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문의 02-724-7792

the L 리포트

[MT리포트] "나이 올려주세요"…더 늙어지고 싶은 사람들

[the L] [나이의 사회학 ①] 과거 "나이 줄여달라" 일변도에서 "나이 올려달라" 증가…대부분 저소득 고령층 "노인빈곤이 문제"

편집자주나이는 숫자 그 이상이다. 나이 때문에 일을 그만둬야 하고, 나이 덕분에 연금을 받는다. 단 한살의 차이로 신분이 바뀐다.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 나이에 얽힌 법적 문제들과 노인들의 신풍속도를 들여다본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1958년생 남성입니다. 부친이 형님을 5년 늦게 출생신고하시는 바람에 저도 2년7개월 늦게 1960년생으로 출생신고됐습니다. 사회생활하는 동안 겪은 억울함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더군다나 국민연금 수령시기도 늦어진다고 하니 정당한 생년월일을 찾고 싶습니다." (법무법인 법승 상담사례)

최근 60대 장년층들이 법원을 찾아 자기 나이를 올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과거 정년 연장을 위해 나이를 낮춰달라는 요청이 거의 전부였던 것과 대조된다. 각종 연금 등 사회보장 혜택을 조금이라도 빨리 받기 위해서다.

◇"연금 일찍 받으려고"

28일 대법원의 ‘사법연감’ 통계에 따르면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청 사건은 2011년 이후 거의 매년 증가 추세다. 2011년 9430건이었다가 2014년 1만300건으로 제도 시행 후 4년 만에 1만건을 넘더니 지난해 1만1422건까지 늘었다.

등록부에 적힌 여러 내용 중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달라는 것이다. 이 가운데 출생연도를 바꿔달라는 경우 그 전까지는 50대 후반 층이 정년퇴직을 앞두고 나이를 내려달라고 요구하는 게 사실상 전부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나이를 올려달라며 법원을 찾는 60대 초반 장년층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판사들은 말한다. 주로 소득이 적은 빈곤층으로, 연금 등 사회보장 혜택을 빨리 받기 위해서라고 한다. 등록부 정정 신청 사건의 증가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등록부 정정 신청을 전담하는 한 판사는 “경제적 사정은 정정에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신청서 내용으로 짐작해볼 때 재산이나 소득이 낮은 경우가 다수인 듯하다”며 “대부분 ‘사회보장 혜택을 받기 위해서’라는 글을 사유로 써넣는다”고 했다.

정정 신청에 드는 비용은 법무사 보수까지 고려하면 대체로 30만원이 넘는다.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는 탓에 신청 허가도 쉽게 나오지 않는다. 이런 부담을 감수하고 법원을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보장에 의존하고 싶은 저소득층의 욕구가 크다는 의미다.

◇"노인빈곤이 문제…고령자, 노동시장에 더 머물게 해야"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적 상황 때문에 연금 수급을 조금이라도 빨리 하고자 할 수 있고, 연금재정 악화를 우려해 미리 받아놓으려하는 판단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설 교수는 “(장년층이) 연금이 안 나올 정도로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사회보험에 의존하면서 비정규직 노동 등으로 가계를 보충해 나가려는 것 일수도 있다”고 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복지정책이 노인빈곤을 해결하지 못해 나타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 위원은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늘려도 노인빈곤율은 여전히 40%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노인 관련 예산을 많이 쓰는데, 제대로 목표 대상을 설정하는 건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 위원은 “특히 연금의 경우 ‘낸 것보다 많이 받는’ 쪽으로 가다보니 안정적이고 좋은 직장을 오래 다닌 사람들이 사실상 독식하게 된다. 근로기간에 양극화됐던 소득이 노후기간에 더 벌어지는 것”이라며 “취약계층, 저소득층을 위한 파이는 더욱 적어지고 사회보장 제도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 위원은 해결책을 복지정책보다는 노동정책에서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 위원은 "스웨덴, 노르웨이는 기초연금을 폐지했고 핀란드도 사실상 없앴다. 저소득층에게 세금을 투입하는 제도는 줄이고 대신 국가에서 설정하는 최저소득을 보장해주는 쪽으로 간다는 것"이라며 "고령근로자들이 어떻게 노동시장에 더 머물게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설 교수는 노인의 기준연령을 현행 65세보다 높이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하면 정년퇴직 시점이 늦춰져 고령근로자의 소득을 보장하고 연금재정에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설 교수는 "연금을 받는 시기가 늦춰져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청년층의 취업기회가 줄어들어 사회갈등이 격화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 공유트위터 공유
목록
 
모든 법령정보가 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