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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과자 대기발령 후 자동 직권면직은 정당할까?

[the L][박윤정의 참 쉬운 노동법 이야기] 직위해제에 이은 당연퇴직의 정당성 판단 기준

편집자주다년간의 노동 사건 상담 및 송무 경험을 바탕으로 노동법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A사(社)에 근무하는 근로자 B씨는 회사에서 실시한 다면평가에서 3년 연속 하위 20%에 해당해 최하위인 D등급을 받았습니다. 이에 회사는 하위평가자를 대상으로 역량강화교육을 실시했는데, 거기서도 B씨는 평가부진 간부직원 중 최하위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교육 이후에도 B씨의 근무태도는 큰 변화가 없었고, 이에 A사는 B를 대기발령 조치했습니다. 그런데 A사의 인사규정에는 ‘직위해제(대기발령) 이후 3개월의 기간이 경과돼도 직위를 부여받지 못할 경우 직권 면직된다’는 규정이 있었습니다. B씨는 대기발령 이후 3개월이 지나도록 직위를 부여받지 못했고, 규정에 따라 직권 면직 처리됐습니다. 한편 A사의 취업규칙에는 직위해제(대기발령)나 직권면직에 대해 별도의 절차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 A회사의 근로자 B에 대한 직권면직 처리는 정당할까요?

▶ 정당성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동 직권면직(내지 ’당연퇴직‘)’이라는 조치의 법적 성격이 무엇인지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직위해제에 이은 직권면직 조치는 근로관계의 자동종료사유(계약기간 만료, 정년 도달, 당사자 소멸)가 아닌, 근로자 의사에 반해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따라 근로관계를 종료시킨 것으로 ‘해고’에 해당합니다(대법원 94다43351 판결). 따라서 A사가 B씨를 직권면직 처리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인정돼야 합니다. 여기서 정당한 이유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것을 말합니다(대법원 97누18189 판결 등).  

그런데 판례는 주로 ‘근로자의 직무수행능력 부족이나 근무성적 및 태도 불량’이 문제 돼 직위해제에 이은 직권면직 조치가 이뤄진 경우 ‘일단 직위해제 처분이 정당하게 내려진 경우라면 그 후 3월의 기간 동안 직무수행 능력의 회복이나 근무태도 개선 등 직위해제 사유가 소멸돼 마땅히 직위를 부여해야할 사정이 있음에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직위를 부여하지 않는 등의 경우가 아닌 한, 직권면직 처리 자체가 인사권 내지 징계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94다43351 판결 : 이에 대해 직권면직(당연퇴직)이라는 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직위해제 처리의 정당성 유무에 종속시켜 판단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이 예정하고 있는 해고의 엄격한 판단 기준을 회피하게 한다는 학계의 비판이 있습니다. 직위해제는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한 권한이라 해고보다 재량의 범위가 넓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판례의 태도에 따를 때, 이 사례의 경우 대기발령(직위해제) 조치가 정당한지 여부를 따져봐야 합니다. 직위해제(대기발령)란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 또는 근무태도 등이 불량한 경우, 근로자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 근로자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등에 있어서 당해 근로자가 장래에 있어서 계속 직무를 담당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업무상의 장애 등을 예방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 조치를 뜻합니다(대법원 95누15926 판결). 기본적으로 기업운영상 노동력의 재배치나 수급 조절은 필요불가결하므로 직위해제 조치는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으로 봅니다(대법원 2000두8011 판결). 그러나 사용자의 인사조치라 해서 재량이 무한정 인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직위해제 처리의 정당성을 인정하려면 ➀ 직위해제 사유가 존재해야 하며(만약 인사규정에 직위해제 사유를 한정하고 있다면 그 외의 사유로는 직위해제가 불가능), ➁ 직위해제의 업무상 필요성이 그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보다 커야하고, ➂ 근로자와의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아울러 ➃ 취업규칙 등에 직위해제에 관한 절차규정이 있다면 그 절차도 거쳐야 합니다.   

이 사례에서 A사의 인사규정에 대기발령 사유가 특별히 한정적으로 열거돼 있지 않다면 근로자 B씨의 근무태도 불량과 직무수행능력 부족은 대기발령 사유에 해당하고, 판례는 이 같은 경우 특별히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과의 비교없이 대기발령의 정당성을 인정하기도 함에 비춰 정당성도 인정될 것으로 봅니다. 근로자와의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의 경우 이를 거치지 않았다 해서 대기발령 자체가 무효는 아니라는 게 판례이므로 B씨가 자신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을 들어 무효를 주장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대법원 2000두8011 판결). 또한 A사의 취업규칙에 직위해제나 직권면직(당연퇴직)에 대해 별도의 절차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절차 위반도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입니다.

따라서 사안의 경우 대기발령 조치 후 3개월 동안 근로자 B씨에게 직무수행능력이 회복되거나 근무태도가 개선되는 등 직위해제 사유가 소멸됐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직위를 부여하지 않고 직권면직한 것이라는 사정이 없는 이상 A사의 B씨에 대한 직권면직은 정당하다고 판단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자동 직권면직의 법적성격을 해고라고 보는 이상, 해고의 서면통지(근로기준법 제27조)나 해고예고(동법 제26조)는 A사가 모두 거쳤어야 합니다.         


- 근무수행능력의 문제가 아닌 근로자의 비위행위를 이유로 한 대기발령의 경우라면 대기발령에 이은 자동 직권면직의 정당성 유무는 어떻게 판단할까요?

근무수행능력이나 근무태도와 같은 근무성적의 문제가 아닌 근로자의 비위행위를 이유로 한 직위해제(대기발령)와 그에 이은 직권면직(당연퇴직)의 경우에는, 판례가 ‘직위해제 당시에 해고에 해당하는 사유가 존재했거나 직위해제 기간 중 그 사유가 확정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7두1460 판결). 따라서 직위해제가 인사규정에 따른 사용자의 인사권 행사로서 정당하다 하더라도 그에 이은 당연퇴직 처리는 직위해제 당시나 직위해제 기간 중 해고를 정당화하는 사유(사회통념상 당해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사유 : 당해 사용자의 사업의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당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해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함)가 추가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부당해고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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