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문의 02-724-7792

서초동라운지

[theL프로] 윤석열 ‘총장 형님’ 리더십 시동걸기

[the L]인사 논란 후 검찰 간부들과 '거리좁히기' 시도…조직 안정화 과제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2019년 하반기 검사 전입신고식에서 신고를 마친 검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2019.8.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차장검사, 섭섭해하지?"
"뭐……. 반반이겠지."
"그래도 지가 나보다 섭섭해하면 안되지?"
"……."

2019년 하반기 검사인사 전입신고식이 열린 지난 6일 대검찰청 15층 강당. 새롭게 보직을 발령받아 신임 검찰총장에게 전입을 신고하러 전국 일선 지검에서 200여명의 검찰 간부들이 모여들었다. 오랜만에 만나 서로 인사를 건네는 와중에 이번 인사에 대한 서운함이 묻어나오는 대화도 심심찮게 들렸다.

예년보다 사표를 쓰고 검찰을 떠난 선후배 동료들이 예년보다 두배 이상 많은데다가 인사 논란으로 연일 시끄러운 터라 전입신고식 시작을 앞두고 좌석에 앉아 윤석열 검찰총장을 기다리는 간부들의 표정이 다소 굳어있었다.

인사 결과에 불만스러운 검찰 간부들도 적잖아 있을텐데, 인사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 윤 총장은 과연 이들을 어떻게 대면할 지 그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을 때, 갑자기 윤 총장 대신 대검 총무 사무관이 검찰 간부들 앞에 섰다. 행사 진행과 관련해 윤 총장이 미리 몇 가지 부탁의 말씀을 전해달라고 했다며 잠시 후 진행될 전입신고식에서 이를 지켜달라는 요청이었다.

갑작스러운 검찰총장의 지시에 검찰간부들은 어리둥절해하며 총무 사무관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총무 사무관이 전한 윤 총장의 지시란 것은 다음과 같았다.

검찰총장의 당부말씀 직후 참석자들이 차례차례 한명씩 검찰총장과 인사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데 우선 인사를 할 때 너무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손 내밀어 악수하고 인사하지 말고 좀더 가까이 다가와서 인사해달라는 것이 윤 총장의 당부사항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인사를 할 때 어느 지검의 어떤 직급, 누구, 이런 형식에 맞춰 검찰총장에게 자신을 소개하기 마련인데 윤 총장은 그런 형식은 생략하고 편하게 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총장님을 오랜만에 만나시는 분들은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런 식으로 인사하는 것처럼 말입니다"라며 예시를 들어보이기도 했다.

검찰 간부들 앞에서 '인사 설명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총무 사무관의 말에 검찰 간부들 사이에서는 폭소가 터져나왔다. 한마디로 관등성명을 대며 검찰총장에게 깍듯이 90도로 인사하는 권위적인 대면식은 집어치우고 어제 만났던 선배 검사를 오늘 다시 만난 것처럼 편하고 친근하게 인사하자는 윤 총장의 의도를 그제서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설명을 마치고 물러나는 총무 사무관에게 간부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무거웠던 행사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지고 윤 총장은 검찰 간부들의 웃음과 박수 한 가운데 입장했다.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단상에 선 그는 작은 쪽지 하나만 꺼내놓은 채 입을 열었다. 에두르지 않고 "인사에 불만이 있을 수 있겠지만"이라며 이번 인사에 대한 주제를 바로 꺼내들었다. 이날 모인 검찰 간부들이 윤 총장으로부터 가장 듣고 싶은 얘기일 터. 윤 총장은 "여러분에게 부여된 보직이 기대된 걸 수도 있고 기대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어떤 보직을 받느냐가 아니라 내가 무슨 일을 찾아내서 그걸 어떻게 잘 해내는 지가 중요하다"고 인사 논란에 대한 불만을 다독였다.

사전에 준비된 원고없이 즉흥적으로 진행된 '대화'였다. 다소 정제되지 않은 문장과 표현이 이어지기도 했지만 윤 총장은 일부러 이같은 형식을 택했다고 한다. 선배로서 후배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픈 마음에서라고 한다. 윤 총장은 대구고검 검사와 대전고검 검사로 한직을 떠돌며 사표를 썼다, 지웠다 했던 경험이 있다.

한 대검 관계자는 "원래 같으면 사자성어 몇 개 집어 넣고 인사나 조직 관련 정형적인 내용을 넣어서 말씀자료를 만드는 형식이 있다"면서 "윤 총장은 키워드 몇개만 생각해 그걸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평검사 시절부터 따르는 후배들이 많아 '형님 리더십'을 발휘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가 검찰의 기수 문화를 뛰어넘어 조직을 통솔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던 것도 그의 '형님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형님 리더십'은 나만 잘되는 게 아니라 '동생'들을 함께 이끌어주고 챙겨주는 포용적 리더십이 될 수 있지만 자칫 '제 식구 챙기기'로 변질되면 '배타적 리더십'으로 비칠 수 있는 양면성이 있다. 

이번 간부 인사 후 내부 후폭풍이 만만찮다는 지적 속에 윤 총장은 특유의 친화력과 '형님 리더십'으로 조직을 다독여나가기 시작한 모습이다. 그 첫 번째 행보가 전입신고식에서 만난 검찰 간부들과 '거리좁히기'다. 검찰총장과 검찰 간부가 아닌 검찰 선배와 후배로 다가서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자 한 첫 시도다.

윤 총장의 '형님 리더십'이 과연 일부의 '윤석열 사단'에만 발휘되는 게 아닌, 2000여명의 검사 모두를 '윤석열 사단'으로 만들 수 있을 지, 검찰 구성원들의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페이스북 공유트위터 공유
목록
 
모든 법령정보가 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