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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계약 해지' 연예인 손 들어준 법원, 이유는 "매니저 퇴사"

[백인성의 주말법률사무소] 법원, 대중문화예술인 전속계약 해지사유로 '매니저 퇴사' 첫 인정


연예인들은 통상 기획사와 '전속계약'을 맺곤 합니다. 전속계약이란, 기획사가 연예인의 연예활동에 필요한 출연협상, 광고료 책정, 공연일정의 조정 등 업무서비스를 제공하고, 대신 연예인은 '전속계약을 맺은 기획사를 통해서만' 연예활동을 해야 할 의무를 지는 계약입니다. 이 때문에 과거에 불리한 조건으로 전속계약을 맺은 연예인들이 이를 해지하자며 소송을 벌이는 일도 있었는데요.

최근 한 연예인이 자신의 기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소송을 내면서 그 사유로 '매니저 퇴사'를 들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하급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는데요, 단순히 매니저가 퇴사한 것이 아니라 연예인과 기획사의 신뢰관계가 깨졌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그 동안 매니저의 퇴사를 이유로 전속계약을 해지한 사례는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었는데요, 이를 소개해드립니다.

서울중앙지법 제34민사부(부장판사 김정곤)는 연예인 A씨가 기획사 B사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효력상실 확인소송에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17년 5월 체결된 대중문화예술인 전속계약은 2018년 7월 해지로 효력을 상실했음을 확인한다'며 최근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판결문의 기초사실을 종합하면, 드라마 '태양의 후예' 등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인 A씨는 2017년 연예매지니먼트업에 뛰어든 신생 기획사인 B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당시 B사는 연예기획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다수의 매니저 업무경력이 있는 C씨를 영입했는데요, A씨와 B사의 계약은 C씨의 소개로 이뤄진 것이었습니다.

전속계약 체결 이후 A씨에 대한 매니지먼트 업무는 C씨가 담당했고, A씨는 2017년 다수의 노래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2018년 B사의 대표이사가 교체되고, 이 과정에서 C씨가 퇴사하게 되면서 발생했습니다. 

2018년 3월 C씨가 퇴사한 후 B사의 대표이사는 A씨에게 "마지막으로 A씨 쓰던 방이 나갔어 엊그제 A씨 물건들은 우선 다른 방으로 옮기라 할게 어제 말한다는 게 깜빡했네" 등 사실상 나가라는 취지로 읽히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이후 A씨는 직원에게 대표가 사무실에 나오는 지를 묻고, 대표에게 자신을 따로 부르지 않고 연락이 없어 답답하다는 등의 메시지를 보내는 등 수개월간 B사 대표를 접촉하기 위해 애썼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던 중 A씨는 2018년 6월 돌연 신규 드라마 배역과 관련해 회사의 연락을 받습니다. A씨는 B사 직원에게 "지금 상황이 정리가 안 되어 있다. (대표가)답장도 없으시고 3개월 정도를 방치되어 있다가 갑자기 미팅 얘기가 나와서 좀 혼란스럽다"고 문자를 보냅니다.

A씨는 문자를 보낸 다음날 회사 직원에게 "그런데 대부분 만약에 자기 실무자(퇴사한 C)랑 이렇게 오랫동안 같이 하거나 합이 잘 맞으면 사실 놔주지 않아요? (중략) 저는 그냥 제가 따라 나가려는 이사님(퇴사한 C)하고 하지 않으면 계약을 안 풀어주시면 그러면 저는 쉬겠습니다 라고 말을 한 것을 또 그냥 이렇게 흡수하신 거지요"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B사 직원은 A씨에게 "A씨와 사무실이 분쟁이 있는 사실을 제작사, 캐스팅, 감독님까지 다 알게 된 상태이고 감독님께서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원치 않으시고 더 이상 이번 건에 대해 얘기가 안 나오길 바라십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이후 A씨는 전속계약을 해지해달라며 B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매니저 C씨가 퇴사한 2018년 3월 이후로 B사가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양자가 맺은 전속계약엔 'B사는 A씨가 자기의 재능과 실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성실히 매니지먼트 권한을 행사하여야 하고, B사의 매니지먼트 권한 범위 내에서의 연예활동과 관련해 A씨의 사생활 보장 등 A씨의 인격권이 대내외적으로 침해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한다'는 조항이 있었는데요, 이를 어겼다는 겁니다.

B사는 그러나 "C씨의 퇴사 후 A씨를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매니지먼트 인력을 영입해 소개해주려 했음에도 A씨가 아무런 근거 없이 전속계약 해지만을 주장하며 B사의 이행제공을 거부한 이상 우리가 계약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1심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A씨가 주장한 '매니저 퇴사'를 양자의 전속계약 유지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본 겁니다.

법원은 "A씨와 B사가 맺은 전속계약은 그 성질상 계약당사자 상호간 고도의 신뢰관계 유지가 계약 목적 달성을 위한 필수적 요소이므로, 그런 신뢰관계가 깨진 경우까지 A씨에게 그 자유의사에 반하는 전속활동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A씨의 인격권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이라며 "B사가 계약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부당한 행위로 인해 계약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깨어지면 A씨는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1심 법원은 "B사가 부담하는 연예매니지먼트 의무는 전속계약에 따른 B사의 주된 채무일 뿐 아니라 '누가 그 의무를 이행하는 지에 따라 그 결과나 수준에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고 A씨의 연예활동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누가 위 의무를 수행할 것인지도 전속계약에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전속계약상 A씨의 매니지먼트 업무를 C씨만이 수행해야 한다는 명시적 문구는 없으나 B사가 C씨를 영입한 배경이나 전속계약 체결경위 등을 볼 때 A씨는 C씨에 대한 신뢰를 기초로 B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이고, B사 역시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봣습니다. 아울러 "A씨의 C씨에 대한 신뢰가 전속계약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C씨의 퇴사를 이유로 한 A씨의 계약해지 요청을 근거 없는 일방적인 계약이행 거부로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B사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또 법원은 "B사는 A씨의 전속계약을 해지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다 A씨에게 새로 영입한 인사를 소개하면서 이들을 통한 매니지먼트를 수용할 것을 요구했을 뿐, A씨에게 돌연 연락을 한 이유도 B사가 적극적으로 A씨를 위해 노력한 결과라기보다 A씨에게 회사가 연락을 하지 않던 중 드라마 제작진 측으로부터 A씨와의 만남을 원한다는 취지의 연락을 받고 미팅을 주선한 것에 불과하다"며 전속계약이 이미 해제됐다고 판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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