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변시 합격률 '50%' 넘길까…고비 맞은 '10년차' 로스쿨

전국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열린 '전국법학전문대학원 총궐기대회'에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육 정상화,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궐기대회를 통해 "변호사 시험이 애초 도입취지와 달리 사법시험과 같은 정원제 선발시험으로 운영되면서 합격률이 매년 하락하고 있다"고 밝히고, 법학전문대학원 교육 정상화,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 등을 촉구했다. 2019.2.18/사진=뉴스1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제8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긴장감이 돌고 있다. 법조계에선 오는 26일 법무부가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이하 관리위)를 열어 합격자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응시자대비 합격률 50%를 넘길 지 아니면 지난해(49.35%)에 이어 2년 연속 40%대 합격률을 기록할 지에 가장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응시자 누적으로 합격률이 낮아지는 추세가 지난 7회까지 이어지면서 지난해 50%선이 무너져 로스쿨 위기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지난 1월 치러진 8회 변시엔 3330명이 응시해 1665명이 합격해야 50%를 넘길 수 있다. 지난 7회 합격자 1599명보다 최소 66명이 더 합격해야한다.

◇로스쿨 측 "2년 연속 40%대 머물면 공멸" 위기감 고조

로스쿨 측에선 올해 합격률에 관심을 더 기울일 수 밖에 없다. 지난해 ‘50%'라는 심리적 마지노선도 무너져 '절반도 합격 못하는 변시'가 현실화 됐기 때문이다.

한 로스쿨 관계자는 "로스쿨 초기엔 주변에 입학을 많이 권유했고 그들이 몇 년 뒤 변호사가 돼 나타나 고마움을 표시했는데 최근엔 변시 합격률때문에 아예 권유 자체를 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 로스쿨 커뮤니티에서도 제도 초기에 비해 입학자들의 객관적 '스펙'도 상당히 떨어졌다는 게 정설이다. 합격률이 해가 갈수록 크게 떨어지면서 소위 상위권 학부 졸업생의 진학비율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것이다.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단 협의체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지난 18일 성명서를 통해 “변호사시험은 법전원의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하여 법률가의 기본소양과 자질을 갖춘 자는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이어야 한다”며 “8회 변시 합격인원이 응시인원 대비 60% 이상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적으로는 '응시자대비 75% 이상'이 바람직하다는 게 법전협 입장이다.

법전협은 같은 취지의 의견서를 법무부에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전협이 올해 요구한 '응시자대비 60%'는 응시자 3330명 기준으론 1998명이다. 지난해 합격자 1599명보다 399명 늘어난 숫자다. 로스쿨 도입 당시 정해진 입학정원 2000명이 사실상 배출될 변호사 숫자였다는 주장이다. 엄격한 인가기준을 적용해 입학을 2000명으로 제한해 놓은 취지도 배출인원을 그 수준으로 될 것으로 이미 예정해 놓은 것이란 해석이다.

법전협 3월 18일 건의서 중 최근 법조인 수급상황, 빨간색으로 표시된 4월 26일 발표될 2019년 합격자 및 합격률은 법전협 '요구사항'

◇변호사업계 "현 수준도 적지 않다"

반면 로스쿨 측 기대와 달리 변호사단체는 오히려 현 수준도 많다는 입장이다. 변호사업계를 대변하는 대한변호사협회는 올해엔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변호사회원들의 의사를 반영해야하는 상황이다. 다수의 기존 법조인들은 합격자 증가를 바라진 않는다.

심지어 로스쿨 출신 변호사 모임인 '한국법조인협의회(한법협)'도 변시 합격률에 대해선 입을 닫는다. 로스쿨을 통해 변호사가 됐지만 한법협 회원들의 의견조차 합격률 상향이나 하향에 대해 의견이 갈려 공식 입장을 내놓을 수 없는 형편이다.

사회 주요 이슈였음에도 사법시험 존폐 논란에 대해서도 침묵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도 로스쿨 문제에 대해선 아예 입장을 내지 않는다. 민변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변시 합격률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낸 건 지난 2010년 1회 합격률이 법무부에 의해 '입학정원의 75%이상'으로 정해졌을 때다.

김선수 변호사(현 대법관)가 회장이던 2010년 12월 민변은 "법무부의 발표는 로스쿨 도입 당시 변호사시험을 '순수 자격시험'로 운영하기로 한 정부 입장에도 반한다"며 "법무부가 원칙에 입각하지 못하고 당장 미봉책을 만드는 데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시험 위주로 교육받은 법률기술자로 채워져서는 안 된다"며 "'순수 자격시험'으로 운영해 로스쿨 교육을 정상적으로 밟은 사람이면 변호사 자격을 큰 어려움 없이 취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법전협 "법무부장관, 변호사 배출 통제말고 변시 관리도 교육부에 이관해라"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법무부는 로스쿨·변협·교육부 등의 의견을 접수해 합격선을 예비적으로 정한 뒤 관리위 회의 당일 논의를 통해 합격선을 결정한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양산된 소위 ‘오탈자(5년내 5회 변시 탈락자)’ 문제는 법무부가 부담을 느끼는 요소다. 지난해 10월 이례적으로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직접 '네이버법률' 인터뷰를 통해 변시 합격률이 49%로 떨어진 것에 대한 질문에 "팩트체크 해보면 '49%다. 반도 안 된다'는 건 거짓말이다. 누적하면 80%넘게 합격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관련 네이버법률 인터뷰 바로가기☞ https://m.blog.naver.com/naverlaw/221376138877, https://www.youtube.com/watch?v=WPXwiP4A1yg)

로스쿨 합격률 하락추세에 대한 질문에 장관이 '누적 합격률(응시기회 5회 합산 합격률)' 개념으로 답한 셈이다. 이 인터뷰는 로스쿨 커뮤니티에 회자되며 크게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연세대 로스쿨 교수 출신인 장관의 답변으론 실망스럽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변시 합격률 저하로 고시학원화 된 로스쿨 교육 현실을 잘 아는 장관이 법무부의 기존 입장만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응답처럼 지난 18일 법전협 성명서에도 '법무부'와 '장관'에 대해 다소 거친 표현이 포함됐다. 법전협은 "일관성 없는 정책과 이중규제로 로스쿨 교육에 심각한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며 "법학교육 말살의 원흉이 변시 합격자 수의 엄격한 통제임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법무부장관은 소관 업무를 포기하고, 입학부터 변시 합격자 결정까지의 모든 업무를 교육부(법학교육위원회)로 일원화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로스쿨제도는 인가·평가·입학업무는 교육부, 변시 출제 및 합격자 결정은 법무부가 관장하는 이원화 구조다. 법조인양성제도에서 가장 핵심인 '변호사 배출절차'를 법무부가 '통제'하고 있다는 점을 로스쿨 측에선 정면으로 문제제기 한 셈이다.

법전협은 올해 합격자 발표가 하향을 향하던 합격률 곡선에서 변곡점이 되길 바라고 있다. 다음 달 5일엔 로스쿨 도입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으로 ‘로스쿨 교육 정상화를 위한 변시 제도개선방안‘을 다룬다. 이 자리에서도 합격률 제고와 교육부 법학교육위로의 합격자 결정 업무 이관 등 합격자 결정방법 개선 등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변시 합격률 '50%' 넘길까…고비 맞은 '10년차' 로스쿨

[the L] 로스쿨 측 "장기적으로 75%↑ 합격시켜야 로스쿨 정상화" VS 변호사업계 "송무시장 포화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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