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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살롱] 법원 청사에 내걸린 노란 현수막

[the L]'검사실 방 빼라'는 법원노조…법원건물 내 '검찰공간' 어떻게 보시나요

/사진=백인성 기자

"기소하는 검사와 재판하는 판사가 한 곳에서 근무하는데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있습니까?"
"법원에서 검사가 근무하는 것이 정상입니까? 검찰은 당장 법원에서 퇴거하라!"

최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란색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습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법원노조)가 걸어둔 건데요. 지나치며 이를 본 행인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요. 법원에 검사가 근무한다?

이는 사실입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법원 청사 안에 검사들이 상시 근무하는 장소가 있긴 합니다. 중앙지법 청사 서관에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판1부' 사무실 얘깁니다.

검사는 사건을 수사하는 역할을 맡는 검사와 재판에 출석해 재판을 진행하는 검사(공판검사) 둘로 나뉩니다. 수사검사가 직접 재판에 출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가 그렇게 많진 않습니다. 현재 중앙지법 청사에는 공판검사들이 근무하는 서울중앙지검 공판1부 검사실 3곳과 기록열람·등사실 등 약 410㎡(약 214평)의 공간이 배치돼 있는데요. 이 공판검사실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은 법원 내 검사실입니다.

법원노조는 이를 두고 "판사-검사가 이렇게 한 청사 내 공간에서 근무할 경우 유착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지난달 25일 법원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기소 기관과 판단 기관이 한 건물에 있으면서 한통속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공판검사실은 철수돼야 한다"며 "서울고법에 입주한 상주 검사들은 판사실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법원노조는 이어 검찰에 두 차례 절차 협의에 관한 공문을 보냈으나 답을 받지 못했고, 공판검사실 철수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서울고법에 3월13일 출입기록 열람 요청을 했으나 '불가' 통보를 받았다며 법원에 출입기록에 관한 정보공개청구를 했습니다. 

법원노조의 지적은 합리적인 우려입니다. 공간 측면에서 분리되는 게 바람직합니다. 다만, 청사 내 공판1부 검사실은 최근에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닙니다. 지난 1989년 법원 청사가 지어지면서 해당 공간에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공판부가 자리잡은 후 30년 동안 지금까지 내려온 것입니다. 지금에 와서 법원노조가 이를 지적하는 걸 두고 법조계에선 "직원 복지 향상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려는 시도이자, 동시에 직원들의 내부 결속력을 확보하려는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또 공판검사실을 치워달라는 법원의 요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서울중앙지법 청사관리위원회는 지난 2007년 "판사실이나 직원 업무 공간도 부족하다"며 검찰에 자리를 비워줄 것을 요구했지만 검찰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신기합니다. '세입자'인 검찰이 방 빼는 것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었을까요. 

공판검사실이 중앙지법 청사에 있는 건 '협의가 된 사항'이라는 게 검찰의 주장입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법원청사 건립 당시 용지 일부가 검찰청 땅이었기에, 이를 법원에 제공하는 대신 공판검사실 공간을 청사 내에 마련하는 협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노조에게서 '방 빼라'는 얘기를 들은 검찰은 공식적으로 대응은 않고 있지만 속으로는 다소 억울하다는 표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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