금을 지급하는 것은 가능하고, 그 경우 나팔자씨는 계약금 배액을 제공해도 계약을 해제할 수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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