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문의 02-724-7792

칼럼

'치매' 어머니의 15억 '강남아파트' 노리는 남동생

[the L] [조혜정 변호사의 가정상담소]

편집자주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Q) 저는 1남 4녀의 첫째 딸인데 막내인 남동생의 욕심 때문에 머리가 많이 아프네요. 남동생이 치매인 어머니 집을 가로채려고 하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저희 어머니는 올해 85세이신데 오래 전부터 고혈압, 당뇨 등 지병을 앓아오셨고 3년전 쯤 치매진단도 받았습니다. 1년 전부터는 부쩍 쇠약해지셔서 간병인 없이는 거동도 힘드신 상태로 병원에서도 어머니가 오래 사시긴 어렵다고 말합니다. 시설에 모실까 했었지만 어머니가 절대 안 가려고 하셔서 현재는 어머니 집에서 상주간병인과 함께 지내고 계십니다. 저와 둘째가 어머니 집 가까운 곳에서 살아서 어머니 집에 자주 들러서 돌봐드리는데 남동생은 부산에 살고 있어 명절 때만 잠깐 오고 평소 어머니 병수발은 전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어머니가 오래 사시기 힘들 것 같다는 얘기를 한다고 하니 남동생이 이번 추석에 와서 별안간 어머니를 자기 집으로 모셔간다고 난리입니다. 효심으로 어머니를 모시려고 한다면 다행이지만 평소 어머니한테 관심도 없던 남동생에게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아 문제입니다. 어머니 집이 서울 강남에 있어 15억 정도 하는데 남동생은 어머니를 모셔가서 이 집을 가로채려고 하는 게 분명합니다. 추석 때 와서 한다는 말이 오래 전부터 어머니가 자기한테 집을 준다고 하셨다는 거예요.

만약 남동생이 예전부터 쭉 어머니를 모시고 병수발을 들어드렸다면야 저희들도 남동생이 어머니 집을 갖는 걸 반대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오래 전부터 아프셨는데 남동생은 병원 한 번 모셔간 적이 없고 어머니 병수발은 딸들이 다 했습니다. 그런 남동생이 지금 와서 효자인 척 하면서 어머니 정신이 흐린 틈을 타 어머니 집을 가로채려고 하니 누나인 저희들이 화가 날 수밖에요. 게다가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전에 남동생한테만 30억을 물려주고 딸들에게는 거의 남겨주신 것이 없기 때문에 어머니 집은 당연히 딸들 몫이라고 생각해왔거든요. 남동생이 꼼수를 써서 어머니 집까지 가지려고 하니 정말 분통이 터지네요.

일단 남동생한테 모셔가면 안된다고 말하긴 했는데 어머니 집에 어머니와 간병인 둘밖에 없을 때 와서 모셔가면 남동생을 막을 방법이 없어서 문제네요. 그렇다고 저희들이 어머니를 내내 지키고 있을 수도 없고요. 만약 남동생 혼자 어머니를 모셔가서 어머니 집을 자기 명의로 돌려버린다고 해도 그건 치매환자인 어머니가 한 것이니까 취소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남동생이 어머니 집을 못 가져가게 막을 수 있을까요?


A) 참 난감한 상황이네요. 그동안 어머니한테 관심이 없던 아들이 갑자기 효심이 생길 리는 만무하고 어머니 집을 노리고 모신다고 하는 건 거의 분명한 거 같네요. 그냥 내버려두면 남동생이 어머니를 모셔가서 누나들 몰래 어머니 집을 가져갈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보입니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노인들은 자기와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강하게 의존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마음 먹고 노인의 재산을 뺏으려고 접근한다면 막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수술직후 병상에 누워있는 아버지한테 법무사를 데려가 아버지 집을 가져간 경우, 큰 아들이 치매인 아버지를 은행에 모시고 가 아버지 예금을 다 찾아버린 후 다른 자식들 못 찾게 아버지를 요양원에 숨겨버린 경우, 재혼한 아내가 거의 전 재산을 빼돌린 경우, 친한 후배가 몇 년간에 걸쳐 노인의 전 재산을 몇 년간에 가로챈 경우 등 재산을 빼앗기 위해 노인을 이용하는 파렴치한 사람들을 적지 않게 보았거든요.

