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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친절한 판례씨] "성범죄 피해자가 원치 않아도 국민참여재판 가능"

[the L] 확장 해석땐 성폭력범죄가 국민참여재판 사건에서 아예 배제될 우려…세부요건 따져야


현행법상 일반 국민들도 재판에 참여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지난 2008년부터 시행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국민참여재판법) 덕분인데요. 이 법은 만 2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형사재판의 배심원 자격으로 재판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국민참여재판은 무조건 열리는 것은 아닙니다.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하면 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받길 원하더라도 법원이 국민참여재판법에 근거해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지 않기로 배제결정을 내리는 경우에도 국민참여재판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여기서 법원이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을 내리는 사유 중 하나가 '성범죄 피해자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 경우'인데요. 이와 관련해 단순히 성범죄 피해자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피고인이 진행을 원하는 국민참여재판을 기계적으로 배제해서는 안 되고, 실질적 요건을 따져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어 이를 소개해 드립니다.

사건의 배경을 종합하면, 당시 14세의 지적장애인에게 성폭력을 가한 피고인 김모씨(43)는 기소되자 국민참여재판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선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습니다.

현행 국민참여재판법 제9조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의 범죄로 인한 피해자(성폭력범죄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하는 경우, 법원은 공소제기 후부터 공판준비기일이 종결된 다음 날까지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건을 맡았던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은 이 조항을 근거로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사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길 원했던 김씨는 '국민참여재판을 배제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않기로 한 원심의 결정은 부당하다. 법원의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을 취소해달라'며 항고했습니다.

항고를 맡은 부산지법은 "성폭력특례법 제2조의 성폭력범죄에 해당하는 피고사건에서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명백하게 밝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14세의 지적장애인인 점, 심리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격이나 명예 손상, 사생활에 관한 비밀의 침해, 성적 수치심, 공포감 유발 등 추가적인 2차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점, 그 밖에 국민참여재판의 특성 및 피고사건에서 예상되는 심리 절차와 방법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된다"며 김씨의 항고를 기각했습니다.

김씨는 재차 항고했고, 사건은 최종적으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습니다. 대법원은 지난 2016년 3월 재항고심(2015모2898)에서 결국 김씨의 재항고를 기각하고,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않기로 한 원심 결정이 맞다며 확정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성범죄 피해자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무조건적으로 배제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대법원은 "(법의 취지는) 국민참여재판을 하는 과정에서 성폭력범죄 피해자에게 인격이나 명예 손상, 사생활에 관한 비밀의 침해, 성적 수치심, 공포감 유발 등과 같은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해 성폭력범죄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하는 경우 이를 반영하여 법원이 재량으로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그러나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한 취지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 사건에서 법 제9조 제1항 제3호를 근거로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당해 성폭력범죄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하는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해자의 나이나 정신상태, 국민참여재판을 할 경우 형사소송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및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 마련한 제도를 활용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추가적인 피해를 방지하기에 부족한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며 "이러한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성폭력범죄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유형이 다양하고 피해자의 나이나 피해 정도도 다양한 이상 해당 조항을 지나치게 확장하게 되면 성폭력범죄가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사건에서 배제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관련조문]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9조(배제결정) 
① 법원은 공소제기 후부터 공판준비기일이 종결된 다음날까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 
1. 배심원ㆍ예비배심원ㆍ배심원후보자 또는 그 친족의 생명ㆍ신체ㆍ재산에 대한 침해 또는 침해의 우려가 있어서 출석의 어려움이 있거나 이 법에 따른 직무를 공정하게 수행하지 못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2. 공범 관계에 있는 피고인들 중 일부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하여 국민참여재판의 진행에 어려움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3.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의 범죄로 인한 피해자(이하 "성폭력범죄 피해자"라 한다) 또는 법정대리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하는 경우
4. 그 밖에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② 법원은 제1항의 결정을 하기 전에 검사ㆍ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③ 제1항의 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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