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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분쟁해결, 왜 많은 돈 들여 외국 나가서 영어로 하나요

[the L][인터뷰] 신희택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 의장

신희택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 의장 / 사진=이기범 기자

1980년, 당시 만 28세의 청년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을 7기로 수료하고 군 복무를 마친 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합류했다. 60명도 채 안되는 연수원 수료자 대부분이 법관 또는 검사가 되던 시절이다. 당시만 해도 김앤장 전체 변호사 수는 10명 정도에 불과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 은행이 국내에서 외화대출하는 거래를 진행할 때 계약서 작성을 맡은 곳은 홍콩에 주재한 미국·영국 로펌의 변호사들이었고 김앤장 변호사들은 단순 보조 역할만 했다. 이렇게 2~3년이 지나며 외화대출 계약서를 김앤장이 도맡아 작성했다. 한국 법률서비스 시장의 국산화는 이렇게 시작했다.

신희택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 의장(사진·67·사법연수원 7기)은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의 인터뷰에서 "1980년부터 지금까지 한국 로펌의 성장과정은 법률서비스 시장 국산화 영역이 확대되는 역사이기도 했다"며 "당시로부터 거의 4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외국 로펌의 서비스에 많이 의존하는 부문이 국제분쟁 해결 부문이다. 이 분야의 국산화를 달성하는 데 일조하는 것이 제 마지막 과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의장은 우루과이라운드 서비스 협상 정부자문 변호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자문위원, 사법연수원 국제거래법 외부강사, 외교통상부 국제투자부문 통상교섭 민간자문그룹 위원 등으로 활동한 국제중재 부문의 권위자다. 국제중재 부문에서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그는 일본기업이 스페인 정부를 상대로 낸 ISD(투자자·국가 분쟁)에서, 재판에서의 재판장 격인 의장 중재인으로도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국제중재 관련 최고 기구인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A)의 최고 기구인 운영위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늘면서 우리 로펌의 국제중재 역량도 높아졌다. 문제는 한국에서의 중재는 그렇게 많이 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신 의장은 "10여년 전만 해도 한국의 중재 시스템, 특히 중재인 선정 등의 절차가 국제적 흐름과 동떨어져 있었기에 국내 변호사들도 한국에서의 중재를 권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중재는 대개 합의부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3명의 중재인이 양측의 주장을 심리해 판정을 내리는데 당시만 해도 국내에 등록된 중재인 풀이 매우 협소했다. 단심제로 끝나는 중재의 특성상 공정한 판정을 위해서는 우수한 중재인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환경이 조성돼 있지 못했다는 얘기다. 한국기업끼리 한국에서 체결한 계약과 관련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기업 간 분쟁을 한국어 서류로만 싸워도 될 일을 굳이 외국에서, 외국어로 번역된 문서를 가지고 외국인에게 옳고 그름을 가려달라고 했던 것이다.

신 의장은 뜻을 함께 하는 이들과 함께 국내에서의 국제중재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한 작업에 힘을 기울였다. 2013년 국제중재사건의 심리시설인 서울국제중재센터를 개설·운영해 온 것이 대표적이다. 2016년에는 국제중재 모델법을 최대한 반영한 국내 중재법 개정안의 입안 과정에도 참여했다. 지난해 8월 대한상사중재원장으로 선출된 이호원 원장(66·연수원 7기)도 이 때 중재법 개정위원회 위원장이었다. 신 의장과 이 원장은 연수원뿐 아니라 경기고·서울대 동기이기도 하다. 이 원장도 오랜 기간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지난해부터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는 국제중재인 풀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유명한 중재인이 한국에 등록돼 있을수록 그만큼 더 많은 외국기업이 대한상사중재원과 한국을 중재기관·중재지로 선정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알렉시스 무어 현 ICC(국제상업회의소) 국제중재법원장, 개리 본 SIAC(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 중재법원 의장, LCIA(런던국제중재법원)의 얀 폴슨 전 법원장 및 주디스 길 현 법원장, 매튜 기어링 HKIAC(홍콩국제중재센터) 센터장, 류 샤오춘 중국SCIA(심천국제중재센터장) 등이 현재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의 주요 중재인으로 등재돼 있다.

특히 국내에 등록된 중재인들은 건설을 비롯해 국제 상거래 및 투자, M&A(인수합병) 등 다양한 부문에서 강점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모두 우리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할 때는 물론이고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얻은 경험 덕분이다. 엔터테인먼트 뿐 아니라 IT(정보기술), 에너지, 보험 등 다양한 부문도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부문이다.

한국이 국제중재 중심지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우리 기업들이 얼마나 대한상사중재원과 한국을 중재기관과 중재지로 활용할지에 달렸다. 이 역시 상당 부분은 생각보다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신 의장은 "기업마다 내부에 표준중재조항이 있어서 중재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경우 중재기관과 중재지를 어디로 해야 할지 규정을 두고 있다"며 "여기에 관행처럼 남아 있는 외국 중재기관의 이름을 대한상사중재원으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상당 기업에서 분쟁해결조항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오래 전에 작성된 문구를 답습해서 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해외에 물건을 팔고 발주를 할 때 계약서에 중재기관을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지를 서울로만 기재해도 분쟁해결의 편리성과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며 "국제중재 경험이 많은 변호사에 탄탄한 IT회의 기반, 그리고 중재 판정에 우호적인 한국의 법원 시스템 등을 잘 활용하면 한국이 아시아 중재 중심지로 자리잡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강조했다.
신희택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 의장 / 사진=이기범 기자

◇프로필
신희택 의장은 1974년 제16회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7기로 수료한 후 1980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합류했다. 무역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신 의장은 일본기업이 스페인 정부를 상대로 낸 ISD(투자자·국가분쟁)에서 의장 중재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서울국제중재센터 이사장에 취임했고 서울국제중재센터가 대한상사중재원으로 통합되면서 현재는 대한상사중재원의 국제중재센터 초대 의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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