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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리포트

1년에 5천건씩 재판…사건에 짓눌린 판사들

[the L 리포트] [불량판사 ⑤] 민사단독 판사 배당사건 하루 20건 꼴…"판사 수 대폭 늘려야"



판사의 합의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복성' 판결로 배상액을 깎고, 쟁점이 있어도 1회 변론만으로 선고하고, 당사자의 발언을 막무가내로 가로막고···. 

이른바 '불량판사'들의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이런 불량판사들의 문제를 오로지 판사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사건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보니 판사 입장에선 사건을 합의 또는 조정으로 처리하거나 절차를 줄여 빨리 마무리하려고 할 수 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대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에 소속된 판사는 약 400명에 이르지만 민·형사 단독재판을 맡은 판사의 수는 각각 62명, 20명에 그친다. 2016년 기준으로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된 민사단독 사건은 31만9700여건, 형사단독 사건은 1만7700여건에 이른다. 민사단독 및 형사단독 판사 한명에게 접수되는 사건이 각각 연 평균 5156건, 888건에 달한다는 얘기다. 민사단독 판사의 경우 하루 20건 꼴이다. 

이에 따른 법원의 사건 적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 가운데 하나가 화해·조정·중재 등 대체분쟁조정제도(ADR)다. 법정에까지 사건을 끌고 가기 전에 권위 있는 3자를 사이에 두고 당사자 사이에 한발짝씩 물러난 선에서 분쟁을 해결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쌍방 양보에 의존해야 하는 ADR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이 여전히 법원을 찾는다. 사생결단으로 분쟁 중인 당사자들에게 ADR은 근본적 해법일 수 없다. 

또 다른 대안은 판사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판사 수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 판사 1인에게 지워진 부담을 덜어내면 막무가내식 재판 진행도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 대형 로펌의 A변호사는 "사법농단과 같은 큰 사건보다 국민들이 직접 겪는 재판 현장에서의 어처구니 없는 모습들이 판사와 법원에 대한 인상을 망친다"며 "이를 바로잡으려면 근본적으로 판사의 대폭 증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2001년 4618명이었던 전국 변호사 수는 올해 기준 2만5070명으로 5배 넘게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국 판사의 수는 1794명에서 3124명으로 7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변협 관계자는 "국민들의 사법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이유로 매년 변호사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 비해 판사의 수는 기형적으로 낮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며 "민간의 법률 전문가들 뿐 아니라 사법부에서 이를 처리할 판사들의 수도 대폭 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변협이 전국 2만5000여 변호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1961명 가운데 94%(1857명)가 판사 증원에 찬성했다. 찬성하는 이유로는 '재판심리의 충실화 도모가 가능하다'라는 답이 81%(이하 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고 '법관의 업무과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69%), '재판지연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55%) 등 답이 뒤를 이었다.

적정 증원 규모를 묻는 질문에는 가장 많은 43%(이하 단수 응답)가 '현재 정원의 10% 이상'이어야 한다고 했다. 판사정원법에 규정된 올해 판사 수가 3214명임을 비춰보면 320명 이상이 증원돼야 한다는 얘기다. 특정 규모를 언급하지 않은 채 '인구와 사건 증가율에 따라 증원해야 한다'는 답도 3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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