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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 중 추가 기소할 인물들을 추려내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추가 기소 결과는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의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17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의혹 사건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 기소 이후 추가 기소할 만한 전·현직 법관들을 골라내고 공소장 작성을 준비 중이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 수는 1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달 안으로 기소 범위를 결정하고 대법원에 결과를 통보할 방침이다.

전·현직 법관 중에서 양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 공범으로 이름을 올린 이들이 추가 기소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순일 대법관(60·13기)의 추가 기소 여부가 관심이다.

검찰은 권 대법관이 2013~2014년 법원행정처 차장 근무 당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고 적었다. 이 문건은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 중 하나로 불리기도 했다.

차한성 전 대법관(65·7기)도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에서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하면서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과 일제 강제징용 재판 개입에 가담한 것으로 공소장에 적혀있다.

이규진 전 상임위원(57·18기)은 헌법재판소에 파견된 판사를 통해 헌재 내부 동향을 살피고 법원 내 진보 성향 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 축소에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밖에 예산 전용에 손댔다는 등의 의혹을 받는 이민걸 전 기획조정실장(58·17기) 등도 기소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거론된다.

이들은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 증인 출석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본인들이 형사기소를 당한 상황에서 양 전 대법원장 재판 증언대에 나가 선뜻 진술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서 한 증언이 본인의 형사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형사소송법도 이런 경우 증언거부권을 인정하고 있다.

만약 사건 관계자들이 줄줄이 입을 닫는다면 양 전 대법원장 재판은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처럼 서류증거 위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8개월이 넘는 수사기간 동안 대규모 팀을 동원해 관련 증거를 다수 만들어 놓은 검찰 쪽 주장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