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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이면 영업비밀도 다 까라"던 환경부, 1심서 패소

[the L] 법원 "영업비밀은 정보공개 제외가능, 일괄적 공개처분은 위법"


기업이 영업비밀로 관리하던 화학물질의 물질명과 물질일련번호까지도 모두 공개하라고 한 환경부의 화학물질 공개결정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1부(부장판사 박형순)는 화학물질 제조업체인 솔브레인이 환경부를 상대로 자사 공정 일부에 사용되는 물질에 대한 물질명과 CAS(화학물질 등록시스템) 번호까지 모두 공개하도록 한 처분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솔브레인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솔브레인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 쓰이는 식각액 등을 만드는 업체다. 식각액이란 초미세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데 쓰이는 액체형상의 화학물질이다. 주력 제품의 특성상 다양한 화학물질을 다룰 수밖에 없는 기업이 솔브레인이었다.

2015년 환경부는 화학물질 관련 통계조사를 진행하면서 솔브레인 공장에 대한 조사에 나섰고 2개 공장에서 쓰이는 총 6개 물질에 대한 정보공개 결정을 내렸다. 솔브레인의 식각액 매출은 2015~17년 기간 280억~342억원에 달했는데 이 중 약 20%가량의 식각액에 문제된 물질이 재료로 쓰였다.

솔브레인은 환경부가 공개를 요구한 물질의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며 이를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솔브레인은 구체적인 물질의 명칭 대신 상위 범주의 명칭으로만 공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도 했지만 이같은 요청도 거부됐다.

화학물질관리법은 정부가 화학물질 통계조사 후 지체없이 그 결과를 공개하라고 규정했지만 기업의 영업비밀과 관련돼 있어서 일부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을 필요가 인정될 때 일부를 비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환경부의 처분이 과도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화학물질관리법의 물질정보 공개규정은 유해화학물질이 유출·누출되는 사고에 신속·적정하게 대응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같은 목적에 직접 관련이 없는 사항으로서 공개하지 않아도 화학사고에 대한 신속·적정한 대응이라는 제도의 목적에 특별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시 침해되는 경제적 이익 등 사익을 적정히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원고는 환경부에 사고대비 물질의 목록과 유해성 정보, 화학사고 발생시 유출·누출 시나리오 및 응급조치 계획 등 사항이 포함된 위해관리 계획서를 제출해 적합 통보를 받은 바 있다. 이같은 정보는 인근 주민·업체에도 발송이 됐다"며 "원고는 관할 소방서에 이 사건 물질의 성질을 반영한 적정 화재 진압 방법을 모두 고지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 물질의 유해성이나 위험성이 극히 위험한 수준에 이르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반면 물질명과 CAS번호가 공개될 경우 원고에게는 상당한 경제적 손실이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공개결정 처분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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