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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판례씨] '금고 이상 판결'시 해고…그렇다면 '집행유예'는?

[the L] 대법 "꼭 '실형'을 받아야만 해고사유에 해당하는 건 아냐"


회사와 노조가 맺는 단체협약엔 종종 직원이 '금고 이상의 형의 판결을 받았을 때'를 해고 사유로 본다는 문구가 들어갑니다. 이는 통상 '실형의 확정판결'을 의미하는데요. 그렇다면 금고 이상의 형이지만, '집행유예'를 함께 받은 경우는 어떨까요.

이와 관련해 판례는 줄곧 '근로자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을 때'라는 당연퇴직사유와 취업규칙에 규정된 다른 퇴직사유들을 비교·검토해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 왔는데요. 대법원은 다만 꼭 '실형'을 받아야만 해고사유에 해당하는 건 아니라고 봤습니다. 이를 다룬 판례(97누1600)를 소개해 드립니다.

판결 기초사실을 종합하면, 지난 1990년 8월 부산교통공단에 입사해 공단 승무관리소에서 기관사로 근무하던 A씨는 1993년 11월 공단 노조의 교육선전부장으로 선임돼 활동했습니다. A씨는 1994년 6월 25일부터 29일까지 구 노동쟁의조정법(1996. 12. 31. 법률 제5244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규정을 위반해 불법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속됐고, 그해 9월 부산지방법원에서 업무방해 등의 죄로 징역 10월에 2년간 집행유예의 판결을 선고받았는데요. 

공단은 A씨의 징역 및 집행유예 판결이 1995년 4월 그대로 확정되자, A씨가 위와 같은 유죄판결을 받은 것을 두고 공단의 인사규정의 직권면직 사유인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자가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이 확정된 때'에 해당한다고 보고 그를 직권면직했습니다.

공단의 인사규정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2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임용 결격자로서 당연퇴직 사유에 해당'한다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공단과 노조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엔 '해고의 제한'이라는 표제아래 '공단은 아래 각 호의 경우에 해고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고, 각 호에는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자가 금고 이상 형의 판결을 받았을 때(제1호) △휴직 기간이 끝나고 30일 이내에 복직 의사를 밝히지 않은 자(제2호) △정신 또는 신체 장애로 인해 도저히 직무를 감당할 수 없고 회복의 전망이 없다고 전문 의사가 진단한 자(제3호) 등의 사유가 기재돼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A씨는 실형이 아니라 집행유예를 받았는데도 공단이 자신에게 해고 처분을 한 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고, 하급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급심에선 "단협에서 직권면직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자가 금고 이상 형의 판결을 받았을 때'의 의미와 그 규정 취지는 같은 조항의 다른 면직사유들에 비추어, 근로 계약에 따른 근로자의 기본적인 의무인 근로 제공 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상태가 장기간 계속돼 왔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행할 수 없음을 근거로 해 사용자가 징계 해고 절차 없이 근로자를 직권 면직시켜도 근로자측에서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상태"라고 보았습니다.

하급심은 이어 "형사상 범죄로 구속돼 있는 근로자가 현실적인 근로 제공이 불가능한 신체의 구속 상태가 해소되지 아니하는 내용의 유죄 판결인 실형 선고를 받았을 때를 의미하고, 이를 이유로 징계해고절차를 거치지 않고 직권면직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인사규정은 이와 같은 '실형'을 선고한 유죄판결이 확정됐을 경우로 제한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며 "A씨가 집행유예의 판결을 받았음에도 직권면직한 것은 위법하다"고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단체협약에 해고사유로서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가 금고 이상의 형의 판결을 받았을 때'라는 규정을 두고 있는 취지는 통상 그러한 유죄판결로 인해 △근로자의 기본적인 의무인 근로제공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상태가 장기화돼 근로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라며 "뿐만 아니라 △기업 내의 다른 종업원과의 신뢰관계나 인간관계가 손상돼 직장질서의 유지를 저해하거나 △당해 근로자의 지위나 범죄행위의 내용 여하에 따라서는 회사의 명예와 신용을 심히 훼손하거나 거래관계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며 여기서의 '금고 이상의 형의 판결'이 반드시 실형판결만을 의미한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이어 "단체협약에서 공단의 이익을 위한 부득이한 형사사건과 교통사고로 인해 금고 이상의 형의 판결을 받은 경우, 징계위원회 또는 인사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인사규정에 따라 '금고이상의 형의 판결'을 받은 것을 이유로 직권면직을 하는 경우 당연히 이 단체협약의 제한을 받게 된다"면서도 "공단 인사규정상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2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임용 결격자로서 당연퇴직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과의 균형 등을 고려해 보더라도 단체협약상의 해고 사유인 유죄판결이 실형판결만을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인사규정의 직권면직 사유인 유죄판결이 실형판결만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없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A씨가 유죄판결을 받게 된 행위는 원심판시와 같이 법률이 금지하는 중재시의 쟁의행위인 파업을 주도해 공익사업인 참가인 공단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고, 공공성이 강한 지하철 운송업을 운영하는 공단으로서는 A씨가 위와 같은 행위로 징역 10월에 2년간 집행유예의 유죄판결을 받고도 계속 근무하게 된다면 공단 내의 질서유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명백하다고 할 것이므로 A씨가 위와 같은 판결을 받은 것은 단체협약 및 인사규정의 직권면직 사유에 해당한다"며 원심을 깨고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습니다.

[관련조항]

구 노동쟁의조정법(1996. 12. 31. 법률 제5244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31조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63조, 중재시의 쟁의행위의 금지) 
노동쟁의가 중재에 회부된 때에는 그 날부터 15일간은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구 근로기준법(1997. 3. 13. 법률 제5309호로 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 제1항 (현행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 참조, 해고등의 제한)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기타 징벌을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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