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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변호사가 '아이패드의 화면잠금 비밀번호를 풀어달라'며 애플코리아에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27민사부는 변호사 A씨가 지난 2018년 자신의 태블릿PC 아이패드2의 비밀번호를 잊어버렸으니 초기화면의 잠금을 해제(기기 활성화)해달라며 애플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최근 원고 청구기각 판결을 했다.
기기의 화면 잠금해제를 두고 국내 변호사와 애플이 부딪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애플 아이패드2엔 사용자가 정한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경우에만 기기가 활성화되는 '잠금 및 잠금해제' 기능이 있다.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경우 사용자는 애플ID 계정 페이지에서 미리 설정한 보안 질문에 답해 비밀번호를 재설정할 수 있다. 애플코리아는 애플에 본인이 기기를 구매했다는 내용과 제품식별번호가 기재된 자료를 제출할 경우 서비스센터를 통해 잠금을 해제해주고 있다.
앞서 A변호사는 지난 2011년 법인에서 지급받은 자신의 아이패드 비밀번호를 잊어 기기가 비활성화 상태가 되자, 지난 2018년 애플코리아에 기기 잠금을 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애플은 A변호사가 애플 ID 및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고, 제품 식별번호가 적힌 구매영수증 역시 제출하지 않았다며 해제를 거부했다. 그러자 A변호사는 소송을 냈다.
A변호사측은 법정에서 애플코리아가 사용자가 비밀번호를 잊어버렸을 경우 잠금을 해제해 이를 사용하게 할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며,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아이패드가 비활성화 상태가 된 것이 제조물 결함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산 아이패드는 아이튠즈와 같은 애플의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는 단말기로, 위 애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도 함께 판매한 것이므로 잠금을 해제해줄 계약상 의무를 애플코리아가 부담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변호사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애플이 아이패드의 잠금을 해제해줄 신의칙상 의무는 존재하지만, A변호사가 해당 아이패드의 정당한 소유자라는 사실이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재판부는 "애플코리아는 아이패드 사용설명서 및 홈페이지에 △사용자가 애플아이디 계정 페이지를 통해 비밀번호 재설정 절차를 거치거나 △사용자가 기기를 구매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면 서비스센터에서 잠금을 해제해준다고 안내하고 있으므로, 이 요건을 만족한 점유자가 있을 경우 잠금을 해제해줄 신의칙상 의무가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법원은 "아이패드 잠금해제 기능은 소유자 아닌 제3자가 기기 내 정보에 접근해 소유가 개인정보를 열람하거나 취득하지 못하게 할 목적에서 설계된 것"이라며 "애플코리아가 이를 확인하지 않고 잠금을 해제해줄 경우 정보 유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애플코리아는 소유자임이 명확하지 않은 자의 잠금해제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변호사인 원고가 근무했던 B법인이 2011년 아이패드 3대를 구매해 원고를 포함한 변호사들에게 교부했지만 전자세금계산서에 제품식별번호가 없어 B법인이 구입한 아이패드와 원고의 아이패드가 같은 것임을 확인할 수 없다"며 "위 사실만으로 이 사건 아이패드를 매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긴 어려우므로 애플코리아는 (잠금을 해제해줄) 계약상 책임 역시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애플 서비스 이용계약상 의무에 대해서도 A변호사가 위 약관에 동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어 애플코리아는 애플서비스 이용계약상의 책임 역시 부담하지 않는다"며 "설령 원고가 위 약관에 동의했다 하더라도, 해당 약관은 애플 서비스에 관한 이용계약일 뿐 아이패드의 잠금상태를 해제해줄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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