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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노령연금 받던 90대 노인, 알고보니 나이가…

[the L] [나이의 사회학 ④]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신청, '신분세탁·채무회피' 등 악용 사례

편집자주나이는 숫자 그 이상이다. 나이 때문에 일을 그만둬야 하고, 나이 덕분에 연금을 받는다. 단 한살의 차이로 신분이 바뀐다.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 나이에 얽힌 법적 문제들과 노인들의 신풍속도를 들여다본다.

#2013년 90대 안모씨는 복권을 위조해 돈을 받아내다가 적발됐다. 하지만 알고보니 안씨는 90대가 아닌 60대였다. 90대 노인 행세를 하며 방송 출연까지 했던 노인은 가족관계등록 창설 과정을 거쳐 90대 노인으로 신분을 세탁했다. 

앞서 유가증권 위조죄로 2년간 교도소에 복역하고 출소한 안씨는 2005년 무료 급식을 하는 교회를 들락거리다 친분을 쌓은 목사에게 "태어나자마자 고아가 돼 호적이 없다"고 했다. 목사의 도움으로 2006년 법원에서 성·본을 창설하고, 2009년 새로운 가족관계등록 창설 허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안씨는 자신의 출생일자를 실제보다 38살 더 많은 '1915년 1월15일'로 바꿨다. 전과자 안씨가 아닌, 38살 많은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렇게 주민등록번호를 바꾼 안씨는 2009년 4월부터 2013년 1월까지 46개월간 기초노령연금, 장수 수당 등 각종 명목으로 2200여만원에 이르는 정부 지원금을 받아냈다. 

당시 법원은 안씨의 가족관계등록 창설 신청을 받고 경찰서에 '지문조회 등에 의한 사실 탐지 촉탁서'를 발송했지만, 경찰은 '안씨가 이사를 갔다'는 답변만 들은 채 안씨의 소재를 확인하지 못했다. 안씨에 대한 전과 조회, 지문 조회 등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법원은 안씨를 직접 심문한 뒤 창설 허가를 내줬다. 안씨가 신분을 바꾼 사실은 복권 위조로 잡히고 나서야 드러났다. 

누구나 생년월일, 성별 등 가족관계등록부에 잘못된 내용이 있을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 수정할 수 있다. 가족관계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04조는 '등록부의 기록이 법률상 허가될 수 없는 것 또는 그 기재에 착오나 누락이 있다고 인정한 때에 이해관계인은 사건 본인의 등록기준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등록부의 정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범죄자가 신분 세탁에 이를 이용하거나, 채무회피 등의 목적 등으로 제도가 악용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각종 연금 등 복지혜택을 받기 위해 나이를 수정하려는 데 역시 악용될 수 있다. 

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정정 기록 등이 나오지만 이는 본인 아니면 확인할 수 없다"며 "특히 생년월일을 바꾸고 나면 주민등록번호가 달라지기 때문에 기록 변경 전후 본인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어 "극단적으로 내가 결혼할 사람이 혼인 중인지 여부도 확인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물론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청 등을 한다고 모두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악용을 막기 위해 가정법원은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청 등을 받으면 정정 사유, 범죄 기록 등을 확인한다. 같은 법 제96조는 가정법원이 심리를 위해 경찰에 신청인의 범죄경력 조회를 요청하고, 요청을 받은 경찰은 확인 후 결과를 법원에 알려주도록 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 등 연령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복지 혜택이 늘어나면서 출생일을 정정해달라는 요청이 늘어 확인은 더 엄격히 진행되고 있다. 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과거에는 출생신고가 잘못됐어도 수정하지 않고 그냥 사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연금 수령 등 실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정 신청자가 늘고 있어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다"며 "신분세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신용조회, 범죄기록 조회 등은 필수적으로 확인하고 정정 목적을 염두에 두고 판단을 내린다"고 했다.

조혜정 변호사는 "출생신고 등 호적 정정은 국민연금 수령 등과 관련이 있는 만큼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며 "출생신고가 잘못됐음을 증명하는 서류, 예를 들어 가족 내 출생기록이 적힌 족보, 초등학교 생활기록부나 주변인들의 진술 등 원래 생년월일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등을 통해 입증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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