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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부친 사망 후 퇴직금 절반 받아 소비하면 상속포기 효력은?

[the L][엄마 변호사의 세상사는 法]단순승인 간주되는 상속재산 부정소비와 압류금지 재산 처분

편집자주두 아들을 둔 엄마 변호사입니다.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이 살면서 겪는 소소한 문제들의 법적 쟁점과 해결책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드립니다.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이 사례는 울산지법 2017가단16791 대여금 사건의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각색한 것입니다.]

승재(가명, 21세)씨와 승호(가명, 17세) 형제는 4년 전 어머니를 여읜 데 이어 최근 아버지마저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아버지가 생전에 진 빚이 1억 5000만원에 달하고 달리 상속적극재산이 없다는 것을 파악한 형제는 아버지 사망 후 절차에 따라 상속포기 신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승재씨 형제가 수령한 아버지의 퇴직금에서 불거졌습니다. 승재씨 형제는 아버지 사망 직후 아버지가 생전에 재직하던 직장으로부터 아버지의 채권자인 A은행이 압류한 1/2을 제외한 나머지 퇴직금, 퇴직연금, 유족위로금 명목으로 총 2500만원을 수령한 적이 있는데, A은행이 이것을 ‘상속재산 처분행위’라 주장하며 상속포기가 무효라 주장한 것입니다. A은행은 상속포기가 무효여서 승재씨 형제가 사망한 부친의 채무를 (단순)상속한 것이 되므로 이들 형제가 부친의 채무를 나눠 변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승재씨 형제가 선친의 퇴직금 절반, 퇴직연금, 유족 위로금을 받아 소비하면 상속포기가 효력이 없어질까요?

▶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A은행 측 주장은 민법 제1026조 제1호에 근거한 것입니다. 민법은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한 후에 상속을 포기하거나 상속 포기 후에 상속재산을 은닉, 부정소비해 상속채권자를 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몇 가지 경우 상속인이 단순승인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동법 제1026호 참조). 따라서 상속인에게 동법 제1026조 각호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을 경우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은 효력이 없고 상속재산은 채권과 채무를 불문하고 모두 상속인에게 상속돼 상속인은 망인의 채무를 모두 변제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됩니다. 

문제는 승재씨 형제가 아버지의 ➀퇴직금 중 1/2과 ➁퇴직연금, ➂유족 위로금을 수령한 것이 민법 제1026조 제1호에서 정한 ‘상속재산 처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우선 ➂유족 위로금은 승재씨 형제가 유족으로서 받은 고유재산이므로 이를 처분한 것은 상속재산 처분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없습니다(➁퇴직연금은 상황에 따라 승재씨 형제가 상속인이 아닌 별도의 수급권자 지위에서 수령한 거라면 역시 승재씨 형제의 고유재산에 해당해 역시 이를 수령한 것은 애초에 상속재산 처분행위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만 이 사안에서는 고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➀퇴직금 1/2과 ➁퇴직연금의 경우 일단 상속재산에 해당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➀ 퇴직금의 1/2에 해당하는 금액은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4호, 5호에 따라 압류가 금지되는 재산이고, ➁ 퇴직연금은 전액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7조 제1항의 취지상 압류가 금지되는 재산입니다(대법원 2013다71189 판결). 그런데 이러한 압류금지 재산 중에서도 근로자의 퇴직금의 1/2과 퇴직연금은 근로자만이 아닌 부양가족의 안정적인 생활 보장을 위해 사회보장적 차원에서 압류가 금지되는 재산이므로 근로자 사망으로 인해 상속인이 된 자가 사망한 근로자의 부양가족이었던 경우에도 입법취지를 관철해야 할 필요성이 큽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라면 근로자 퇴직금의 1/2에 해당하는 금액과 퇴직연금은 상속채권자를 위한 책임재산에서 제외되고, 상속채권자를 위한 책임재산에서 제외되는 상속재산은 단순승인 간주되는 처분행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이 사례의 바탕이 된 위 울산지법 판결에서 재판부도 같은 취지로 판시했습니다). 사안에서 승재씨 형제는 아직 학생 신분으로 망인의 부양가족에 해당한다고 봐야 합니다. 

따라서 승재씨 형제가 아버지의 ➀퇴직금 1/2과 ➁퇴직연금을 수령한 것은 민법 제1026조 제1항의 ‘상속재산 처분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상속포기의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승재씨 형제는 부친의 채무를 변제할 의무가 없습니다

*1. 합리적인 범위 내의 장례비용 지출은 상속비용으로 봐 상속재산 중에 지급하도록 하고 있으므로(민법 제998조의 2) 재판부도 상속재산 중 장례비용 지출은 단순승인 간주되는 상속재산 처분행위로 보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2. 퇴직금 1/2이 아닌 전액 수령의 경우 상속재산 처분행위로 봐 단순승인 간주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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