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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국상의 침소봉대] 4000억대 배임사건에 제기된 의혹, 진실은?

[the L] 세원그룹 4000억대 배임사건 두고 법조계 일각 및 소액주주 의혹 제기... "신속 재판만큼 실체적 진실규명도 중요"

자녀 명의 회사에 4000억원이 넘는 일감을 몰아줘 주요 계열사 이익을 훼손했다는 배임 혐의를 받는 김문기 세원그룹 회장 일가족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와 법원의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법원과 검찰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 "말도 안되는 의혹"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4일 대구지검 서부지청이 김 회장과 그의 두 아들인 김도현 대표, 김상현 대표 등 3명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당초 이 사건은 2011년 세원그룹 주요 계열사인 세원정공 소액주주들과 서울인베스트 등이 김 회장 부자(父子)를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던 건이었다. 이 사건이 다시 이번에 불거져 김 회장 등이 재판에 넘겨지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검찰 공소내용의 요지는 김 회장 등 3부자가 △세원정공, 세원물산, 세원테크 등 주력 계열사들로 하여금 △에스엠티, 에스엔아이 및 세진 등 김도현(장남)·김상현(차남) 대표 등 2명이 지분의 다수 또는 전부를 보유한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이익을 몰아줬다는 것이다. 김 회장과 두 명의 아들들은 세원정공, 세원물산, 세원테크 등 3개사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 또는 공동대표이사이기도 하다. 또 에스엠티가 세원물산의, 에스엔아이가 세원정공의 최대주주이기도 하고 세원정공·세원물산이 서로의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의혹 1= 2012년 불기소 처분 관련 '부실수사' 의혹
검찰은 김 회장 일가족이 거느린 계열사들 사이의 '수상한 거래'를 통해 세원정공 등 기존 계열사들이 마땅히 취했어야 할 이익이 김 회장 아들들의 회사로 유입돼 주력 계열사들이 피해를 봤다고 본다. 2012년 당시에는 증거가 부족했지만 이번에는 관세청이 세원그룹 계열사들의 수출입 거래를 확인하던 과정에서 증거를 포착해 검찰에 넘겼다고 한다.

이에 대해 "당초 2012년의 불기소 처분이 부실 수사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이가 있다. 당시 고발에 참여했던 소액주주 중 한 명인 A씨다. A씨는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의 통화에서 "피고발인이었던 김 회장이 당시 대구지검 서부지청 관할지역의 범죄예방위원회 위원장이었다"며 "이같은 관계 때문에 검찰이 당시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2011년과 달리 이번에는 관세청이 증거를 포착해 검찰에 넘겼기 때문에 기소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실제 김 회장은 2008년 3월 법무부 범죄예방위원(현재 명칭은 '법사랑위원') 대구서부지역협의회 회장을 맡아 다년간 활동한 바 있다. 김 회장이 2011년 기소됐을 때는 물론이고 2012년 4월 처음 불기소 처분을 받았을 때도 역시 범죄예방위원 지역협의회 회장이었다. 범죄예방위원이란 선도조건부 기소유예자, 보호관찰 대상자를 지도해 갱생시키기 위해 법무부가 민간인 중에서 위촉한 이들을 이른다. '민간인 봉사자' 신분이지만 각급 검찰청과 공조해 각종 범죄예방 활동을 펼친다. 김 회장 역시 협의회장 자격으로 10년 가까이 서부지청과 함께 활동한 바 있다.

◇의혹 2 = 세원그룹 관련 민·형사재판의 지연 관련 의혹
최초 의혹이 제기된지 8년이 다 돼서 기소가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법원에서 제대로 사건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초 대구지법 서부지원으로 공소장이 접수돼 현재까지 7개월여 기간이 지나는 동안 재판부는 1월과 3월 단 두 차례 재판을 진행했을 뿐이다. 현재까지 4개월 이상 재판이 공전 중이라는 얘기다. 4월29일로 예정됐던 후속 공판은 재판부가 '기일 추후 지정'(추정)만 결정한 후 아직까지 아무런 진행이 없는 상태다. 

법원 관계자는 "수년 전에 이미 불기소됐던 사건이 다시 접수된 만큼 사안이 복잡해 오랜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달 말부터 내달 초순까지 이어지는 휴정기 동안 재판부가 사건을 충분히 검토한 후 휴정기 이후에 새로 기일을 잡아 재판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해명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특별히 어려운 구조의 사건이 아닌 데다 관세청 자료도 있는데 재판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형사재판 뿐 아니라 같은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별도의 민사재판도 멈춰져 있다. 이번 배임 의혹의 피해자 회사로 꼽히는 3곳(세원정공·물산·테크) 중 한 곳인 세원테크의 소액주주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김 회장 3부자를 상대로 세원테크가 직접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라는 내용의 주주대표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은 지난해 1월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 올 3월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각각 제기했다. 지난해 1월의 가처분 신청은 지난해 2월 말이 돼서야 첫 심문기일이 잡혀 같은 해 4월 하순에서야 '인용' 결정이 났다. 소액주주들이 최초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지 3개월이 지나서야 회사로부터 주주명부를 받아 볼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나마 지난해 신청사건은 3개월만에 종결이 됐지만 올해 3월에 제기된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은 4개월째 법원에 묶여 있다. 당초 지난 3월7일 이 신청이 접수된 후 같은 달 26일에 첫 심문기일이 열렸지만 지금까지 4개월째 새로운 심문기일조차 잡히지 않았다.

한 변호사는 "주주명부 열람·등사는 물론이고 회계장부 열람·등사 등을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은 신청인이 주주로서 회사 측에 이를 요구할 자격이 있는지 자격심사만 하면 되는 일"이라며 "시급성을 요하는 간단한 사안에 대해 법원이 기일을 지정하지 않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법원·검찰 "요즘 시대에 가당치도 않은 의혹", 강력 부인
이같은 일련의 의혹에 대해 법원과 검찰은 "말도 안되는 의혹제기"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예방위원이라고 해서 수사를 느슨히 한다는 것은 요즘 같은 시대에 가당치도 않은 일"이라며 "당시 소액주주들이 최초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불충분해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회장이 범죄예방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점은 이미 알고 이번에도 수사에 착수했던 것"이라며 "관세청이 확보한 증거 등이 충분하다고 판단돼 구속영장을 청구도 하고(지난해 검찰이 청구한 김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이 됐다) 실제 3명 모두를 재판에 넘겼다"고 강조했다.

법원 관계자 역시 "세원그룹 일감 몰아주기 사건과 관련한 민사·형사 사건은 현재 같은 재판장을 비롯한 합의부에서 맡은 상태"라며 "올 3월 형사재판과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신청에 대한 공판·심문기일을 별도로 진행한 후 이 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법원 관계자는 "신속한 재판의 진행도 중요하지만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규명하는 작업 역시 놓쳐서는 안될 가치"라며 "특히 가처분 신청에 있어서도 채권자(소액주주)와 채무자(세원테크 등) 양쪽 모두 대형로펌을 선임해서 꼼꼼히 재판 진행을 지켜보고 있는데 어느 한 쪽 편을 들어준다는 의혹은 말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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