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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외압' 한국형 사법방해죄로 처벌 가능할까…'수사 편의적 발상' 반대 의견도

[the L]'사법방해죄' 신설 추진, 증거인멸·허위진술 등 처벌 공백 메울 대안…인권 침해 등 반발 만만찮아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수사 외압 등을 '사법방해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두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발단이 됐다. 정부와 여권이 검찰 수사에 외압을 가하거나 조 장관 가족이 법무부 장관의 지위를 활용해 증인의 진술이나 증거 수집 등을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미국, 프랑스, 중국 등의 형법에는 사법방해죄 조항이 있다. 이를 위반하면 중벌로 처벌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증거를 숨기거나 인멸하는 행위, 허위자료 제출하거나 증인이나 배심원의 출석을 방해하거나 위협하는 것까지 모두 사법방해죄로 규정할 정도로 처벌 범위가 광범위하다. 사안에 따라 5년 또는 10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정도로 중범죄로 다뤄진다. 원래 저지른 범죄보다 사법방해죄로 더 무겁게 처벌되는 경우도 있다.

◇법무부 2002년부터 세차례 신설 추진=우리나라도 과거 사법방해죄 신설을 추진한 바 있다. 

2002년과 2004년, 2010년 등에 걸쳐 법무부는 미국 연방법상 사법방해죄를 모델로 해 형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했다. 이 당시엔 참고인의 거짓진술 등을 처벌하는 내용이 주였다. 형사사법절차에서 피의자나 피고인의 인권을 보호하는 기능이 강화된 만큼 피의자나 피고인, 사법절차에 관여하는 참고인이 사법정의 실현을 위해 부담할 의무도 확대돼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대법원, 대한변호사협회, 학계, 시민단체들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수사 편의적 발상으로 인권 침해 우려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기존 형법에 규정돼 있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무고죄, 증인은닉죄 등으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주장도 사법방해죄 신설을 반대하는 논거다.

문제는 이들 죄목으로도 수사 과정에서 실체적 진실 발견을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어려운 상황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증거인멸죄나 범인은닉죄의 경우 피의사건 당사자나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이 한 행위는 처벌되지 않는다. 법인이 다른 사람을 시켜 증거를 인멸 조작하거나 자신을 숨기도록 한 경우에는 교사죄로 처벌될 수 있을 뿐이다.

위증죄 역시 재판단계에서의 증인이 거짓진술을 한 것만 처벌이 가능하다. 수사단계에서 참고인이 거짓진술을 하더라도 처벌하지 않는다. 

수사기관에서 참고인이나 피의자가 거짓말을 할 경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도 성립하지 않는다. 수사기관은 피의자나 참고인의 진술 여하에 불구하고 객관적인 증거를 수집해 혐의 여부를 밝혀낼 의무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호정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형법은 외국의 입법례와 비교할 때 사법방해에 관련된 규정이 많지 않고 특히 수사단계의 허위진술을 처벌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큰 취약점"이라며 "사법작용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한 일반적 처벌규정이라고 할 수 있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적용에 대해서도 우리 법원은 대단히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증거인멸죄 범인은닉죄… 당사자나 친족 처벌불가=조 장관 관련 수사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이 지적된다.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에 자신의 연구실 컴퓨터를 반출한 증거인멸 의심 행위에 대해 '증거인멸죄' 적용이 불가능하다. 정 교수를 도운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에게 증거인멸을 시켰다는 혐의로 '증거인멸교사죄'를 적용할 수 있지만 확실한 인과관계 증명이 필요하다.

또 사모펀드 투자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에게 전화를 해 검찰 진술을 비난하는 등의 행위도 검찰이 증인의 진술이나 증거를 수집하는 데 방해될 수 있지만 현행 법률로선 처벌이 애매한 부분이 있다.

사법방해죄는 이를 폭넓게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나아가 언론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서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 역시 사법방해죄의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존의 검찰 수사팀 대신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팀 구성을 제안한 법무부 간부들의 행위 역시, 사법방해죄로 처벌이 가능해진다. 앞서 김오수 법무부 차관과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이 대검 간부들에게 이러한 제안을 하면서 사실상 수사를 방해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수사팀을 압박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시민단체가 "국민을 기만한 수사외압"이라며 이들을 각각 직권남용 혐의, 직권남용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했지만 현행 법률에 의해서는 이같은 행위가 처벌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형법 제137조)'는 상대에게 거짓을 말하거나 오인하게 해 상대방이 이에 따라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했다면 성립되는 죄이기 때문에 특별수사팀 제안에는 적용하기가 힘들다. 직권남용죄 역시 권리행사를 방해한 공무원이 강제력을 수반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야 하는데, 법무부 간부들이 대검 간부나 윤 총장보다 상위 직급이라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검찰 경찰 남용…피의자 방어권 위협 우려도=사법방해죄가 신설되면 이같은 처벌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 홍 의원은 사법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는 대상으로 '직무와 관련 또는 지위를 이용해 수사 또는 재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를 포함했다. 이대로라면 현재 수사팀의 수사를 중단시키고 특별수사팀 구성을 제안한 이들을 사법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

홍철호 의원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청와대나 여권의 부당한 영향력에 의해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며 "실체적 진실의 규명을 막는 모든 행위에 대해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사법방해죄가 도입될 경우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 편의를 위한 방편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여전히 지적한다. 이럴 경우 인신 구속이 확대돼 피의자의 정상적인 방어권이 위협받고 인권침해 문제도 커질 수 있어 제도에 대한 공청회 등을 통해 사회 여론도 살펴야 한다는 견해다. 더군다나 정치적으로 미묘한 시점에 사법방해죄 신설이 논의되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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