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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근로자에게 정규직 전환기대권이 있다?!

[the L][박윤정의 참 쉬운 노동법 이야기] 기간제 근로자에게 정규직 전환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전환 거절의 합리적 이유 판단과 무효인 전환 거절의 효력

편집자주다년간의 노동 사건 상담 및 송무 경험을 바탕으로 노동법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년째 근무하던 지호(가명)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계약기간 만료 통지를 받았습니다. 비록 지호씨의 근로계약서 어디에도 계약기간 만료시 인사평가를 거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취지의 규정은 없었지만, 지호씨가 입사할 당시 회사의 채용공고에는 ‘계약만료 전 평가를 통해 우수자는 정규직 전환 기회가 주어진다’고 명시돼 있었고, 실제 지호씨 이전까지 줄곧 인사고과와 면접 결과에 따라 성적이 우수한 계약직 사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기도 했습니다. 지호씨는 지난 2년간 정규직 근로자들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해왔으며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했다고 자부했는데 기간만료를 통보받고 나니 허탈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지호씨가 인사팀장에게 정규직 전환이 무산된 이유를 물어보니 인사평가상 지호씨의 업무태도가 성실하고 달리 큰 문제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나 상사 및 동료들과 수차례 불화가 있어 조직융화 점수에서 최하점을 받은 것이 전환이 거부된 요인 중 하나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 지호씨에게는 ‘정규직 전환기대권’이 있을까요? 

▶ 있습니다. 정규직 전환기대권이란 굳이 정의하자면 ‘기간제 근로자가 일정한 요건을 만족하면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을 의미합니다. 계약서나 취업규칙 등에 정규직 전환에 관한 명시적인 요건 규정이 있다면 전환기대권을 인정하기가 쉽지만 지호씨의 경우는 그런 규정이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렇다 해서 지호씨에게 정규직 전환기대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판례는 ‘➀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에 관한 기준 등 그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➂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 정규직 전환기대권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4두45765 판결).

통상 ➀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뤄지게 된 동기와 경위’에서 시용(試用) 목적으로 근로계약이 체결됐거나, 채용 공고시 정규직 전환 조건을 명시한 것은 전환기대권을 긍정하는 요인으로, ➁ ‘정규직 근로자로의 전환에 관한 기준 등 그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에서는 사용자 측에 정규직 전환에 관한 규정 또는 절차가 존재하는지 여부와 정규직 전환 관행의 존재여부, 사용자 측이 평소 정규직 전환에 관한 언급을 했는지 여부, 정규직 전환 심사를 위한 인사평가가 이뤄졌는지 여부 등이 전환기대권을 긍정하는 요인으로. ➂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에서는 해당 근로자가 정규직 근로자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해왔는지 여부 등이 전환기대권을 긍정하는 요인으로 각각 작용합니다. 

지호씨의 경우 근로계약서에는 정규직 전환에 관한 내용이 없었지만 채용 공고에 정규직 전환에 관한 내용이 명시돼 있었고, 해당 회사가 평가가 우수한 계약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정규직 전환을 해준 관행이 있었으며, 실제 인사평가도 이뤄졌으므로 지호씨에게는 일단 ‘정규직 전환기대권’은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회사가 정규직 전환기대권을 가진 지호씨에게 계약기간 만료(전환 거절)를 통보한 것은 효력이 없을까요?

▶ 사용자가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기대권 성립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전환을 거절했다면 전환 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 한 당사자 간에 정규직으로의 근로관계가 계속 존속합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전환 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전환기대권이 성립한다 하더라도 사용자의 전환 거절이 유효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판례는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을 가진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갱신 거절행위의 합리적 이유 유무에 관해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근로계약 체결 경위,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운용 실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해 갱신 거부의 사유와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그러한 사정에 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5두44493 판결). 즉, 정규직 전환이 거절된 사유가 해당 근로자에 대한 인사평가 결과 등에 기한 거라면 그 평가 기준이 합리적으로 적절한지 여부 및 실제 평가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졌는지가 전환 거절의 합리적 이유 여부를 가리는데 핵심 쟁점이 될 겁니다. 

사례의 경우 지호씨의 주장만으로는 인사평가의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지만(이는 노동위원회의 심판절차나 법원의 소송절차에서 사용자의 주장·입증에 따라 드러나게 될 겁니다) 업무수행 능력 자체는 우수 평가를 받았다고 가정하고, 조직융화와 같은 수치로 계량할 수 없는 정성평가 요소가 평가에 반영되는 것이 부당한가의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법원은 ‘기간제근로자를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시키는 것은 단순히 기간제 근로계약을 갱신하는 것과 달리 사용자에게 근로자와 근로관계에서 큰 질적인 차이를 주므로 사용자가 정규직 전환 기준을 정하는 데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서울고법 2012누1282 판결(대법원 2012두21710 판결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 ‘근로에 대한 평가는 기업조직에의 융화 정도 등 수치로 계량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도 포함되는 것이므로 이런 부분에 객관적인 판단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상급자의 주관적인 평가에 좌우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근무평정기준이 부당하지는 않다’고 봅니다[서울고법 2009누36233 판결(대법원 2010두22948 판결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 

따라서 지호씨에 대한 정규직 전환 심사시 사용자가 조직융화와 같은 정성평가를 아울러 고려했다 하더라도 평가 기준이 불합리하다거나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사용자가 조직융화에서 최하점을 받은 지호씨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거절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조직융화와 같은 정성평가가 ‘평가 기준’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평가는 최대한 공정하게 이뤄져야 하므로 정성평가 과정에서 특정 평가자 1인이 아무런 근거 없이 악의적으로 최하점을 줬다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전환 거절은 합리적 이유가 없게 될 것입니다. 

- 만약 사용자의 지호씨에 대한 계약기간 만료(전환 거절) 통보가 합리적 이유가 없으면 지호씨의 근로관계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 만약 사용자가 지호씨에게 전환 거절을 통보한 것이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판단되면 지호씨의 근로관계는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된 것과 동일하다고 봅니다(대법원 2014두4576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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