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 제1저자로 등록된 의학논문을 바탕으로 고려대학교 수시전형에 합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부정입학 논란이 연일 뜨겁다. 이와 관련해 조 후보자 부녀가 검찰에 고발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불과 3개월 전 조 후보자 딸과 같은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 수시 전형 합격자가 고등학교 재학 시절 남이 써준 논문을 활용해 부정입학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져 비슷한 사례가 될 지 이목이 쏠린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검찰은 자신이 작성하지 않은 논문을 바탕으로 대학교와 치의학전문대학원에 부정입학한 혐의의 모녀를 각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 수사 결과 성균관대 약대 교수였던 어머니 이씨는 자신의 제자들을 동원해 학술대회 논문을 작성한 후 이를 고등학생인 딸의 대학 입시에 활용한 것이 드러났다. 

당시 서울의 인문계고에 재학 중이던 딸은 내신 성적이 좋지 않은 편이었지만 이 논문을 바탕으로 우수청소년과학자상을 수상, '과학인재특별전형'으로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에 입학했다. 고대 생명과학대는 조 후보자 딸이 2010년 '세계선도인재전형'으로 입학해 논란이 빚어진 곳이다. 이름은 다르지만 논문 실적을 수시전형에 활용할 수 있는 대학과 단과대가 같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 후보자의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한 데 비해 이 교수의 딸은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논문을 활용한 부정입학이 또한번 저질러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교수는 딸이 대학교 3학년일 때 또다시 제자인 대학원생 10여명에게 지시해 작성한 실험논문을 딸의 단독 저자 논문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는 과학인용색인(SCI)급 저널에 실려 한국과학창의재단 우수연구과제상, 대한면역학회 우수포스터상 등을 수상했다.

이 교수의 딸은 자신이 작성하지 않은 실험 논문을 정성평가에 반영되도록 치전원 자기소개서에 썼다. 통상적으로 정성평가가 주된 수시 전형의 경우 자기소개서를 입증할 수 있는 제출서류를 첨부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고등학생 때부터 의학논문을 활용한 경력관리를 시작해 의학전문대학원 혹은 치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준비한 점, 고려대 생명과학대가 이같은 수시전형의 통로가 된 점, 부정 입학 의혹이 제기된 점 등에서 조 후보자 딸과 성대 약대 교수 모녀를 '닮은 꼴' 사례로 말한다.

그러나 조 후보자의 딸이 쓴 병리학 논문의 책임저자인 단국대 교수 A씨는 조 후보자의 딸이 논문에 매우 큰 기여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법조계에선 공소시효가 지나 검찰 수사조차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는 공소시효가 7년이지만 해당 논문이 발표된 해는 2008년, 고려대 입학연도는 2010년이다.

고려대가 입학 자료를 보관하는 시기가 5년인 것도 검찰 수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고려대가 5년이 지난 자료를 모두 폐기했다고 밝혀 고려대 부정입학 의혹 관련해선 검찰 수사가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서울대 환경대학원이나 부산대 의전원 입시 때 논문을 제출했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면 형사 처벌하기 어렵지만 서울대 환경대학원이나 부산대 의전원 들어갈 때 해당 논문을 제출했으면 문제 될 소지가 있어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