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를 해고하면서 구체적인 해고 사유와 시기 등을 서면으로 통보하지 않았다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부장판사 유진현)은 1일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기각 판결을 내렸다. 서면으로 구체적인 해고 사유 등을 통지 않았기때문에 부당해고가 맞다는 취지다.

휘트니스센터를 운영하는 A씨는 근무 시간에 자격증을 준비하는 트레이너 B씨에게 "근무 시간 중 사적인 업무를 했다"며 "해고를 권유하고, 퇴직요청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해고 처분을 할 것"이라는 통보서를 보냈다. 이후 실제 B씨는 해고됐다.

B씨는 서울지방노동위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했다. 노동위는 "A씨가 해고사유 등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부당해고로 판단, 복직과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A씨는 이에 불복 중앙노동위에 재심 신청을 했지만, 중앙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소송을 냈다.

A씨는 "합의를 통해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이지 일방적으로 해고한 것이 아니다"며 "해고를 한 것이라고 해도 고용해지 통고 절차를 적법하게 거쳤기떄문에 해고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근무 시간에 자격증 공부를 하고 비회원에 대한 운동교습 금지, 근무지 이탈 금지 등 원고의 지시를 수차례 위반했고, 불친절한 태도 등으로 불만이 접수되는 등 정당한 해고 사유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B씨와 동료 직원들 간 대화 내용 등을 근거로 B씨가 해고를 당한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B씨는 회원 인수인계 여부를 뭍는 동료들의 질문에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받은 것"이라며 "인수인계를 하면 퇴사 의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서 안된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 사이 근로관계는 합의 해지가 아닌 A씨의 일방적 의사에 따라 종료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근로자를 해고할 때 해고 사유와 시기 등을 서면으로 통보를 해야 효력이 있는데, A씨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근무태만, 업무실적 부진, 업무지시 위반 등을 해고 사유로 삼았다고 하는데 A씨가 B씨에게 보낸 통보서에는 이같은 내용이 구체적으로 들어가있지 않다"며 "근로자의 입장에서 해고의 원인이 된 구체적인 비위 사실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고, 실제 B씨는 해고 사유를 알려달라고 여러차례 요구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가 B씨에게 해고의 실질적 사유가 되는 구체적 사실을 서면으로 통지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