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대한변협회장/사진제공=뉴시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와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회장 김용주)가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새로 도입되는 피의자 국선변호를 추가로 맡긴다는 내용의 '법률구조법 개정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변협과 전국 14개 지방변호사회장들로 구성된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는 4일 '국선변호인제도는 공정성 확보가 생명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법무부 산하인 법률구조공단이 추가로 피의자 국선변호까지 맡는 것에 대해 반발했다.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법률구조공단이 국선변호인 관련 업무를 맡고 사형·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체포된 피의자에 대해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피의자 국선변호는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추진하던 형사공공변호인제도의 축소된 형태다. 중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에 대해 검찰 기소로 피고인이 돼 재판을 받기 전 수사단계에서부터 '피의자' 신분에서도 국선 변호를 받게 하는 제도다. 2004년부터 법원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형사피고인 국선변호'와는 다르다.

변협은 수사단계에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려는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했으나 피의자에 대한 변호와 기소를 법무부 산하 법률구조공단이 담당하게 하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피의자의 방어권이 법무부 산하 검찰이나 공단 등 그리고 법원으로부터 독립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변협은 "현재도 국선변호인이 법원의 눈치를 보지 않고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소신껏 변론하기 어렵다"며 새로 도입하는 피의자 국선변호인 제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의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성범죄 피해자를 위한 '피해자국선변호'를 담당하고 있는 법률구조공단이 피의자 국선변호인 제도를 함께 운영할 경우 변론의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다.

이어 변협은 "수사와 재판의 생명은 공정성의 확보"라며 "재판은 법원이, 수사는 검찰이, 변론은 변호사가 각각 독립하여 진행해야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담당하는 현 국선변호도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 받을 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공정성을 전혀 담보할 수 없다"며 "형사공공변호를 포함한 모든 국선변호제도의 운영은 국가기관으로부터 독립된 변협이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