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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새벽4시, 버스에 받혔다…30초 후 택시가 내 위를 지나갔다"

[백인성의 주말법률사무소] 버스-택시조합 누가 사고 책임지나…핵심은 과실비율

편집자주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해드립니다. 격주 주말마다 지면 위에 조그만 법률사무소를 열어봅니다. 조금이나마 우리네 생활에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불운은 가끔 한꺼번에 찾아옵니다. 여러 교통사고를 한번에 당하는 불운한 피해자도 발생합니다. 이 경우 누구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을까요. 우리 생활에 밀접한 교통사고를 다뤘고, 구상권(求償權) 청구를 설명해주는 최신 하급심 판례가 지난달 나와 소개해드립니다.

2013년 6월 1일 새벽 4시20분쯤, 버스기사 A씨는 전세버스 차량을 몰고 경기 고양시에서 능곡사거리 방향으로 진행하던 중 횡단보도를 무단 횡단하던 박모씨를 그대로 들이받았습니다. 버스에 받힌 박씨는 멀리 튕겨나가 A씨 차량이 진행하던 맞은편 차선에 떨어져 뒹굴었습니다. A씨는 사고를 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박씨에 대한 별다른 구호조치 없이 그대로 차를 몰고 도주했습니다. 

그로부터 30초가 지난 후 반대 차선에서 택시를 몰고 오던 B씨는 쓰러져 있던 박씨를 발견하지 못한 채 그대로 그를 택시로 밟고 지나갔습니다.  

버스기사 A씨와 택시기사 B씨는 곧 입건됐습니다. 둘은 의정부지법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죄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6개월, B씨에게 벌금 250만원의 선고유예가 각각 선고됐습니다. 둘은 항소하지 않아 형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다행히 피해자 박씨는 목숨을 건졌습니다. 복잡분쇄 함몰골절, 경막외출혈, 외상성 경막하출혈 등 각종 상해를 입었지만요. 박씨는 2014년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이하 버스조합)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2017년 법원 판결에 따라 버스조합은 박씨에게 2억6000만원을, 박씨를 치료한 병원에 3300만원을, 박씨의 소송대리인에게 400만원 가량의 보수를 각각 지급했습니다. 

참고로 버스조합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규정된 공제조합입니다. 조합원의 사업용 자동차 사고로 생긴 배상책임을 지는 단체이자 법인이지요. 쉽게 말하면 조합원이 분담금을 내는 대신, 조합원이 버스로 사고를 내 손해가 발생할 경우 자력(資力)이 부족한 조합원 대신 조합이 나서 피해자에게 배상을 해준다는 겁니다.

그런데 위처럼 박씨에게 돈을 물어준 버스조합은 다소 억울한 면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씨가 저렇게 부상을 입은 건 버스기사 A씨 책임만이 아니라, 택시기사 B씨의 책임도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버스조합은 곧바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이하 택시조합)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내(버스조합)가 택시기사가 가한 손해까지 물어줬는데, 손해를 나누어 같이 부담하자는 겁니다. 타인 대신 채무를 변제한 사람이 그 타인에 대해 갖는 권리, 이른바 구상권을 행사한 것이지요.

택시조합 역시 앞서의 버스조합과 마찬가지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규정된 공제조합으로, 역할은 버스가 택시로 바뀌었을 뿐 완전히 동일합니다. 버스조합은 소송에서 "박씨의 부상은 A씨와 B씨의 과실비율이 경합돼 발생한 사고이고, A와 B의 과실비율은 각각 50%으로 추정된다"며 "박씨에게 지급한 2억9800만원 중 절반인 1억4900만원을 택시조합이 버스조합에 지급하라"고 주장했습니다.

택시조합은 그러나 사고는 전적으로 버스 책임이라고 맞섰습니다. 택시조합은 "버스를 몰던 A씨가 박씨를 충격해 반대편 차로로 떨어뜨리는 최초 사고를 일으킨 후 그대로 도주했고, 이로 인해 서행하던 B씨가 박씨를 발견하지 못해 그를 그대로 지나간 것이므로 택시기사 B씨로썬 불가항력인 사고였다"며 "박씨의 상해는 전적으로 A씨가 낸 최초 사고로 인한 것이고, B씨는 어떠한 사고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우선 "위 교통사고는 A씨와 B씨의 공동불법행위로 발생한 것이므로 둘은 연대책임을 부담한다. 버스조합은 박씨에게 치료비 등 전액을 지급해 버스기사 A씨뿐 아니라 택시기사 B씨의 책임도 면하게 해주었으므로, 버스조합이 구상권을 취득한 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두 조합의 희비를 가른 핵심은 과실 비율이었습니다. 

법원은 "박씨의 주된 상해는 머리 부분인데, A씨의 좌측 앞유리창이 깨져있는 것에 비춰 박씨의 머리 부분이 원고차량의 좌측 앞유리에 부딪힌 다음 박씨가 반대 도로 쪽으로 튕겨나가 쓰러진 것으로 보이므로, 박씨가 이 사고로 입은 상해의 중요부분을 포함한 대부분은 A씨 차량과 충돌한 최초 사고로 발생했다고 보는 게 경험칙상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A씨가 야간에 무단횡단하던 박씨를 충격했음에도 그대로 도주함으로써 발생한 점 △택시가 밟고 지나간 것과 최초 사고와의 시간적 간격에 비춰 A씨가 곧바로 조치를 취했더라면 택시 사고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사고가 새벽 4시 야간에 발생해 최초 사고를 목격하지 못한 B씨로서는 야간에 진행차로 전방에 사람이 쓰려져 있을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도 이유가 됐습니다.

법원은 이에 따라 버스기사 A씨의 과실비율을 95%로, 택시기사 B씨의 책임을 5%로 인정했고, 버스조합의 청구 가운데 5%에 해당하는 1490만원을 피고가 지급하라고 판단했습니다. 뒤에 박씨를 들이받은 택시기사의 책임을 거의 인정하지 않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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