그런 사태를 막으려면 노인의 판단력이 정상적이 아니라고 강하게 의심되거나 치매 등 진단을 받을 경우에는 성년후견인을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성년후견제도는 롯데그룹의 신격호 회장에게 성년후견개시심판이 청구됨으로써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질병, 장애, 노령 기타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상태에 있는 성인에 대해서 가정법원이 후견인을 임명해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후견인이 임명되면 그 후견인이 피후견인인 노인의 재산관리권 등을 가지고 노인의 신상보호를 할 수 있게 되니까 피후견인인 노인은 자기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보호자를 얻을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그러니 남동생이 어머니 집을 가져가는 걸 막으려면 일단 신속하게 어머니에 대한 성년후견개시심판청구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가족들 사이에서는 막무가내인 사람도 일단 법원이 개입하기 시작하면 얌전해지는 경향이 있거든요. 재판을 하게 되면 자기행위의 옳고 그름이 법정에서 따져지고 함부로 행동하면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폭군처럼 굴던 사람도 법적 절차가 시작되면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게 되더라고요. 성년후견개시심판청구를 하는 것만으로 남동생이 일방적으로 어머니 집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제약하는 효과가 있을 걸로 생각됩니다.

문제는 성년후견개시결정이 나기 전에 남동생이 어머니 집을 받아가고 어머니가 원해서 준 것이라고 할 경우입니다. 어머니가 치매진단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어머니가 남동생에게 집을 준 행위가 자동적으로 무효가 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법원이 치매환자의 경우에도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의사능력의 유무는 구체적인 사안별로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치매환자라도 항상 정신이 흐린 건 아니기 때문에 평소 정신이 온전치 못했더라도 아들한테 집을 줄 때는 정신이 맑았다면 집을 준 행위는 무효가 아니라는 겁니다.

사실 치매환자가 특정 시점에서 정신이 맑았는지 아닌지를 밝히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 그 점을 밝히기 위해 길고 어려운 법적인 공방을 하게 될 것입니다. 끝내 아들에게 집을 줄 당시 어머니 정신이 맑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면 집 준 행위의 무효를 주장하는 쪽이 패소할 수도 있습니다. 무효를 주장하는 쪽에서 무효사유를 입증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위험을 감안한다면 성년후견개시결정을 받기 전에는 남동생이 어머니에게 접근할 수 없도록 아예 차단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입니다. 가능하다면 어머니를 선생님이나 다른 딸들의 집으로 모셔서 남동생이 모셔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남동생과 정면으로 충돌해야 하고 치매인 어머니를 모시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니 과연 따님들이 그렇게까지 하실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합니다. 
 
만약, 이런 노력들이 다 수포로 돌아가서 남동생이 어머니 집을 받아가버렸다고 해도 너무 실망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선생님을 비롯한 딸들에게는 유류분 반환청구권이 있으니까요.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1/2이니까 어머니 집이 15억이고 자녀가 5인이면 자녀 1인당 법정 상속분은 3억원, 유류분은 1억 5천만원. 최악의 경우라도 딸들이 1인당 1억 5천만원은 받을 수 있는 겁니다.

이런 점들을 다 고려해서 가장 현명하고 현실적인 방안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2005년부터 10여년 간 가사소송을 수행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족이 급격하게 해체되어가고 있음을 현장에서 실감했습니다. 가족해체가 너무 급작스러운 탓에 삶의 위안과 기쁨이 되어야 할 가족이 반대로 고통을 주는 존재가 되어버린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10여년간의 가사소송 수행에서 깨달은 법률적인 지식과 삶의 지혜를 ‘가정상담소’를 통해서 나누려합니다. 가족 때문에 고통받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해결책을 찾는 단초가 되었으면 합니다.]

페이스북 공유트위터 공유
목록
 
모든 법령정보가 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