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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유동주의 PPL] 심재철과 유시민의 진실게임 그리고 장자연

[the L] 거짓과 무능 그리고 선동은 ‘비공개’뒤에 숨는다

편집자주People Politics Law…'국민'이 원하는 건 좋은 '정치'와 바른 '법'일 겁니다. 정치권·법조계에 'PPL'처럼 스며들 이야기를 전합니다.
MBC노조를 설립했던 심재철 한국당 의원(좌)이 1992년 방송민주화투쟁에서 업무방해·노동쟁의조정법 위반 등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던 시절. 심 의원은 당시 손석희(현 JTBC대표이사) 아나운서 등과 함께 노조활동으로 구속됐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우)이 1984년 있었던 서울대 프락치사건(서울대 민간인감금 폭행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던 1985년 수의를 입은 모습.


"저(유시민)는 그 학생들의 이름은 알 수 없고 ○○○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의는 내용상 심재철 신계륜등이 주도하여, 소파에서 낮잠을 잤으므로 자세한 진행상황은 모르나 주제는 ···등이었던 것. 본인은 참석치 않아 참석한 학교나 주도한 사람 등 자세한 것은 알기 어려우나 심재철이 5월에 들어가면 학원의 이슈를 교내문제에서 정치적인 것으로 확산시키자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심재철이 사회도 보면서 시국선언문도 낭독하였으며 구호를 선창하고 교내 순환도로를 일주하는 민주화대행진을 총지휘하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농성을 장기화시키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했습니다. "

"그 복학생이 총학생회장(심재철)과 총학생회를 비난 했기 때문에 저도 '뭐 잘못한 게 있느냐?'면서 다투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복학생이 바로 “민청협”회장이고 김대중씨와 관계한다고 소문이 돌던 이해찬(사회학과)이었습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일부 공개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39년 전인 1980년 여름, 합동수사본부에서 작성했다는 ‘진술서’다. 심 의원과 유 이사장은 ‘서울의 봄’과 ‘광주항쟁’이 있었던 1980년 당시 민주화운동 과정에 대해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특히 신군부에 의한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수사·재판 과정을 두곤 거의 정반대 주장을 하고 있다. 심 의원은 “유 이사장의 진술서가 같이 잡혀 들어간 민주화 인사 77명의 목을 겨누는 칼이 됐다”고 하는 반면 유 이사장은 “내 진술서는 감출 것을 다 감췄다“고 반박한다.

◇'자필 진술서' 전문 공개가 해답 

이런 진실게임을 푸는 방법은 간단하다. 주장만 하지 말고 ‘증거’를 서로 내놓으면 된다. 80년 당시 각자 쓴 자필 진술서를 그대로 가감없이 전문 공개하면 끝난다. 수사기관에 제출해 결국 법정에서 증거능력이 있는 것으로 채택된 그 진술서는 공적 기록이다. 이미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갖고 있고 당사자도 필요에 의해 받아볼 수 있다. 

우리 법원과 수사당국은 유난히 기록물 공개에 대해 인색하다. 법원은 판결문 공개를 꺼린다. 헌법과 관련 법령에 공개하도록 돼 있는데도 실제론 제대로 공개를 안 한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최소한의 양을 아주 까다로운 방법으로 열람시키고 있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변호사들이 형사변론을 위해 법에 보장된 수사자료 공유를 요청해도 불편한 방법으로 최소한만 제공한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3.0’이라며 공공정보 개방을 내세우기도 했지만 구호에 그쳤다. 

우리 나라는 ‘공개’가 우선이 되지 않고 ‘비공개’를 우선으로 하는 '닫힌 사회'다. 정보공개가 권력 사유화를 막고 비공개가 특권을 만든다.

법원 판결문 뿐 아니라 공적 기록물에 대해선 공익보도 혹은 공적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더 넓게 보장해야 한다. 

공적 기록이 비공개되고 익명화될 때 ‘거짓’과 ‘무능’은 그 뒤에 숨어 미소 짓는다. 판결문 공개가 잘 안 이뤄지는 배경 중 하나가 판사들이 자신들의 ‘무능’을 감추기 위해서란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엉터리 판결이 적지 않지만 당사자들만 피해를 입고 분노할 뿐 대부분 묻힌다. 엉터리 수사도 자주 벌어지지만 당사자들만 억울할 뿐이다. 이를 막는 방법은 정보공개가 가장 쉬운 길이다.

◇'장자연 사건' 기록물도 가감없이 공개해야

재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장자연 사건도 같은 방식으로 풀 수 있다. 10년 전 이미 수사·재판이 이뤄졌다. 미진한 결과라도 그때 남겨진 진술조서, 공판기록 그리고 판결문은 중요한 정보다. 제대로 공개된 바 없다. 그렇다보니 누군가가 의도를 갖고 장자연 사건에 대해 내가 제일 잘 안다며 사익을 위해 거짓으로 선동해도 국민 대부분은 속을 수 밖에 없다. 

만약 장자연 사건 기록들이 원문 그대로 국민 대다수가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개된다면 지금 오해되고 있는 많은 사실들을 바로 잡을 수 있다. 제보 등 새로운 수사 단서가 나올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유일한 목격자'의 검증되지 않는 말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가 혹은 여러 명이 악의적으로 수사·재판 과정에서 거짓말을 했다면 그 또한 집단 지성으로 밝혀낼 수도 있다. '장자연 리스트'라는 정체불명의 목록이 과연 있었는지 누군가는 엉뚱한 착각으로 피해를 입진 않았는지 알아 볼 수도 있다. 간단한 진실조차 99.9%의 대중들은 알지 못할 수도 있다. 관련 기록들이 제대로 공개되거나 보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거악'을 막는 건 항상 '진실'

기록에 대한 공개를 꺼리면서 '명예훼손'이나 '범죄모방 우려'라는 그럴듯한 핑계를 대는 건, 진실을 왜곡하고 범죄를 은폐하려는 이들이 흔히 하는 변명일 수 있다. 큰 악을 막는 것은 항상 ‘진실’이다.

‘진실의 힘’을 믿는다면,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기록도 10년 전 장자연 사건 기록도 모두 대중이 쉽게 알 수 있도록 공개돼야 한다.

유 이사장은 지난 1일 ‘알릴레오’에서 자신과 심 의원의 진술서를 서로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다음 날 심 의원도 바로 동의했다. 아울러 공판 속기록도 함께 공개돼야 한다고 했다. 진술서나 속기록에 이름이 등장하는 관련인물들의 명예훼손이 걱정된다면 익명화를 거친 뒤 공개하면 된다.

심 의원과 유 이사장이 서로의 진술서를 내놓는 용기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그리고 당시 공판 기록도 39년전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상세하게 공개돼야 한다.

장자연 사건 '참고인'이 최근 논란을 일으킨 사례처럼 10년 전 본인이 진술조서에 남긴 바와 다른 얘길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사회는 바람직 하지 않다.

거짓과 무능 그리고 선동은 ‘비공개’뒤에 숨는다.


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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