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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판례씨] "현충일에 변호사 못 만나" 기본권 침해일까

[the L] 2011년 헌재 "접견 불허로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 있어야 비로소 변호인 조력권 침해"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현행 대한민국 헌법은 제12조 제4항에서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헌법상 기본권으로 명시하고 있는 것이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는 변호인을 선임하고, 변호인과 접견하며, 변호인의 조언과 상담을 받고, 변호인을 통해 방어권 행사에 필요한 사항들을 준비하고 행사하는 것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그렇다면 구치소장이 공휴일인 현충일에 변호사를 접견하겠다는 수감자의 요청을 거절했다면, 이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 것일까요?

헌법재판소는 이같은 질문에 대해 '경우에 따라 다르다'고 결론냅니다. 2011년 나온 헌법재판소 결정(2009헌마341)을 소개해드립니다.

◇구치소장, '현충일 접견' 신청에 "공휴일이라 안돼" 거절

지난 2011년 헌법재판소는 구치소에 수감된 은모씨가 국선변호인 접견을 신청했으나 공휴일은 접견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접견이 허가되지 않자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낸 헌법소원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습니다. 공판기일이 열흘 이상 남아있는 등 "수감자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면" 공휴일날 변호인의 접견을 불허해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은씨는 사기 등의 죄로 불구속기소 돼 재판받던 중 2009년 5월 1일 선고기일에 불출석했습니다. 법원은 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같은달 27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습니다. 국선변호인은 6월 5일 서울구치소에 청구인에 대한 접견을 신청했으나, 접견희망일인 6월 6일이 현충일 즉 공휴일이라는 이유로 접견이 불허됐습니다.

이 때문에 은씨는 6월 8일에야 국선변호인을 접견할 수 있었습니다. 은씨는 6월 24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 즉각 법무부장관과 서울구치소장을 상대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은씨와 국선변호인의 '현충일 접견'을 불허한 처분이 청구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는 겁니다.

은씨는 과거 헌법재판소가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게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어서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 등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결정한 것을 들어 "미결수용자와 변호인과의 접견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한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구치소장의 접견불허 처분은 이미 종료됐고 이후 청구인과 국선변호인 간에 접견이 이루어져 주관적 권리구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아 '각하' 처분하는 게 맞지만, 앞으로 국민에게 같은 종류의 기본권 침해가 반복될 수 있고 이에 대한 헌법적 해명 또한 긴요하다는 판단에 본안 심리에 들어갔습니다.

◇헌재 "변호인 조력권도 제한 가능…실질적 방어권 침해돼야 기본권 침해"

결론적으로 헌법재판소는 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헌재는 "과거 결정에서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할 수 없다고 한 것은 구속된 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경우에 있어서의 '자유로운 접견', 즉 ‘대화내용에 대하여 비밀이 완전히 보장되고 어떠한 제한, 영향, 압력 또는 부당한 간섭 없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접견’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지, 변호인과의 접견 자체에 대해 아무런 제한도 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미결수용자의 변호인 접견권 역시 법률에 따라 국가안보·공공복리 등의 사유로 제한 가능하다는 결론입니다.

헌재는 은씨의 기본권이 법률에 의해 제한된 정도가 '침해'에 이를 정도라는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됐다고 하기 위해서는 접견이 불허된 특정한 시점을 전후한 수사 또는 재판의 진행경과에 비춰 그 시점에 접견이 불허됨으로써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어느 정도는 불이익이 초래됐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시점을 전후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기회가 충분히 보장됐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비록 미결수용자가 원하는 특정시점에 접견이 불허됐더라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됐다고 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체포 또는 구속된 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필수적인 내용이므로 미결수용자와 변호인 간의 접견은 가능한 한 충분히 보장되어야 하는 게 원칙입니다. 그러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목적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미결수용자 또는 변호인이 원하는 특정한 시점에 접견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하더라도 '단지 그것만으로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헌재는 접견불허처분이 곧바로 '기본권 침해'라고 말하려면 '피고인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됐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헌재는 "은씨는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후 선고기일만 남겨놨다가 기일에 출석하지 않아 구속된 것으로 불구속상태에서 사실상 재판은 모두 진행됐고 구속된 후 새로 공판기일이 열리기는 했으나 6월19일 이후로 예정돼 있었다"며 "또 6일자 접견이 불허됐으나 이틀 뒤인 8일 접견이 실시됐으므로 6일자 접견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청구인의 방어권행사에 어떠한 불이익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은씨는 방어권 행사를 위해 특히 ‘2009. 6.6’이라는 특정한 시점에 변호인과의 접견이 필요하였다거나, 그날 변호인과의 접견이 이루어지지 못해 방어권 행사와 관련하여 어떠한 불이익을 입었는지에 대해 아무런 구체적인 주장도 하지 않고 있다"며 "접견불허 처분을 전후한 청구인과 변호인의 접견 상황, 청구인에 대한 재판의 진행 과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접견불허 처분이 청구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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