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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살인사건, '심신미약'으로 감형될까?

[머니투데이 the L] 이충윤 변호사의 대한민국을 돌아보는 法



2018년 10월14일, 서울시 강서구에 소재한 PC방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인 손님이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30여차례 찔러 살해한 것이다. 피의자는 불친절하다느니 게임에 졌다느니 등등의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를 대면서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어서 경찰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가 평소 우울증을 앓았다는 진단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뜨거워졌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강서구 피시방 살인 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라는 글은 23일 오전 현재 무려 100만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청원에 참여했는데,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청원이다. 한편 피의자의 동생이 범행에 가담했는지 여부도 문제되는데, 만약 가담했다면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

◇형법 제10조 제2항 – 심신미약자 그리고 필요적 감경

심신미약자(心神微弱者)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를 말하는데, 형법 제10조 제2항에 따르면 심신미약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하도록 정하고 있다. (형사)책임이란 행위자에 대한 비난가능성을 의미하는데, 우리 형사법의 대원칙 중 하나인 책임주의에 따르면 ‘책임 없으면 형벌 없다’로 표현된다.

심신미약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생물학적 요소인 ‘심신장애’와 심리적 요소인 ‘사물변별능력 또는 의사결정능력의 미약’이 존재해야 하는데, 후자는 특히 법률적인 사항이므로 법원이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은 불과 6일 동안 8 차례의 연속 방화를 한 사안에서, 피고인은 정신분열증세와 방화에 대한 억제하기 어려운 충동으로 말미암아 위 사건을 저질렀기 때문에 심신미약자로 인정된다고 판단했으나(대법원 1984. 2. 28., 선고, 83도3007, 판결), 우울성 인격장애·충동조절장애·성주물성애증과 같은 성격적 결함이나 정신질환 또는 소아기호증 등에 대해서는 심신미약을 인정할 정도의 심신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그 형의 감경을 원칙적으로는 인정하지 않은 바 있다.

◇조두순은 심신미약 인정…인천 초등학생 살인범들은 불인정

심신미약과 관련하여 잘 알려진 사건 중 하나는 바로 ‘조두순’ 사건이다. 2008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상가건물 화장실에서 조두순이라는 남성이 당시 한국 나이로 10세(초등학교 3학년)였던 여아를 납치해 성폭행하고 신체를 훼손하여 중상해를 입힌 사건이다. 피해 아동은 이로 인해 성기와 항문 기능의 80%를 상실해 인공항문을 만드는 등의 영구적인 장애를 입었다.

당시 피고인의 죄질은 매우 나빴으나, 법원은 i) 피고인에게 알코올 중독 증세가 있었던 점, ii) 피고인이 범행 전날부터 지속적으로 술을 마셔 당해 사건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 점, iii) 피고인이 당해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혈흔이 묻은 양말과 운동화를 그대로 신고 귀가하여 집 안에 그대로 방치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이 ‘취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 즉,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했다. 이에 법원은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함이 마땅하나, 심신미약에 의한 감형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징역 12년·전자발찌 부착 7년·신상공개 5년을 선고했다.

당시 유기징역의 최장기형은 15년이었기에 법원이 감경 후 선고할 수 있는 형 중에서는 비교적 중한 형을 선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법감정에는 충분히 부응하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 이는 심각한 사회적 이슈를 야기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음주나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위 형법 제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골자로 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반면 지난달 선고된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에서는 심신미약이 인정되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초등학교 2학년 여아를 집으로 유인해 살해하고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하였는데, 피고인은 범행 당시 만성 신경정신 질환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치밀하고 잔혹한 계획범죄’를 저질렀음을 이유로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았고 18세 미만인 피고인이 받을 수 있는 최장기형인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죄를 저지른 사람은 형법에 따라서 벌을 받는 것이 원칙이나, 심신장애 상태에 있는 사람은 예외적으로 벌을 받지 않거나 형을 감경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원칙과 예외를 규정한 입법자의 의도를 충분히 감안할 때, 심신장애에 대한 판단은 보다 더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실제로 법원은 근래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만취 상태에서 범죄를 범한 경우에는 심신미약이 남용되지 않도록 법원실무를 보다 엄격하게 운영하는 추세다. 이번 사안에서도 법원 판단의 귀추가 주목된다.


이충윤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서울대 물리학부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주원의 파트너 변호사로 금융소비자 소송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서울지방변호사회 이사·국민권익위원회 전문상담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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